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어린이 쌀사랑·농촌사랑 글짓기대회 수상작 모음
제2회 어린이 쌀사랑·농촌사랑 글짓기대회 수상작 모음
  • 뉴스서천
  • 승인 2002.12.05 00:00
  • 호수 1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글은 서천여성농업인센터에서 주최한 제2회 어린이 쌀사랑·농촌사랑 글짓기대회에서 수상한 작품들이다.
본지는 어린이들의 창작열을 고취시키고 아이들 글을 통해 농촌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수상작들을 3회에 걸쳐 연재키로 했다.
-편집자 주-


엄마의 부추 사랑

노오란 별이 까만 하늘의 친구를 해주고, 우리 집 강아지 단비도 쿨쿨 자고 있는 아주 껌껌한 새벽이다.
방문 틈새로 가느다랗게 새어나온 불빛에 눈을 뜨게 되었다.
“달그락, 달그락, 부스럭, 부스럭,”
‘빼꼼’ 졸린 눈으로 방문을 열고 보니 엄마 아빠 방과 부엌에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오늘도 부추 작업을 하기 위해서 부산하게 준비하시는 것 같았다. 시계를 보니 새벽 5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내가 한참 자고 있을 시간에 엄마 아빠는 일터에 벌써 나가시려는 구나.’ 하는 생각에 새삼 부모님이 너무 감사하게 느껴졌다.
우리 집은 부모님께서 부추를 재배하신다.
봄부터 씨앗을 뿌려서 열심히 가꾼 부추를 정성껏 포장하여 서울 가락시장으로 올려 보낸다. 봄에는 노랗고 뿌연 황사 가루가 날아오면서 부추 하나 하나에 나쁜 옷을 입히려고 한다. 엄마는 부추를 나와 동생처럼 생각하시기 때문에 깨끗한 물을 퍼다가 정성껏 하나씩 씻겨 내리신다. 그만큼 엄마는 부추를 깨끗하고 싱싱하게 키우기 위해 많은 애를 쓰신다.
요즘은 농촌 인구는 점점 고령화되고 교육과 일자리 등 여러 가지 조건으로 젊은 사람들이 농촌을 떠나는 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우리 집도 부추 작업을 할 때 보면 일하시는 분들은 모두 할머니 분들이다. 그래서 우리 집은 나와 동생이 방학을 하면 밭에 가서 열심히 일을 도와 드린다. 일손이 모자라기 때문에 우리가 열심히 도와드리는 것도 큰 보탬이 된다고 말씀하신다.
주로 여름에 부추작업을 많이 한다.
지난여름 방학이었다. 일하시는 할머니, 엄마, 아빠, 나와 동생의 얼굴에서는 땀이 비오듯 흘렀다. 하지만 부추들이 행여나 마를까 더위에 지쳐있는 나와 동생에게 어서 부추를 세우고, 부추에게 선풍기 바람을 보내라 재촉 하셨다. 사실 이렇게 더운 날 일하는 것도 힘든데 방학도 거의 끝나가고 해수욕장 한번도 못간 다는 생각에 자꾸 짜증이 났다. 그래서 엄마에게“엄마! 우리 부추작업 하루만 안 하면 안돼? 너무 덥고 힘들어요!” 하고 짜증을 부렸다. 이럴 때마다 나는 아빠가 인천으로 이사가자고 했던 때를 떠올린다. 도시로 이사를 가면 이렇게 힘든 일도 안 해도 되고 지금보다 더 멋진 집에서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때마다 엄마는 “애리야, 엄마는 작은 것이라도 나눠먹는 소박한 시골의 인심이 좋고 포근한 흙에서 배추, 부추, 깨, 상추 이렇게 작은 먹거리를 우리 도시의 이웃에게 먹일 수 있어서 좋단다. 그리고 흙은 얼마나 정직하니? 심은 대로 정성껏 가꾸면 그만큼 대가가 돌아오잖니. 이런 좋은 곳을 떠나다니… 엄마는 이곳에 살면서 네가 시집가서 집에 왔을 때 맛있는 쌀이랑 엄마가 가꾼 채소랑 주고 싶단다.” 하시고는 부추를 다듬으셨다.
그 날밤 집에 돌아와 먹는 저녁밥은 꿀맛이었다. 역시 일하고 먹어서 그런가보다. 무공해 배추와 상추에 쌈을 싸먹는 것은 너무나 행복하다. 맛있게 저녁을 먹고 평상에 누워서 하늘에 총총 박혀있는 별을 세 보았다.
‘과연, 도시에서도 이런 별을 볼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아마도 이런 별은 농촌에 사는 우리에게 하늘이 주는 선물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유난히 그 날 본 별들은 나를 향해 방긋 웃는 것 같았다.
나는 흙을 사랑하시는 엄마 아빠가 있는 나의 고향 문산이 너무 좋다.
김애리 / 문산초 6년


밥 한 공기의 사랑

“지연아, 밥 먹어라.”
“할머니, 저 안 먹을래요.”
아침부터 군것질을 해서인지 밥맛이 없었다. 하지만 할머니께서는 아침밥을 굶어서야 쓰겠냐며 내 밥까지 차리셨다.
나는 마지못해 조금 먹는 둥 마는 둥하다가 수저를 내려놓았다.
“옛날에는 먹을 것이 없어서 배를 곯았는데, 요즘은 먹을 것 천지니 원, 쯧쯧.”
나는 할머니의 말씀이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내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동네 아저씨께서 오셨다. 할머니께서는 일할 채비를 하시고 아저씨와 같이 나가시며 나에게 말씀하셨다.
“지연아, 할머니 벼 베러 가야 하는데 지연이가 좀 도와줄래?”
나는 가기 싫었지만 오랜만에 효도하는 셈치고 옷을 갈아입고 모자에 수건 목도리까지 두르고 할머니를 따라 나섰다.
마침내 도착한 논은 왜 이렇게 넓어 보이는지……. 나는 묶어놓은 볏단을 리어카에 실어 논둑으로 나르는 일을 하게 되었다. 한 번, 두 번 왔다 갔다 할수록 팔은 힘이 빠지고 다리도 떨려 왔다.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살은 빨개져서 따가웠다.
“새참 왔어요.”
아침도 제대로 먹지 않고 갑자기 힘든 일을 해서 배가 고프던 참에 새참소리를 듣고 귀가 번쩍 뜨였다. 곧이어 바구니에 들어있던 단감이며 사과, 먹음직스레 지진 김치 부침개, 시원한 보리차가 눈앞에 펼쳐졌다. 그 모든 것들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새참으로 몸을 추스르고 다시 일을 시작하였다. 역시 농사일은 힘이 들었다.
자꾸 꾀만 부리게 되고 일은 잘 되지 않았다. 나보다 더 힘든 일을 잘 되지 않았다. 나보다 더 힘든 일을 하시는 할머니, 동네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대단하게만 보였다.
그렇게 일을 하고 있노라니 어느새 점심때가 되었다. 그런데 점심밥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콩밥이었다.
“에이, 엄마 콩밥이야?”
나는 밥 속의 콩을 보고는 얼굴을 찡그렸다.
“지연아, 한 번 맛만 봐, 맛있어.”
난 마지못해 콩을 먹었다. 생각보다 맛이 있었다. 평소 같으면 밥공기에 밥알도 여기 저기 붙은 채로 남기고 반찬 투정도 하던 내가 밥알 하나 남기지 않고 싹 다 먹었다. 여러 가지 채소로 만든 반찬들도 그렇게 맛있을 수 없었다. 이렇게 맛있는 밥과 반찬을 두고 내가 왜 그렇게 투정만 부리며 먹기 싫어 했는지 나 자신이 창피해졌다.
난 그 동안 너무도 배부르고 편한 생활에 빠진 나머지 우리의 생명을 이어가게 해주는 음식을 우습게 여겨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농사일을 해보니 어느 일 못지 않게 소중한 일이 농사일이란 것을 깨닫게 되었고 농부 아저씨께 감사하는 마음도 깊이 새기게 되었다. 앞으로는 고달팠던 농사일을 떠올리며 밥 한 그릇이라도 그 속에 배어있는 농부아저씨의 따스한 손길에 감사하며 소중히 여겨야겠다고 다짐했다.

김지연/ 화양초 6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