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성 없는 아이로 키우기
폭력성 없는 아이로 키우기
  • 최현옥/시민기자
  • 승인 2011.06.20 17:14
  • 호수 5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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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엄마의 육아일기 < 21편>

“정글포스, 파워레인저 얏! 변신 얏!~”
아빠는 태권도 사범처럼 손을 대주고 아이는 태권도 시범을 보이는 것처럼 팔과 다리를 현란하게 놀리고 있다.(아들 있는 집이면 어떤 상황인지 상상이 갈 것이다.) 요즘 부쩍 저런 놀이를 많이 한다.

지난해 3월 보육시설에 갔을 때가 생각난다. 어떤 아이가 갑자기 뛰어오더니 ‘얏! 하!’ 하면서 현란한 몸동작을 보인다. 그때 저게 뭐야 하는 눈빛으로 그냥 지나쳤었다.

그런데 이젠 내 아이가 그렇게 놀고 있다. 어디서 보았는지 파워레인저 흉내를 곧잘 낸다. 최근에는 파워레인저 스티커를 사달라고 조른다. ‘뽀로로’의 ‘뽀’자만 들어도 좋아하던 아이가 이젠 시시해진 것 같다.

어느 날은 블록으로 총 모양을 만들어 보이며 ‘엄마 이게 총인데 빵~하고 쏘면 총이 나가’ 한다.
또 어떤 날은 ‘엄마 여기 빨간 칼, 파란 칼 있어 정말 무섭지‘ 한다. 아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때마다 정말 깜짝 놀란다.

폭력성 없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칼, 총 이런 장난감은 사준적도 없고 나 역시 이런 말을 해본 적도 없다.
또 고운 말을 쓰고 폭력적인 역사 드라마나 어린이 프로그램을 보여 주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아이는 어느 사이 그런 것들을 알고 있다.

걱정스런 맘에 보육시설 교사와 상담 해보니 형들하고 놀면서 블록으로 총을 만들어 쏘는 흉내를 한다고. 물론 교사도 그런 거 만들면 안 된다고 하는데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지 않은가.

내가 아무리 집에서 아이에게 보여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밖에 나가 또래집단과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는 것 같다.

욕설을 배우는 것 또한 마찬가지 인 것 같다. 아이가 지난해 갑자기 ‘아이씨’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저걸 어떻게 고쳐줄까 생각하다 보육시설 교사와 상의를 했는데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보다 가르쳐주지 않아도 더 빨리 습득하고 뱉어낸다고 한다.

그래서 교사의 도움으로 ‘아이씨’는 쓰면 나쁜 거라고 알려줘 고쳐졌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와 함께 드라마를 보다가 배우가 ‘아이씨’하고 화를 내는 장면이 있었다.

난 무심코 보고 있는데 아이가 불쑥 옆에서 ‘아이씨 쓰면 안 되는데, 나쁜 건데’ 하는 것 아닌가. 순간 나의 머릿속이 멍해졌다. 우리 일상에 이렇게 폭력적인 것들이 많이 숨어있고 암암리에 당연시 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의 걱정에 남편은 우리도 어렸을 때 다 이렇게 컸다며 한 과정일 뿐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일부 인터넷 게임에 중독된 청소년, 서슴없이 욕설하는 초등학생 등을 보면 남의 일이 아닌 것 같다.

우리 세대와 비교해 보면 매체가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지는 것 같다. 자극적이고 노골적인 것들이 점점 늘어나는 이 세상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참 어려운 것 같다.

그리고 막는다고 막아지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그러나 고운 심성을 가진 아이, 평화를 사랑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부모들의 더 세심한 주의와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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