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회 문화예산 홀대 아쉬워
군의회 문화예산 홀대 아쉬워
  • 박노찬
  • 승인 2003.01.01 00:00
  • 호수 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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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군의회가 내년도 군예산 심의 과정에서 청소년수련관 건립을 완전 백지화하기로 한데 이어 문화 관련 예산마저 대대적으로 삭감했다는 소식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더구나 예산의 효율성 측면에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의회의 핑계는 아무리 농촌지역에서 뽑는 선출직이라 하지만 그들 수준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더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실제로 서천군의회는 제112회 2차 정례회를 통해 예산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청소년수련관 관련예산 40억원 중 2차년도 군 부담비 4억원을 불인정함으로써 사업자체를 무산시키고 말았다.
서천문화원 예술단체 지원사업비 역시 1천여만원 전액을 불인정, 가뜩이나 열악한 조건 속에서 지역문화를 꽃피우기 위해 노력하는 문화예술단체들에게 큰 타격을 주었다.
반면 군의원들이 생색내기 좋은 도로개설과 교량사업비 등 지역개발비는 거의 삭감되지 않아 예산이 ‘이중잣대’에 의해 심의됐다는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군 예산은 그야말로 주민들의 혈세가 모아진 것이고, 그런만큼 예산심의의 잣대는 명확하고 객관적이어야 하며 지역의 발전을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심의해야 한다.
특히 정부가 예산의 1%를 문화예산으로 사용하겠다고 하는 마당에 기존에 있는 문화예산마저 삭감하는 우리 지역의 현실은 다분히 시대역행적이다. 프랑스가 지난 80년대 초 문화예산 1% 돌파를 문화중흥의 계기로 삼아 자랑할만한 발전을 이룩했듯이 서천도 관광서천을 추구하는 만큼 지역문화의 발전을 위한 마인드와 함께 장기적 투자를 해야 한다.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지역문화를 꽃피울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해 주고 지역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에게 고향의 자랑스러움을 간직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투자 이상의 개념이어야 한다.
문화의 힘은 어려울 때 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크다. IMF시절 금모으기를 통해 국난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문화의 힘이다. 최근 월드컵 때 수많은 인파가 거리응원전을 통해 온 국민에게 자긍심을 갖게 했던 것 역시 그동안 축적된 문화적 역량에서 기인한다.
지역 역시 발전하기 위해서는 외형적 발전을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의 의식을 향상시킬 수 있는 노력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춘장대 개발을 아무리 반듯하게 해 놔도,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 아무리 많은 축제를 개최하더라도 그 근간에 문화적 숨결이 닿지 않으면 그 생명력은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지역은 예산을 심의하는 군의원들이 ‘문화의 향유’를 사치로 잘못 인식함으로써 문화의 힘을 스스로 약화시키고 있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부디 문화정책 부재와 문화예산 부족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좀더 지역의 미래를 바라보는 군의원들의 혜안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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