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서 자급하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
동네에서 자급하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
  • 박병상 칼럼위원
  • 승인 2011.09.24 00:06
  • 호수 5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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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독일을 뒤흔들었다. 녹색당과 사민당 연정이 합의한 핵발전소 조기 폐쇄 결정을 후퇴시킨 기민당과 자민당 연합정권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는 일이 거푸 발생하는 게 아닌가. 화들짝 놀란 정권은 부랴부랴 전 정권의 핵발전소 조기 폐쇄로 정책을 되돌렸을 뿐 아니라 재생 가능한 에너지 자원 보급에 더욱 매진하고 있다.

줄어드는 핵에너지만큼 전기를 보완하는 차원이 아니다. 온실가스 감소는 물론이고 일자리 창출과 경제의 획기적으로 비약시키기 위해, 소비 전기의 절반을 바람이나 태양과 같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 자원으로 지역에서 충당하는 계획을 세웠고, 시민의 행동이 선도하기에 계획은 순조롭게 당성하리라 기대한다.


독일에 흔한 지붕의 태양광 패널과 들판의 풍차는 점점 늘어나는데, 핵발전소 신설을 몸으로 막은 프라이부르크 시는 ‘태양의 도시’를 표방하고 나섰다. 세계 모범 환경 도시라는 칭송을 듣는 도시답게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신도시를 건설할 뿐 아니라 기존 도심의 에너지 체계를 개선한다. 프라이부르크만이 아니다. 인근의 작은 도시 쉐나우는 주민의 힘으로 기존 발전소를 매입해 재생 가능한 자원의 전기로 자급하기에 이르렀으며 근처 농촌마을인 징엔은 주민들이 ‘졸라 콤플렉스’라는 회사를 설립, 남는 태양광 전기를 판매할 뿐 아니라 가축 분뇨와 나무 부산물로 난방을 하면서 화석연료 사용을 90퍼센트 줄였다. 그들은 핵발전소는 물론이고 온실가스를 내뿜는 화석연료와 화력발전소에서 자유로워졌다.


일본은 어떤가. 소프트뱅크를 이끄는 한국계 기업인 손정의가 회사 정관까지 바꾸며 재생 가능한 자원으로 전기를 생산 공급하는 사업에 적극 나서자 미쓰비시나 스미토모와 같은 대기업들도 신규 참여를 경쟁적으로 모색한다고 언론은 보도한다. 그에 발맞춘 일본 정부는 이른바 ‘자연 에너지 특별조치법’을 입안했다. 태양이나 풍력, 지열이나 바이오와 같은 재생 가능한 자원으로 생산한 전기를 전력회사에서 일정 가격으로 모두 사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로, 거대 전력회사의 독점 공급 체계가 아니라 지역 자립의 분산 체계로 개선하려는 정책이다. 3월 11일 대지진 이후 제한 송전으로 고생한 일본인들도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행동으로 속속 이어지는 모양이다.


녹색수도를 표방하는 청주는 고속도로 진출입구 주변에 태양광 패널을 단 주택들을 선보인다. 모르긴 해도 그 마을은 전기를 거의 자급할 거로 보이지만 우리나라에 그런 마을은 매우 드물다. 독일에서 오래 동안 실시했고 일본이 따르려 하는 이른바 ‘발전차액보조금 제도’가 유명무실해진 까닭이다. 재생 가능한 자원으로 집과 마을의 전기를 자급하려는 시민의 의지를 북돋는 제도가 발전차액보조금인데, 그 제도를 무력화한 우리 정부는 느닷없이 전력회사에 일정 비율로 재생 가능한 자원의 전기 생산을 의무화했다. 그러자 전력회사는 막대한 의무를 조력발전으로 메우려 갯벌을 파괴하고 태양광 발전 명분으로 산허리를 허물려고 벼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중앙 집중 에너지 체계의 폐해다.


끔찍한 사고가 아니라도, 대형 전력회사에서 전기를 일방적으로 공급하는 핵이나 화력발전은 핵폐기물이나 온실가스로 건강을 대대로 위협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공급자 위주의 에너지 정책은 필히 과소비로 이어진다. 반면 지역의 재생 가능한 에너지는 환경 피해를 최소화할 뿐 아니라 에너지 효율과 절약에 관심을 높인다. 바로 독일이나 일본의 시민들이 능동적으로 추진하는 ‘동네 에너지’의 장점이다. 핵발전소 밀도가 세계 최고인 우리나라가 도입해야 할 대안이다. 자국의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겪은 일본 뿐 아니라 사고를 대비하려는 독일은 핵발전을 포기하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정책을 바꾸려는데, 우리는 핵발전소를 고집한다. 후손에 대한 범죄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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