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한산 사랑의 집’
더불어 사는 ‘한산 사랑의 집’
  • 최정임 기자
  • 승인 2011.01.22 01:03
  • 호수 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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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사각지대에 방치된 노인들 돌봐
얼굴만큼 따뜻한 마음 소영란 원장

▲ 한산 사랑의 집 소영란 원장.
노인복지서비스가 하나의 산업으로 변화되고 있는 요즘, 돈벌이를 위해서가 아닌 단지 오갈 데 없는 노인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기를 실천하고 있는 한산 사랑의 집(한산 송산리) 소영란 원장을 만나 요즘 근황을 들어봤다.

“어르신들과 따뜻한 음식을 나눠먹고 함께 생활하며 추운 겨울을 날 수 있는 집이 있으니 감사하다”고 그녀는 말했다. 하지만 이것저것 묻고 대답을 듣다 보면 안타까움에 마음이 무거워지는 건 어쩔 수 없다.
80%이상의 공동생활시설이 요양기관으로 전환해 장기요양보험을 통한 시설입소비 등을 받아 영리를 추구하고 있지만 소영란 원장은 그 길 대신 노인공동생활시설을 택했다.

시설입소비를 낼 수 없어 다른 시설로 갈 수 없는 노인들의 여생을 함께 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녀가 돌보고 있는 노인 11명이 모두 복지국가를 표방하는 정부가 보호해주지 않는 복지사각지대에 방치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들 중 단 한명도 장기요양등급을 받지 못했단다. 자식들이 있어 기초생활수급자로 인정될 수 없는 사람들이란다.

그 자식들에게 버림받긴 했지만 경제능력이 있는 자녀가 있기에 정부로부터 아무것도 지원받을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 준다 해도 의료비 지원받는 정도가 고작이라는 것이다. 11명 중 3명이 겨우 생활비를 내고 있고 그 돈으로는 한 달 난방비 100만원을 충당하기도 벅차다. 나머지는 온전히 그녀의 몫이다.

“이 곳에 오신 분들은 자식들이 일 년 내내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고 전화 한번 하지 않아요. 돌아가셔도 연락하지 말라고 한 자식들도 있었어요”라며 그녀는 마음 아파했다. 그리고 “내가 가진 ‘건강’이라는 재산으로 그 분들을 돌볼 수 있고 한산교회 분들이나 김무열 파출소장님, 의용소방대 분들처럼 도와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다행이에요”란다.

그녀를 만나기에 앞서 잠시 얘기를 나눴던 친정어머니(박억희·62)가 “자식이 서너명씩 있어도 한 번을 찾아오는 사람이 없는데 남의 부모를 이렇게 돌보는 걸 보면 내 딸이지만 어쩔 땐 천사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사서 고생하는 게 안쓰러워 몰래 울 때도 있다”고 한 말이 떠올랐다. 그녀의 어머니 역시 그녀를 돕기 위해 서천으로 와 요양보호사로 무료봉사하고 있다. 그리고 그녀 슬하의 삼남매 역시 그런 그녀를 보고 배우며 자라고 있다.

실질적으로 가족들에게 버림받은 이들을 방치하는 정부가 원망스럽기도 하련만 소영란 원장은 그저 “불평 없이 도와주는 남편(한용희·51)과 가족들에게 고맙고 그냥 몰래 와서 농사지은 쌀, 콩 등을 놓고 가시는 분들에게 감사한다”며 “모시고 있는 어르신들이 돌아가시는 날까지 잘 돌봐드리는 게 작은 바람이에요”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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