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들어가는 어심(漁心)… 우량종자 개발 서둘러야
타들어가는 어심(漁心)… 우량종자 개발 서둘러야
  • 김기웅/서천군수산업협동조합장
  • 승인 2011.01.31 11:27
  • 호수 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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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웅/서천군수산업협동조합장
서천 앞바다가 심상찮다. 바다 피해는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각하다. 2009년 강풍피해에 이어 김엽체 황백화까지 연속으로 겹친 악재와 해마다 증가하는 가계부채에 우리 어업인들의 마음은 타들어가고 있다.

이는 한 해 농사를 뒤엎고 망연자실한 농업인, 구제역과 조류독감 때문에 가축을 생매장해야 하는 축산인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타들어가는 어심(漁心)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서천김,’ 더 나아가 서천군 경제를 끌어가는 지역수산업에 대한 미래에 충분한 고민이 없다는 사실이다.
서천 김의 현실을 들여다보자.

군이 ‘서천김’의 경쟁력강화를 위해 신활력사업비 250억 원을 쏟아 부었지만 여전히 우리김은 전국의 내로라하는 김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서천김’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서천연안 특성에 꼭 들어맞는 맞춤 우량종자 개발 및 대량배양이 불가능하고 이로 인해 양질의 원초를 안정적으로 생산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우량종자개발을 통한 양질의 물김확보는 김산업 발전과 지역어업인 보호를 위해 반드시 선행됐어야 할 최우선 과제다.

그러나 현재의 김 산업은 지나칠 정도로 가공 쪽에만 치우쳐 있다. 군내 가공 공장수는 63개소로 물김 생산량을 고려할 때 지금도 포화상태다. 사정이 이런데도 군은 70여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별도의 김가공특화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란다. 농업으로 치자면 고품질 쌀 생산보다는 방앗간 증설에만 행정력과 예산을 소모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서천김’은 해마다, 어업인마다, 지역마다 맛과 질이 다르다.
실제로 우리조합이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물김 위판을 실시해봤더니 물김 상태가 어업인마다, 생산되는 지역마다 들쭉날쭉 제각각이었다.

품질이 우수하고 내병성이 강한 우리만의 맞춤종자가 없다 보니 지역어업인들은 1,000만원에서 많게는 5,000여만 원의 비용부담과 양식실패라는 심적 부담을 떠안으면서까지 목포, 부산, 일본 등 타 지역과 타국의 종자가 혼합된 잡종을 구입, 분망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혼합 배양된 종자의 안전성을 검증할 수 있는 기관이나 제도적 장치가 전혀 마련되지 않은데다 설령 우량종자개발에 성공해도 이를 대량배양하여 계통보존할 수 있는 연구시설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설상가상, 국제식물신품종보호제도(UPOV)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와 있다.
이 제도는 식물 신품종 육성자의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해주는 지식재산권의 한 형태로 현재 세계 65개 국가에서 시행중에 있다. 그러나 김 등 해조류 분야의 준비상황은 매우 취약한 상태이며 어업인들 역시 인식이 부족하다.

이렇듯 우량종자 개발이 바닥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에서 신품종보호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우리 어업인들은 일본에 로열티를 지불해가며 김양식업에 임해야 한다. 겉포장만 요란한 전시행정이 불러온 씁쓸한 결과다.

이제라도 우리는 우량종자 개발뿐 아니라 개발된 종자를 대량 배양하고 영구적으로 계통보존할 수 있는 연구소와 종자은행을 하루빨리 건립해 지속가능한 김 산업을 육성해나가야 한다. 전문 인력 양성에도 많은 힘과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군이 책정한 올 예산에 우량종자개발사업비, 반영구적 김발 연구 개발비 등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행정은 실적위주의 전시정책을 접고 ‘선택과 집중’의 의미를 다시금 새겨봐야 한다. 어업인들도 관에 대한 막연한 지원, 막연한 기대를 접고 스스로 양질의 김을 생산하기 위해 유기산 사용억제 및 밀식자제 등 좀 더 적극적으로 자구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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