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날의 ‘삼겹살 파티’
한여름 날의 ‘삼겹살 파티’
  • 최정임 기자
  • 승인 2011.07.25 15:09
  • 호수 5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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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장애인·일반인 가정 한자리에
고사리 손으로 쌈 싸주며 정 나눠

▲ 삼겹살 파티에 참가한 다문화·장애인·일반인 가정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지난 20일 저녁 금강하굿둑 김인전공원에서 특별한 삼겹살 파티가 열렸다.
바로 다문화가정과 장애인가정, 그리고 일반인 가정 등 12가정이 한자리에 모여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이웃 간의 정을 나누는 자리였다.

여름의 한가운데라 해가 길어 저녁이지만 아직 햇볕이 따가운 가운데 식욕을 돋우기 위한 간단한 레크리에이션으로 긴장을 푸는 순서를 먼저 진행했다.
어른들과 함께 온 아이들의 배고프다는 원성에 게임을 바로 정리하고 각 가정에서 준비해 온 불판을 꺼내 삼겹살을 굽기 시작했다. 삼겹살과 채소는 이날 행사를 마련한 서천군건강가정지원센터와 서천군다문화가정지원센터에서 넉넉하게 제공했다.


메뚜기를 잡겠다고 뛰어다니는 아이들로 정신없던 잔디밭에 삼겹살이 익으면서 한순간 평화가 찾아왔다. 모두들 소리 없이 삼겹살을 먹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가족 나들이가 이번이 처음이라는 마서면 송석리에서 온 조일형·신미석 부부 가족은 쑥스러워 하면서도 들뜬 모습이었다. 조일형씨는 “첫 가족나들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줘 고맙다”며 다문화가정지원센터 김혜원 사무국장에게 음료수를 권하는 얼굴엔 미소가 한 가득이었다.


그리고 또 반가운 얼굴들이 눈에 띄었다. 바로 올해 1월부터 연재하고 있는 ‘아기 탄생 서천의 희망’의 첫 얼굴 예진이와 신재원·오인비 부부 가족들이었다. 오인비씨는 이제는 잡아주지 않아도 혼자 앉아 있는 예진이 머리에 커다란 깻잎을 얹은 ‘깻잎 머리’를 만들어줘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서천읍에서 두 딸과 막둥이 아들을 데리고 온 노성숙씨는 “아이들과 함께 시간도 같이 보내고 이웃들과 어울려 생활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참가했는데 즐겁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리곤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취재진에게 “나눠 먹어야 더 맛있다”며 삼겹살을 먹기 좋은 크기로 싼 상추쌈을 건넸다.


이 모습을 본 아이들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고사리손으로 싸온 상추쌈을 너도나도 들고와 입에 넣어줘 취재진을 감동시켰다. 그리고 ‘이게 바로 아이들이 이웃 간에 나누는 정을 배우는 산 교육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 깻잎 머리로 웃음을 준 예진이 가족.

자꾸만 같이 먹자는 권유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 자리를 뜨려는 취재진에게 수줍은 듯 또 상추쌈 하나를 들고 온 사람은 가무잡잡한 얼굴의 태국 색시 몬티타씨(태국어번역지원사)다. 결혼 4년차지만 바쁜 생활 탓에 아직 아이가 없어 남편과 함께 두 부부만 참여했단다.
“날씨도 더운데 야외에 나와 이웃들과 함께 밥도 먹고 얘기도 하니까 좋고 더 친근감이 든다”며 “다른 사람들도 많이들 같이 나와서 어울렸으면 좋겠다”고 동참을 권했다.


이들의 즐거운 저녁식사 시간을 만들어준 김혜원 사무국장은 “센터 직원들이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많이 고생들 하는데 사람들이 즐거워하니 좋다”며 “다만 예산 때문에 참가를 신청한 가정들이 모두 참여하지 못해 아쉽다”고 전했다. 그리고 매달 셋째주 수요일에 가족과 이웃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가져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어느 한 여름날 늦은 저녁 해가 저물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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