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청의 지방자치 나들이 <마지막>
미청의 지방자치 나들이 <마지막>
  • 뉴스서천
  • 승인 2002.11.21 00:00
  • 호수 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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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권력, 시민단체
11월 18일, 아침에 창문을 여니 온 세상이 환하더군. 눈에 덮인 서천 땅이 참으로 아름다워 가슴이 벅찼습니다. 햇살이 내려 쬐나 싶더니 흰눈은 흔적도 없이 어느 사이 녹아버렸습니다. 그리고 오늘부터 ‘청소년수련관 건립을 위한 시민의 모임’에서 일인 시위를 시작하는 날인데, 해가 나니 다행이다 했지요.
요즘 서천에서는 민간 활동이 왕성합니다. 각종 공연, 미술· 꽃꽂이 전시, 강연회 등이 끊이질 않더군요. 특히 김인규 선생이 대도시에서 성공적으로 개인전을 하고 처음으로 서천에서 전시회를 가진 일은 감동이었지요. 이런 일들은 일부 관의 지원을 받지만, 대개 시민단체나 개인이 주관하고 기획한 것들입니다. 그만큼 서천의 시민 활동이 왕성하다는 반증이지요. 이쯤해서 우리는 시민활동이란 것에 대하여 한번쯤은 검토해볼 일이겠습니다.
NGO(Non-Governmental-Organization)는 통상적으로 시민 단체라 불려 집니다. 이런 시민 단체는 정치권력, 경제 권력에 이어 제3의 권력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세계적인 추세지요. 그만큼 시민단체들의 위상과 힘이 커졌다는 말입니다. 우리 서천에도 그동안 많은 NGO를 자처하는 단체들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자기들이 그렇게 부른다고 해서 진정한 NGO가 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첫째는 정부와 시장의 견제 역할을 하고 둘째로 민주주의 참여의 장이 되어야 하며, 셋째로 비시장적(Non-Market) 재화나 서비스의 생산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비영리라는 전제가 붙게 됩니다.
오늘날 이 단체들의 활동은 사회복지, 인권, 환경보호, 교육, 소비자권익, 의료에서 지역경제까지 다양합니다. 서두에 ‘청소년수련관 건립을 위한 시민의 모임’이란 것을 언급했습니다. 이는 시민단체들이 어떤 사안에 대하여 효과를 극대화 하고자 연대하는 형식의 한 부류입니다. 그동안 <유권자 권리찾기>나 <국회의원후보자 초청토론회>를 위한 시민연대가 이런 것입니다. 시민 단체들의 역할을 볼 때 어느 정도 위상과 힘을 갖추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여집니다.
그렇다면 서천에서의 NGO 역할은 어느 정도 일까요. 우선 아직 그 힘이 미약하고 그동안 이렇다할 시민 모임의 역할을 볼 수 없었던 탓인지, 받아들이는 상대도 무게를 두지 않고 있는 듯합니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지금 서천에 쟁점이 되고 있는 ‘청소년수련관 건립’문제로 의회와 시민의 모임 측이 간담회를 가졌었습니다. 시민의 모임 측은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자료를 준비하여 브리핑을 했지요. 두 시간 가까이 가져진 간담회 끝에 “우리 13명의 의원은 이미 문화의 집 쪽으로 결정했으니까 그렇게들 알고 가십시오”라는 한 의원의 말에 참석자들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일입니다. 이 정도라면 간담회란 걸 가질 필요가 없는 게지요. 시민의 의견을 듣자면 결정이 되기 전에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말이 됩니다.
제 사견으로는 시민모임이 시민들의 견제를 받을 만큼 권력을 갖기 바랍니다. 제가 속해 있는 서사모에 시민들께서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는 문제해결을 호소해 오는 것을 보며 더욱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시민모임 활동 초기나 표면적으로는 정부기구와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지만, 많은 부분에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악어와 악어새처럼 말입니다. 이 이유 때문에 시민단체들의 재정을 어느 정도 정부가 책임지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는 의회와 집행부도 마찬가지지요. 서로 감시해야할 부분이 있고 대의를 위해선 협력해야 할 부분이 있겠습니다. 이때 파생되는 부정적인 뒷거래, 결탁 등을 또 다른 시민의 눈들이 견제해야 하겠습니다.
오늘까지 9회에 걸쳐 <미청의 지방자치 나들이>를 연재했습니다만, 결국 모든 것의 주인은 서천군민 한 분 한 분이며, 또 모든 책임 또한 그렇다는 생각입니다. 다수의 의견이 반영되고 소수의견 또한 묵살 당하지 않는 참된 민주주의가 서천에 정착되길 바라면서 제 나들이를 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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