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역 직선화는 잘못된 결정입니다”
“장항역 직선화는 잘못된 결정입니다”
  • 고종만 기자
  • 승인 2011.08.01 11:54
  • 호수 5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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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서 역 활용방안 마련해야
조창연 장항 삼선건널목 관리원

 

“장항에서 힘 좀 쓴다는 사람들이 읍민들과 힘을 합쳐 장항역 직선화만 막았더라도 읍이 이처럼 빠른 속도
로 쇠락하진 않았을 겁니다.”

 

장항 삼선건널목 관리원 조창연(60)씨는 노선변경으로 장항선 종착역인 장항역이 마서면 덕암리로 옮긴지 불과 5년만에 장항읍이 바람 빠진 풍선처럼 활력을 잃어버렸다며 장항역 직선화를 막아내지 못한 것이 자신의 책임인양 안타까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73년 스무살의 나이에 공채로 철도청에 입사한 이후 40여년 철도 인생 중 적지 않은 12년 동안 장항역에서 근무하면서 “장항역은 내 어머니의 품 처럼 포근하고 마음의 안식처와 같았다”는 조씨에겐 장항역 이전이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을 한순간에, 그것도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잃어버려 아픔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

“내 손때 안 묻은 곳이 없을 정도여서 풀 한포기 조차 소중했던 장항역이 어느날 갑자기 노선변경으로 옮겨가면서 역사를 둘러싼 주변 시설물들이 녹슬어가고 문 닫은 점포들을 볼때마다 가슴 아프다”는 조씨는 “장항역 직선화는 장항읍 쇠락을 가져온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잘라 말했다.

“역 직선화로 시간 단축은 물론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역을 중심으로 시가지가 형성된 지역 특성이 고려되지 않아 상권 몰락 등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끼쳤다”며 “장항역의 경우 기존 선로를 이용해 하굿둑까지 해안을 따라 철로를 연장했더라면 장항역 쇠락도, 예산낭비도 막고 여행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조 씨의 주장이다.

이어 조씨는 “장항화물역이 한솔제지 전용역으로 바뀐 만큼 장항화물역을 지역경제 활성화와 연계할 것인지, 경우에 따라선 폐선까지도 고려하는 것 등을  포함해 거시적인 차원에서 심도 있는 논의와 함께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931년 충남선으로 개통됐다가 1955년 비로소 장항역을 종착역으로 한 장항선으로 불리게 됐다.

그러나 장항선은 지난 2007년 철도청의 직선화 계획에 따라 금강하굿둑 앞에 만들어진 직선 선로로 금강을 건너 군산-대야를 지나 익산까지 연장, 호남, 전라선 철도와 접속 개통되면서 장항선은 개통 76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비운을 맛보게 됐다.

한편 군의 용역을 수행하고 있는 공간문화센터 최정한 대표는 최근 장항 소도읍 재생방향에 대한 과제 발표를 통해 “인근 도시인 보령과 군산과 차별화된 장항만의 고부가 가치 관광콘텐트 개발이 시급하다”고 전제하고 “장항역, 도선장, 양곡창고 등 3축을 중심으로 이곳에 미디어와 클럽문화가 어우러진 친환경 문화관광 공원을 조성해 관광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춰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최 대표는 구체적인 제안사항으로 풍력발전시스템을 도입한 친환경 건축디자인의 도입과 관광객들이 1박을 하며 머물 수 있는 체류형의 예술마을 장항 만들기, 자전거 둘레길 조성에 의한 투어코스 개발을 제시했다.

“40여년 가까이 철도인으로 살아오면서 철도발전에 일익을 담당할 수 있었다는 게 가장 큰 보람”이라는 조씨는 “정직하게 살자는 좌우명에 맞게 자식들이 반듯하게 자라 준 게 고맙다”고 말했다.

격일로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삼선 건널목 관리인으로 근무 중인 조씨는  쉬는 날에는 논농사와 함께 소 30여 마리를 키우며 살고 있다.

부인 정귀염(53)씨와 사이에 1녀1남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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