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형 교육과정과 학생들의 미래
미래형 교육과정과 학생들의 미래
  • 편집국 기자
  • 승인 2010.09.20 11:46
  • 호수 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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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 의 수 /서천고등학교 교사
참으로 어이없는 일들이 전국의 일선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다. ‘2009개정 교육과정’이란 이름이 그것이다. 교과부는 이제 이름까지 ‘미래형 교육과정’이라 고쳐 부른다. 당장 내년부터 초중고 전국의 학교에 적용하여 가르치라고 한다. 교과서도 아직 만들지 않고 말이다.

 

으레 정권이 바뀌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교육과정을 난도질해온 일에 새삼 놀랄 일은 아니었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 것이 아닌가 하여 가르치는 교사로서 화부터 나는 것이다.

정부와 교과부의 이상은 참으로 그럴듯해 보인다. 학부모들의 사교육비를 대폭으로 줄이고, 학생들에게는 학습부담을 덜어주며, 공교육을 정상화시킨다는 게 그 취지란다. 참으로 좋은 말이다.

하지만 그 방법에 있어서는 졸속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학습부담을 줄인다하여 그동안 10여 과목 이상 배워왔던 것을 8과목 이하로 줄인다고 한다. ‘집중이수제’란다. 그러면서 정해진 교육과정의 이수단위를 100%로 할 때 40% 정도를 각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하였다.

수업시간이 적은 과목들(사회, 과학, 도덕, 음악, 미술, 체육 등)은 3년간 배워야 함에도 1년 혹은 6개월만 배우면 끝이다. 이것이 집중이수제다. 한 학기는 밥만 먹고 한해는 나물만 먹는 꼴이니 인성교육과 창의성 교육은 당연히 사라지는 것이다. 아니 침탈당하는 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대입시의 관문인 수능시험에서 비중과 난이도가 높은 영수 과목만을 가르쳐도 좋다는 뜻이란 걸 알만 한 사람들은 다 안다.

게다가 교과부에서는 고교 단계 핵심 기초과목으로 분류한 국어, 수학, 영어 과목의 이수는 더욱 강화하라는 즉, 이들 과목만의 편성권을 대폭 확대하였다.

이는 교과부가 대학의 입시제도를 개선할 생각은 없고, 국영수 중심의 수능 체제 개편안을 만든 것이다. 게다가 2014년부터는 수능시험도 2회로 늘린다고 한다. 국영수를 뺀 사회계열, 과학계열 시험과목은 최대 4과목에서 한 과목으로 줄여 시험을 본다는 것이다. 그러니 일선 학교에서는 이에 맞춰 40%의 교육과정 자율권을 국영수 과목 중심으로 늘리는 것은 당연지사가 아니겠는가.

학부모의 사교육비 경감도 허울에 불과하다. 학교가 국영수 중심의 교육과정으로 운영되니, 소위 일류대학에서는 학생을 선발하는데 더욱 어렵게 시험문제를 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즉 변별력 확보를 위해 시험의 난이도가 높아진다는 말이다.
결론은 뻔하다. 그동안도 늘 그래왔지만 내년부터 전국의 초중고교는 더욱 국영수 몰입의 교육으로 치달으며 입시학원으로 전락될 것이다. 그동안도 그래왔지만……… 이것이 과연 공교육의 정상화인지 교과부에 묻고 싶다.

학부모들의 사교육비는 해마다 꾸준히 늘어만 갔다. 하지만 이제부터 사교육비의 강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즉 최상류층의 사교육비에 견주어 중산층의 학부모들도, 하위층의 학부모들도, 중소도시의 학부모들도 피튀기게 경쟁해야 한다. 허리가 더 휘어야 한다. 그래야만 소위 일류대학에 소중한 자식이 원서라도 낼 수 있으니 말이다. 

자, 이만하면 2009 개정 교육과정은 누구를 위한 교육과정인지, 이러고도 이 나라를 짊어지고 갈 우리 새싹들의 교육과정인지 되묻고 싶다. 자살률 세계 최고인 나라에서, 청소년들의 학습부담이 최고인 나라에서 말이다.

즉 ‘2009 개정 미래형 교육과정’은 그들만을 위한 교육과정인 것이다. 이를 막지 못하는 이 땅의 교사로서 아니 지식인이랄 수 있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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