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래도 북한에게 쌀을 보내야 하나요?
저래도 북한에게 쌀을 보내야 하나요?
  • 문 영 칼럼위원
  • 승인 2010.12.13 00:17
  • 호수 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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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말, 나른한 오후의 햇살이 유리창으로 스며드는 모 초등학교 방과 후 논술수업 시간이었다. 

“선생님, 북한이 연평도에 대포를 쏘았대요.”

“나도 TV에서 봤어요. 읍사무소에도 포탄이 떨어져서 사람들이 막 도망갔어요.”

“선생님, 북한 놈들이 우리를 괴롭히는데, 우리나라는 왜 맨날 북한에 쌀도 주고 시멘트도 주는 거예요?

그렇지 않아도 남북문제에 대한 논술 수업이 있을 때마다 북한에 구호품을 보내는 것에 의견이 분분했었는데, 그날은 수업이 시작되자마자 연평도 사태에 대한 불안과 격분의 말들이 여기저기서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어찌 답을 해야 하나 난처해하고 있는데, 아이들은 또 묻는다. ‘전쟁이 일어날까요?’,  ‘무기는 누가 더 많은가요?’ 또는 ‘전쟁하면 누가 이길까요?’와 같은 질문들이다.

나는 아이들의 질문에 답해줄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그 상황을 모면할 생각을 찾느라 바쁘게 머리를 굴렸다. 높은 사람들 말처럼, 아니 국민 대부분의 생각처럼 ‘전면전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에게서 이권을 챙기려는 국지적 도발이다.’하고 안심시켜야 옳은 일인지, ‘수도권이 몽땅 북한의 미사일 사정거리 안에 들어 있어서 수도권이 금방 박살날 수도 있지만…….’하고 말해주어야 할지……. 우선 할 말이 너무 많은 아이들의 시선을  피한 내 머릿속에 그날의 연평도 모습이 떠올랐다.

우리는, 우리 군대가 누구보다 막강하고, 성능이 좋은 신무기와 전투기를 더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위력도 우리가 월등하다고 배웠다. 그런데 불길에 휩싸인 연평도를 보며 무기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같은 민족이라며 그들의 배고픔을 걱정했고, 같은 민족인데 하물며 공격해올까 하는 안일한 생각을 마음 한 구석에 가지고 있던 어리석음이 후회되었다.

내일의 끼니를 걱정하면서도 대량살상무기 제작에 혈안이 되어있다는 보도를 접하며, 그들의 속셈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핑계를 대고 다시 도발해 올지 두렵다.

우리는 그동안 휴전이라는 것을 잊고 살았다. 휴전은, 전쟁을 잠간 쉬고 있는 상태인데 우리는 그 불안한 시간 위에 경제와 문화를 쌓아왔다. 쉬고 있던 60년 전의 전쟁이 밑바닥에서 다시 꿈틀거리는 것 같아 두렵다. 우리 세대야 가물가물 할망정 그 두려움을 체험했으나 아이들은 전혀 경험 없는 가상현실과 맞닥뜨린 셈이니 오죽 불안하겠는가.   

갈수록 도가 심해져가는 북쪽의 도발도 문제지만 경제성장에 힘입어 최강국이 되어가는 중국의 자기 방어적 태도에서 나오는 모호함이 더욱 큰 문제다. 지금으로는 우리의 아들들에게 국토방위를 맡기고 국가와 정부를 믿으며, 내가 할 일에 최선을 다하는 길 밖에는 할 일이 없다는 것이 더욱 불안하다.
나는 오늘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답해줄 말을 준비한다.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 허나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니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마라. 그리고 지금은 아니지만 북한에 쌀을 보내야 하는 것도 맞는 말이다. 지금 너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공부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 이 글의 내용은 본지의 논조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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