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쳐 흐르는 강은 대지의 혈관
굽이쳐 흐르는 강은 대지의 혈관
  • 박병상/칼럼위원(인천도시생태연구소 소장)
  • 승인 2010.12.06 13:06
  • 호수 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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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238호 어름치는 금강에 산다. 아니 살았다. 1972년 국가 문화재로 지정했어도 사라지고 말아 1978년 전국의 어름치를천연기념물 259호로 확대 지정해야 했다.

현재 어름치는 한강 수계의 상류에 제한 분포한다. 덩치가 20에서 30센티미터에 이르고 옅은 갈색 몸의 아가미 뒤에서 꼬리까지 작은 검은 점이 예닐곱 줄 이어지며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를 가르는 세 줄의 흑색 무늬가 독특한 우리의 고유종은 시방 풍전등화다.

빙하가 지구 표면을 덮던 시절 황하강과 양자강의 상류였던 우리나라 하천들은 저마다 독특한 고유종을 자랑하는데, 그 중 어름치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천연기념물이자 고유종이다.

보존가치가 그만큼 높지만 최근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경쟁적 골재채취로 터전이 파괴될 뿐 아니라 먹이마저 쫓겨나기 때문이다. 깨끗한 모래와 자갈이 깔린 바닥에서 곤충과 갑각류를 즐기고, 산란을 준비하면서 다슬기를 집중적으로 먹는 습성을 가진 어름치에게 골재채취는 커다란 위협이아닐 수 없다.


물고기 멸종 강요하는 4대강사업

여름밤 하늘을 수놓는 반딧불이의 애벌레는 슬기를 먹고 자라는데, 다슬기는 물이끼를 어야 산다. 차고 깨끗한 물이 흐르는 계곡에  광합성을 하며 바위와 자갈에 옅은 초록으로 단단히 붙는 물이끼는 흙탕이 천적이다.
분별없는 산간 도로공사나 골재채취로 이는 탕은 하천 바닥을 뒤덮어 물이끼의 광합성을 방해할 뿐 아니라 뿌리를 들어내게 한다.

물이끼가 없으면 반딧불이는 사라질 것이며 름치도 정든 하천을 떠날 수밖에 없다.

늦은 봄이나 이른 여름, 흐름이 완만한 하천의 바닥에 웅덩이를 파고 알을 낳은 뒤 모래와 자갈을 5센티미터 이상 덮어 산란탑을 쌓는을 름치에게 흙탕은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

산란탑에 흙탕이 끼면 산소공급이 차단되는 알은 부화되지 않을 게 아닌가. 그나마 일부분에서 실시되는 골재채취는 멸종으로 몰지 않지만 얼음이 채 녹기도 전부터 24시간, 노동자가 과로로 쓰러질 지경으로 강 전역을 난폭하게 파헤치는 목하의‘ 4대강 사업’은 어름치의 멸종을 강요한다. 10여 년 전부터 복원을 위해 치어를 금강에 방류하는 국립수산과학원의 노력은 물거품이 될 것인가.

건강한 강은 예나 지금이나 직선으로 흐르지 않는다. 지구의 자전축이 23.5도 기운 상태에서 태양을 공전하는 한, 굽이쳐 흐르는 강은 다채로운 생태계를 펼쳐주었다.
강은 대지의 혈관이다. 주위의 생태계가 보전되도록 지하수와 습지를 유지해주었다. 해마다 반복되는 홍수와 가뭄은 강의 생명현상이다. 이따금 범람했던 강이 갈수기에 넓은 강폭을 드러내며 조용히 흐르는 변화는 혈관의탄력성이다.

덕분에 수분과 영양물질을 제때 공급받는 생태계는 건강한 후대를 이어갈 수 있었다. 생태계는 강의 오랜 생명현상에 적응해왔다. 홍수가 들었을 때 물고기는 범람원에 알을 낳았고, 물고기가 성장했을 때 기웃거리는 동물들은 살을 찌웠다. 동물이 건강해야 식물도 건강할 수 있는 건 불문가지.

국토의 65퍼센트가 경사가 급한 산지로 구성된 우리나라는 몬순기후대에 속한다. 내리는 비가 장마철 전후의 여름 한철에 집중된다.
큰비는 계곡을 거세게 휘몰아치며 상류에 거대한 바위를 포개놓았고 곤두박질치며 넓은 바위에 소를 파놓았다.
강폭이 넓어지면 강물은 호박돌과 모래와자갈을 남기며 어귀마다 넓은 백사장을 펼쳐놓았고 모래와 자갈에서 더욱 정화된 강물은 하류로 흐르며 곱디고운 흙을 하구와 해안에 끊임없이 내려놓았다.

그게 다가 아니다. 지구촌에서 유래가 드물게 간만의 차가 큰 우리나라의 조수는 강이 내려놓은 고운 흙을 넓은 조간대에 두툼한 갯벌로 펼쳐놓았으니 상류의 계곡에서 해안의 갯벌까지, 강이 창출한 다채로운 생태계에 수많은 생물들이 어우러질 수 있었다.

좁은 국토에 인구가 넘쳐도 건강할 수 있었던 건, 강이 펼치는 생태계 덕분이었다. 홍수를 타고 내려온 흙은 기름진 평야를 제공했고 강과 갯벌은 풍성한 단백질을 무한히 허용했다. 수천종의 나무와 식물이 켜켜이 남긴 부엽토는 스펀지처럼 빗물을 머금어 여름은 물론 강우량이 적은 가을부터 산불이 빈번할 정도로 메마르는 봄철까지 맑은 물을 흘려보냈다.

덕분에 한반도에 첫 터전을 정한 조상 이래 오늘까지 우리는 삶을 보전할 수 있었다. 어름치
와 더불어. 흐름을 잃으면 강물은 썩는다.영겁을 흐르던 우리의 4대강은 이제 작별을 고하려 한다. 강에 삶을 의탁해왔던 인간이 배은망덕하게 돈벌이를 위해 살해하려 들기 때문이다. 우리 삶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4대강 혈관의 살점을 깊게 떠낸 뒤 대형 콘크리트보로 흐름을 틀어막는 당대에 의해. 탄력을 잃은 혈관은 체내에 산소와 영양분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한다.


흐름을 잃으면 강물은 썩는다.

혈관은 쉽게 감염될 것이다. 직선으로 좁아져 단조로워진 수중은 물론이고 주변 생태계도 콘크리트 제방과 보 탓에 수분과 영양분 공급이 차단돼 붕괴되고 말 것이다.
과학기술을 앞세우는 인간도 생태계의 자손이다. 강과 생태계와 후손의 생명은 돈벌이를위해 살해해야 할 대상일 수 없다. 생명을 받은 자라면 그런 불경한 상상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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