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엄마(4)
늙은 엄마(4)
  • 뉴스서천
  • 승인 2002.03.14 00:00
  • 호수 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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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냐? 우리 민지 친구냐?”
엄마가 먼저 아는 체를 하신다.
“으응? 우리 반. 박남호.”
“남호, 순대 좀 먹을래?”
“아니에요. 저도 사러왔어요. 아줌마 순대 이천원 값 주세요.”
남호는 아줌마가 긴 순대를 칼로써는 동안 힐끔힐끔 우리 세 사람을 쳐다보았다.
“고모, 아∼”
준영이가 순대 하나를 집어 내 입에 넣어주려고 했다.
‘평소에는 아무리 시켜도 고모라고 안 하더니…….’ 나는 남호의 표정을 살폈다.
“아이고 우리 준영이보게, 고모 하나 먹으라고 집어주네, 아, 얼른 받아줘라. 준영이 팔 아프것다.”
엄마는 준영이가 이쁘기만한지어서 입을 벌리라고 재촉하신다.
마지못해 입을 벌려 받아먹고 고개를 드니 남호가 “안녕히 계세요” 인사하며 문을 열고 나간다.
갑자기 가슴이 턱 막혀왔다.
다음 날 학교에 가니 아니나다를까 남호가 내 자리를 지나쳐가며 오랫동안 참았던 말을 내뱉는다.
“넌 벌써 고모냐?”
“……”
못들은 척 가방을 뒤적거리는데 “뭐? 고모? 누가 고모야?”
짝꿍 태민이가 남호에게 묻는다.
“누군 누구야? 이민지가 벌써 고모가 되었다니까.”
“그럼, 어떻게 되는 거야…”
내 눈치를 슬금슬금 보며 태민이가 손가락을 펴 뭔가 따지는 듯 한다.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
“어떻게 되긴 뭐가 어떻게 돼? 우리 오빠가 결혼을 해서 낳은 아이가 날 고모라고 부르는 거지. 그것도 몰라!”
어디서 그렇게 큰 목소리가 터져 나올 수 있었는지 나도 모르겠다.
순간 시끄럽던 교실이 조용해지면서 몇몇 아이들은 내 주위로몰려왔고, 또 다른 아이들은 서로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공부 시작종이 울리는 걸 들었지만 나는 더 이상 교실에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실내화를 신은 채 운동장으로 나왔지만 어디로 갈지 몰라 망설이다가 잎이 다 떨어져버린 플라타너스 아래 놓여있는 그네로 걸어갔다. “삐이익” 기름칠을 하지않아 그네에선 소리가 났다. 소리를 내지 않으려 엉덩이에 힘을주고 그냥 걸터앉아있는데 멀리 두리번거리는 새인이의 모습이 보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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