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교육과 국가경쟁력
경쟁교육과 국가경쟁력
  • 편집국 기자
  • 승인 2010.10.25 10:16
  • 호수 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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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수 / 서천고등학교 교사

▲ 임의수/서천고 교사
자조 섞인 얘기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이 공부잘하기 위해서는, 즉 일류대학에 들어가려면 3가지를 갖춰야 한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든든한 경제력과 어머니의 발 빠른 정보력, 그리고 아버지의 철저한 무관심이랍니다. 할아버지의 경제력은 아시다시피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손자까지 미쳐야만 그 도움으로 외국 유학이라도 기댈 수 있고, 엄마의 앞선 정보력은 유치원부터 유능한 과외·학원교사, 일류강사 섭외…, 학군 좋은 곳의 이사와 전학, 특목고, 자사고 등을 거치는 대입시까지의 완벽한 매니저 역할이 되겠습니다. 아버지는 자녀 교육에 무관심해야만 입시에 성공한다는 말이지요.

교육수준 높지만,
가족·친지 찾아보는 횟수 적다

며칠 전 MBC의 한 프로에서 초등학생의 시 한편이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아빠는 왜?’란 제목의 시였습니다. ‘엄마가 있어 좋다…/ 냉장고가 있어서 좋다…/ 강아지가 있어 나랑 놀아줘서 좋지만/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라는 시 입니다. 물론 그 학생만의 생각이지만 냉장고와 강아지만도 못한 아빠의 존재감에 혀를 찹니다.

2007년 어느 대학교수가 발표한 국제적 통계가 있어 살펴보았습니다. 부모의 소득과 자녀 접촉의 빈도에 대한 상관관계를 나타낸 것으로 부모를 찾아뵙는 횟수를 계산한 것입니다. 즉 ‘효도지수’를 통계낸 것으로서, 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최하위였습니다. 그 다음은 일본이었고요. 가장 높은 나라는 프랑스와 영국 순이었지요.
우리나라는 교육수준이 높지만 부모와 가족 친지를 찾아보는 횟수가 가장 적다는 설명입니다.

이처럼 비뚤어진 경쟁교육은 동방예의지국이란 단어까지 무색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입니다.

이제는 출산율도 세계에서 최하위가 되었습니다. 각 지자체에서는 비용의 차이는 있지만 출산장려금까지 지급하고 있습니다. 내년부터 셋째를 낳으면 1000만원, 넷째를 낳으면 2000만원까지 지원한다는 지자체도 생겨났습니다. 그런데도 출산율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당연합니다. 자녀의 교육비가 너무 많이 들어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출산율 저하는 노동력 감소로 이어져 국제경쟁력은 불 보듯 떨어질 것입니다.

이처럼 부의 불균형과 학교의 줄 세우기 경쟁교육이 오히려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무심코 믿는 것이 학생들을 경쟁시키면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도 살아난다고 믿는 잘못된 판단입니다. 그렇다면 선진국들도 우리처럼 이렇게 줄 세우기의 주입식·암기 위주의 경쟁교육을 시행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입니다. 전혀 아닙니다. 그들은 이미 70, 80년대에 교육과정을 완전히 바꾸었습니다.

학교의 내신 성적도 절대평가이며[우리나라는 철저한 등급별 상대평가] 모둠(분단)별로 협동학습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또한 모든 평가는 주관식으로 단답형이 아닌 서술형, 논술형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성적표의 석차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중등교육은 정부에서 보는 일제고사부터 시작해 모두가 객관식 위주의 한 줄 세우기 평가입니다.

국가나 기업의 경쟁력이 살아나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소속된 개개인의 창의성만 가지고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와 더불어 집단적사고와 함께 팀워크가 잘 이뤄져야 질 높은 제품이 나오고 기업의 경쟁력이 살아나는 것이지요.

그런데도 우리나라 교육관료들은 학생들의 책가방 무게를 줄여주겠다, 배우는 과목수를 줄인다, 사교육 비용을 줄이겠다는 얄팍한 명분으로 ‘2009 미래형교육과정’ 이란 해괴한 교육과정을 내년부터 모든 학교에 도입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기본과목인 영·수는 시간수를 늘린다는 논리입니다. 그렇다고 학생들의 학습량이 줄어들까요. 학부모의 사교육비도 감소될까요. 지금보다 더 치열하게 경쟁만 난무하는 교실이 될 것입니다. 

창의성과 함께 뛰어난 사고력, 그리고 팀을 위해 협력하는 학생들을 사회에 배출해야 함에도 학교교육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니 대학에서 배출되는 졸업생은 넘쳐나도 기업에서는 쓸 만한 인재가 없다고 아우성인 것이지요. 아니 신규사원을 뽑자마자 팀을 만들어 연수란 이름으로 재교육을 시키고 있습니다.

줄세우기 경쟁교육으로
국가 경쟁력 약화

이처럼 사교육을 무한정 받으면서도 학교에서의 줄 세우기 공교육으로 다져진 학생들은 개인 간 경쟁에만 길들여졌지, 잠재력 개발이나 협력학습과는 무관한, 즉 집단의 경쟁력을 키우는 교육이 되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이제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아니 기업의 경쟁력과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도덕적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위해서라도 교육과정이 질적으로 변화되어야 합니다. 무상급식이 지난 선거에서 대세를 이뤘듯이, 개인의 교육비용의 지출도 국가에서 부담하고, 경쟁과 사교육비만 조장하는 ‘2009 미래형교육과정’도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정으로 새롭게 새판을 짜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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