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전염병에 대한 소고
가축전염병에 대한 소고
  • 편집국 기자
  • 승인 2010.06.07 17:34
  • 호수 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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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용 제 /충청남도 농림수산국장

 

▲ 서용제 충청남도 농림수산국장

올 초 경기 포천에서 시작된 구제역은 연천, 강화, 김포, 충주를 거쳐 4월 30일 우리도 청양에서까지 발생되고 말았다. 충남 가축방역을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그동안 현장방역에서 체험한 소소하지만 향후 가축방역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적어본다.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등 악성가축전염병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안전지대는 아니다. 중국, 몽골 등 주변국에서는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등이 수시로 발생되고 있으며, 다양한 유입경로를 통해 금년에도 일본에서까지 발생되었다.
우리와는 조금 다른 방역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일본은 4월 20일 미야자키현에서 사육하는 번식우 3두에서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이후 5월 18일 “구제역 비상사태 선언”시까지 29일 동안 138농가로 구제역이 확산되었으며, 현재 2백3십여 농가에서 15만여두를 살처분해야하는 사상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이는 우리가 양성판정 즉시 신속하게 살처분․매몰하고, 발생농장을 중심으로 500m, 3km이내의 우제류를 매몰하는 것과는 달리 발생농장의 우제류에 대해서만 살처분을 실시하고, 양성판정에서 살처분 완료시까지 4~5일, 길게는 10일 이상 소요됨으로써 초동방역에 실패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 생각된다. 또한, 우리 충청남도에서만 공무원, 군․경 등 하루 2천여명 이상이 동원되고, 2백여 개가 넘는 방역 통제초소를 운영한 것도 더 이상의 확산을 방지하고, 조기에 종식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근본 토대가 되었지 않나 생각한다.

악성가축전염병의 발생은 축산농가는 물론이고 사회․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다. 금년 우리도에서는 2건의 구제역이 발생되어 49농가에 6,501두를 살처분하였으며, 살처분 가축에 대한 보상금액만 50여억원에 달한다. 보상금뿐 아니라 확산방지를 위해 100억이 넘는 방역비용과 사회적으로도 많은 불편과 부담을 감수해야만 했다.

매번 반복되는 악성가축전염병의 발생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은 없는가? 라는 자문을 해보지만, 우리나라 주변국에서 지속적으로 질병이 창궐하고 있으며, 인적, 물적 이동량이 많아  유입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국토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전국 2위의 축산규모를 가지며, 종축, 사료 등 다양한 유통체계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충남이 그만큼 발생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제 매번 반복되는 악성가축전염병의 발생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현재의 방역 시스템은 그동안의 발생에 따른 문제점을 보완하여 체계를 갖추어 왔으나, 발생위험이 보다 높은 경기, 충청, 전라도의 경우 유통망을 통제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방역시스템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즉, 2000년 이후 그동안의 발생상황을 생각해 볼 때 최초 발생은 발생국으로부터 유입되었지만 추가 확산은 축산물의 유통망을 따라 확산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이러한 유통망을 어떻게 차단하고 관리할지를 보다 면밀히 검토하여 방역매뉴얼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의 “구제역 긴급행동지침”은 발생지역에 대한 현장 방역 매뉴얼이 중심이 되어 있어, 비발생지역과 인접지역에 대한 현장 적용에 몇 가지 부적합한 면이 없지 않았다.

첫째, 방역대를 중심으로 설치되는 이동통제초소는 그 기능과 역할이 분명하지만, 규격화된 초소설치 매뉴얼이 없어 초소간 소독에 차이를 보였다.  
둘째, 발생지역에 대한 방역조치는 비교적 상세하게 다루어지고 있으나, 인접지역 및 비발생지역에 대해서는 차별화된 지침이 없어 시․ 군간 방역추진에 혼선을 빚기도 했다.
셋째, 발생지역을 중심으로 이동제한 기간 중에 치러지는 여러 축제 및 행사에 대한 행동지침이 없어 행사를 준비하는 부서간의 혼란도 있었다.

이러한 과제들은 금번 방역추진과정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을 토대로 면밀히 검토하여 관련 운영지침 등을 보완하고, 효율적인 방역이 될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여러 차례의 악성가축전염병을 겪으면서, 우리 국민은 과거에 비해 성숙해진 방역의식과 어려움을 슬기롭게 넘기는 지혜를 몸으로 체득한 것 같다.

그러나, 아직 선진화된 방역의식이 폭넓게 자리잡지는 못하고 있는 듯하다. 도와주고 함께 하는 방역이 아닌, 불편하고 나 이외의 다른 사람들이 하는 방역으로 치부해버리려는 마음이 방역현장의 활기를 조금은 꺾지 않았나도 생각해 본다.

축산농가와 수의사, 인공수정사, 사료, 약품회사 등 축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람들의 방역의식이 보다 선진화되고 철저할 때만이 농장입구까지 유입된 바이러스를 농장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파수꾼의 몫을 해낼 것이다.

무거운 책임감과 중압감을 가지고 종식을 위해 달려온 방역활동을 이제 정리하여 되짚어 보고,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다시 한번 마음깊이 새기며 더 이상의 확산 없이 조기에 종식을 이루어 낼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 주신 육군 제32사단 사령부와 충청남도 경찰청, 소방본부,농․ 축협 관계관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차량통행에 많은 불편을 감수하면서 방역에 협조해주신 모든 도민께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진심어린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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