4월 14일 사곡리 사할린 동포 캠프장에서 초청장이 왔습니다.
사할린 동포 부녀회(회장 이태수)원들이 정성껏 음식을 준비하여 그동안 사할린 동포를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았던 여성 자원봉사자들을 위하여 감사의 자리를 마련하고 초청을 한 것입니다.
참석하고 보니 부녀회원 한사람 한사람이 한 가지씩 재료를 준비하여 요리하고 정성껏 접시에 담아 뷔페를 준비해 놓았습니다.
의사 전달도 수월치 않은 회원들이 준비한 음식들은 보기에도 먹음직했을 뿐만 아니라 중간 중간 과일도 준비하고 부추와 양파를 이용하여 장식까지 그야말로 정성스런 마음이 보이는 듯 했습니다.
물론 맛도 훌륭했습니다.
사할린 동포 이주 업무는 보건복지가족부의 위탁사업으로 대한적십자사 특수복지 사업팀에서 진행하고 있어서 대한적십자사 주관으로 2010년 3월 8일 적십자사 본사직원 2명과 함께 사할린동포 인솔 목적으로 사할린을 방문했습니다. 도착했을 때 설국을 연상할 만큼 사방 천지가 눈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어려서부터 라디오 방송으로 듣던 구소련 거주 한인 동포들을 대상으로 헤어진 가족을 그리워하는 사연들을 많이 접해서 인지 감정적으로는 가깝게 느꼈는데 지리적, 물리적인 거리는 너무나 멀고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3일 동안 사할린의 주도인 사할린스크의 한인문화센터에 숙소를 정하고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굳게 닫힌 창문은 외부세계와의 강력한 단절을 느끼게 했습니다.
사할린 한인회 측의 도움으로 망향의 탑, 사할린스크 역사박물관을 둘러볼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사할린의 역사, 문화, 지리 등에 대하여 알아 가면서 사할린에 거주하는 한인동포들의 애환이 가슴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1930년대 일제에 의한 사할린으로의 강제 징용, 구소련에 의한 사할린에서 까자흐스탄으로의 강제이주, 무국적자의 고통, 조국으로부터의 잊혀짐, 말과 글이 통하지 않는 사회에서의 이방인 같은 삶이 오히려 55만 구소련 거주 동포들에게 더 질긴 생명의 끈이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망향의 탑에서는 수많은 동포들이 돌아오지 않는 배를 기다리면서 추위와 굶주림, 질병과 서러움에 목말라 죽어갔습니다.
사할린 동포회의 끈질긴 노력과 한․일 양국정부의 지원으로 1994년 영주귀국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1997년부터 현재까지 약 3,800명이 영주 귀국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서천에 영주 귀국한 사할린 동포를 끝으로 대규모 영주 귀국은 종료하게 됩니다.
1세 유자격자의 경우 항공편 및 입주 시 생활용품은 일본정부가 지원하며 생계비 등 복지급여는 한국정부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상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책정하여 지원하고 있습니다.
1997년 인천 사할린 복지회관, 안산 고향마을에 입주를 시작했으나 최근에는 국민임대주택에 고 연령순으로 희망자를 신청받아 경기 인천, 김포, 화성, 파주, 오산, 충북 음성, 충남 천안, 아산, 경남 양산, 김해에 이어 마지막으로 충북 제천, 충남 서천에 입주하게 되었습니다.
서천 입주세대는 55세대 108명으로 모스크바, 블라디보스톡, 마까로브, 알마티, 사할린 등지에서 영주귀국 신청을 받아 국적취득 절차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사할린 동포들은 국내 입국 후 국적취득, 주민등록 및 주민등록증 발급, 여권발급, 1세 무자격자와 2세 배우자의 외국인 등록 등 행정적인 절차와 함께 수십 년간 생활하던 보금자리를 떠나 새로운 삶을 위해 적응해야 합니다.
고국의 친지들을 만나는 기쁨과 함께 사할린의 가족들과는 생이별의 안타까움을 함께 갖고 있는 사할린 동포들! 한국생활 부적응으로 러시아로 돌아가는 경우 재차 영주귀국 신청은 불가하기 때문에 서천을 고향삼아 행복하게 잘 살기를 군민 모두는 기원합니다.
부디 이곳 서천이 어머니의 품처럼 따스한 마음의 정착지가 되도록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