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장항초등학교 1학년 2반 5번 김 화 수입니다”
“저는 장항초등학교 1학년 2반 5번 김 화 수입니다”
  • 최정임 기자
  • 승인 2011.03.05 03:08
  • 호수 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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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를 잘하는 특별한 아이

▲김화수 어린이
올해 장항초등학교 입학식에는 특별한 아이가 한 명 있었다. 다른 아이들과 전혀 다르지 않아 보이는, 아니 다른 또래 아이들보다 크고 건강해 보이는 것 말고도 그 녀석에겐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입학식 다음날인 지난 3일 찾아간 1학년 2반 교실에서는 입학한 지 이틀째를 맞은 새내기들의 자기소개가 시작되고 있었다. 그 녀석도 순서에 따라 정혜순 담임선생님께 배운 대로 자기소개를 했다.


“저는 1학년 2반 5번 김화수입니다”
하지만 친구들과 눈을 맞추지도, 자기소개를 하는 친구들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는다. 화수의 관심은 책상 위에 놓인 교재에만 쏠려 있는 것처럼 교재를 넘기고 연필로 뭔가를 끄적거리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그래도 눈과 손만 딴청을 부릴 뿐 귀로는 친구들 이름을 듣고 있었는지 선생님의 “화수야, 방금 친구 이름이 뭐라고 했지?”하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곤 했다.


화수는 이제 고작 초등학교 1학년이지만 중국어를 잘한다. 벌써 2개 국어를 할 수 있으니 나중에 외국어 배우는데 들어갈 비용도 많이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특기가 친구들에게는 놀림거리의 소재가 될 수도 있다. 화수보다 먼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다른 다문화가정 아이들도 겪었던 일이다.


화수는 엄마는 중국 하얼빈 출신이다. 화수가 중국어를 특기로 갖게 된 이유다. 그리고 어쩌면 화수가 친구들에게 무관심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 출신 엄마와 많이 지내기 때문에 당연히 우리말이 익숙지 않고 처음 본 어른에게 반말로 대답하기도 한다.
새로 만난 친구들이 궁금하지 않냐는 질문에 “네. 관심 없어요”라고 건성으로 대답한다. 진심인지 무심함을 가장하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확실히 다른 친구들과 적극적으로 어울리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화수의 후견인 황미자씨(마산면)도 이런 점을 걱정해 담임교사에게 특별히 부탁의 말을 남겼다. “화수는 중국어를 잘 하는 특별한 아이지만 다른 아이들과 조금 다른 환경 때문에 특별한 관심이 더욱 필요한 아이다”고.
현재 군내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정은 지난해 200가구를 넘어섰다. 그런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경험이 우리말을 제대로 배우지 못해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고 화수처럼 스스로 이방인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정혜순 담임 교사에 따르면 장항초에만 4명의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있고 그 아이들 처음에는 화수처럼 서툰 한국어 때문에 스스로 거리감을 두기도 하고 특기인 엄마의 출신 나라 말이 오히려 놀림감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다문화가정 친구들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교육시켰고 이제는 다른 친구들에게 오히려 외국어를 가르쳐주기도 하며 잘 어울리고 있다고 한다.


교육지원청에서도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해 관심 있는 교사들을 중심으로 한 ‘무지개교사 동아리’라는 봉사동아리를 활용해 각 가정으로 찾아가는 맞춤형 상담과 문화역사 체험 프로그램, 예절교육 등을 하고 있지만 가장 호응이 좋은 것은 역시 자신이 좋아하는 일반인 친구와 함께 했던 캠프활동이다. 또 김명대 장학사에 따르면 통합교육으로 일반 학생이 다문화가정 학생에 대한 글을 써 도에서 입상하기도 했다.


이처럼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적응을 위해서는 주변 친구들의 열린 마음과 배려가 중요하며 그것은 어른들의 열린 마음과 배려에서 나오는 지속적인 교육과 관심에서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김화수 어린이가 속해있는 장항초등학교 1학년 2반 발표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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