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로 한다?
법대로 한다?
  • 현종갑 칼럼위원
  • 승인 2011.08.22 10:48
  • 호수 5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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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하루도 빼먹지 않고 징글징글하게도 비가 쏟아졌습니다.


그래서 더 당장 먹고 살기 힘든 분들에게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갈수록 세상살이가 참 팍팍하게 느껴집니다. 지난달 수출은 506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신문과 방송에서는 살기가 좋아졌다는데 주위를 돌아보면 다들 시간에 쫓기고 빠듯하게 살아갑니다.
그래도 여윳돈만 좀 있으면 금방 나아질 거 같은데 뜻대로 안 되지요? 뜻대로도 안 되는 돈이지만 법대로만 해서도 안 될 거 같은 돈 얘기입니다.


김해의 김명복씨는 오빠가 6.25때 돌아가셨는데 58년 뒤에야 알게 되어 뒤늦게 보상금을 신청했습니다.
보상금 신청 시효 5년이 지났으므로 보상금을 줄 수 없다는 정부의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법대로 하자면 그걸로 끝인 게 맞지요.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방송에 나가 호소도 하고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이겨서 보상금을 받게 되었습니다. 어처구니없게도 보상금은 단돈 5천원이었습니다. 원통하다고, 한국방송공사 텔레비전 시청자 칼럼에 나와 또 하소연하는 것을 우연히 보았습니다.


1950년대 전사한 군인사망보상금은 당시 기준에 따라 지급되는데 당시 사병의 사망보상금은 5만환으로 현재 돈으로 환산하면 5천원이라는 이유에서였다고 합니다. 환율을 정확히 반영하고 법대로 결정하니 그랬답니다. 목숨 걸고 조국을 지키다가 꽃다운 젊은 나이에 전사한 분의 목숨 값이란 사실과 생때같은 오빠를 잃은 누이의 심정을 조금만 헤아렸다면 좋았을 텐데, 법대로 하다 보니 그리 억울한 사람이 생기고 싸움이 벌어진 것입니다.


얼마 전, 일본에 끌려간 근로정신대 소녀들(지금은 할머니들)이 강제로 노동력을 착취당한 사실을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노동 착취의 한 당사자였던 일본 기업 미쓰비시가 당시 환율을 기준으로 환산했다며 생보연금 99엔(1300원)씩을 주겠다고 하자 분노한 누리꾼들이 그 사실을 널리 알리고,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은 치사하다며 그 돈을 일본 정부에 되돌려주기로 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이어 말도 안 되는 짓을 한 그들 또한 법대로 한다고 그랬을 것입니다.
그치지 않고 내린 비와 태풍 무이파에 곳곳에서 농어업재해가 발생했습니다. 장마 초기 충청남도에서 장마 피해액을 75억으로 얘기하더니 며칠 안 되어 200억으로 늘었다고 발표하는 것을 뉴스에서 보았습니다. 그 뒤로도 비는 계속 내렸으니 피해액은 더 늘었을 것입니다.


2009년도 호우 피해액 99억에 복구비가 395억 들었다는 자료로 보아 올해 복구비로는 훨씬 많은 돈이 들 것입니다.
문제는 피해는 분명 크게 입었는데 자구에 매달려 법을 만든 뜻을 살리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하우스에 습기에 약한 작물을 심었다면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도 물 한번 들어왔다 빠진 것만으로도 피해가 심각합니다. 게다가 농작물도 물에 잠기고 건물도 부서졌는데 물은 빠졌으니 됐고, 건물도 법에 나와 있는 반파나 전파는 안 됐으니 괜찮다고 보상은 없거나 조금밖에 해줄 수 없다고 합니다.


공무원은 법대로 해야 합니다.
피해를 지원하자고 만든 법 때문에 피해자는 억울하여 공무원과 싸웁니다. 책임 있는 분이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피해 내용을 자세히 기록하여 보상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도 안 되면 법을 고쳐야지요! “어떻게 건물이 반파 아니면 전파밖에 안 되냐고! 시방도 악법도 법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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