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년을 서로 사랑하는 해로
신묘년을 서로 사랑하는 해로
  • 권기복 칼럼위원
  • 승인 2011.01.08 02:59
  • 호수 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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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기복 칼럼위원
연말연시에 ‘귀여운 토끼처럼 서로 사랑하고 밝은 한 해’가 되길 빈다는 문자 메시지가 줄줄이 들어왔다. 아마 절반이 넘는 것 같았다. 이처럼 새해 벽두부터 ‘사랑’의 메시지를 강력하게 받은 것은 올해가 처음인 것 같다. 심지어 동료 직원들이 모인 자리마다 ‘서로 사랑하는 새해’를 외치기가 일쑤였다. 무엇이 우리 사회에서 그 흔하디흔한 ‘사랑’을 목 메이도록 외치게 만드는 것일까?

지난해는 ‘천안함 사건’으로 시작하여 ‘연평도 폭격 사건’의 충격 속에 연말을 보내면서 6.25전쟁 이후에 남북 간 가장 큰 대립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한반도가 세계 뉴스의 중심지가 되고, 신 냉전의 폭풍이 금시라도 들이닥칠 것만 같은 분위기로 치닫고 있었다. TV에서는 연일 ‘남북한의 무력 대결과 상황 비교, 북한의 화력에 의해 경기도까지 불바다가 될 수 있다.’는 가슴 시린 장면으로 도배됐다.

국내 상황도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국회는 국회대로 대립과 갈등의 철로 위에 서 있고, 국가 정책은 현장 곳곳에서 삐걱거리고 있었다. 시민 가까이 다가선 것처럼 보였던 청와대와 국회는 너무나 먼 곳에 존재하였다. 지독한 불통의 시대였다. 어느 사회학자가 가혹하게 외친 것처럼 ‘민주정치도 노예정치와 다를 바 없다.’는 말이 실감나는 한 해였다.

사회조직 내에서도 말없이 주어진 일만 수행할 뿐, 대화의 문은 꼭꼭 걸어 닫고 있었다. 대화의 통로는 곳곳마다 닫혀 있고, 그 닫힌 벽에는 오해와 불신의 낙서가 난무하였다.

우리 민족은 토끼를 순결함과 평화로움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이상향의 일번지인 달에 계수나무와 함께 토끼가 방아를 찧는 풍경을 그려 넣었다. 또한 토끼는 귀여움과 사랑의 상징물이기도 하다. 고려청자부터 오늘날의 공예품에 이르기까지 여러 방면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대상물이 되어 주고 있다. 특히, 유난히 동그랗고 빨간 눈은 깜깜한 세상도 다 비춰볼 것만 같고, 큰 귀는 세상의 말을 다 주워 담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이런 토끼가 우리 민족성과 너무나 닮아서 더더욱 사랑을 받는가 싶기도 하다.

또한 토끼에게는 슬기로움이 있다. ‘토끼전’으로 잘 알려진 전통소설은 <삼국사기>에 나오는 구토설화(龜兎設話)를 제재로 한 우화소설이다. 거북이의 꾐에 넘어가 용궁에 찾아갔다가 간을 내놓아야 하는 위기에 몰린 토끼가 꾀를 내어 육지로 되돌아온다는 내용이다. 이는 ‘토끼와 거북이’이라는 동화로, ‘수궁가’라는 판소리 등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백제의 공격으로 절대절명의 위기에 몰린 신라의 김춘추가 고구려에 도움을 청하러 갔다가 오히려 옥에 갇히게 된다. 김춘추는 고구려의 신하인 선도해(先道解)에게 구토설화(龜兎設話)를 듣고, 토끼의 지혜를 이용하여 탈출에 성공하게 되었다.

어떤 분이 있다. 아랫사람이 소통이 안 된다고 하니, ‘나만큼 많은 사람을 만난 사람이 있는가?’ 라고 되묻더란다. 소통은 사람을 많이 만난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의 말을 들었어도 한 귀로 들은 말을 다른 한 귀로 흘려버리면 헛일이다. 마음에 담아야 한다.

그들의 말을 통해 그들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발현되어야 한다. 나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진실되게 고민하여야 한다. 사람의 말을 다른 한 귀로 흘려버리고, 아성만 쌓으려 하면 소통이 아닌 불신만 팽배해질 뿐이다.

‘귀여운 토끼처럼 서로 사랑하고 밝은 한 해’가 되자는 말을 되새겨 본다. 지난 한 해가 호랑이처럼 으르렁거렸다면, 새해에는 토끼처럼 서로서로를 이해하고 감싸주기 바란다. 동그란 눈과 커다란 귀로 바르게 보고 들어서 이해와 사랑이 가득한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우리 한반도부터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하고, 남북 간에 사랑의 꽃을 피워 지구촌 전체가 사랑으로 가득 물들게 되기를 진심으로 빌어본다.

올해를 서로서로 사랑하는 ‘사랑의 원년’으로 삼자. 지난해의 앙금을 깨끗이 비우고, 서로서로를 이해하자. 모든 사람들 서로 간에 시원하게 소통이 오가는 행복한 신묘년, 맑은 해를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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