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홀로서기
  • 이애숙 칼럼위원
  • 승인 2012.02.20 14:18
  • 호수 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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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월 둘째 주 토요일 10시쯤, 서천군청 통에서 농협 앞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는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자원봉사자 그리고 뒤따르는 엄마들의 발걸음으로 인도(人道)가 떠들썩하다. 발달장애라 함은 의견이 분분하지만 지적장애 ? 자폐성장애 ? 뇌병변 장애 등을 일컫는 말이다.
  자원봉사센터의 도움을 통해 모집된 봉사자들은 대부분 고등학생들이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손에 손을 잡아주고 버스를 탄다. 교통카드를 사용하는 훈련을 위해 짧은 거리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주말 오전, 버스는 한산하여 대부분 앉아서 이동하지만 때로는 승객이 많아 서서 가기도 한다. 그 또한 모든 경우의 수에 적응하는 방법이라 여겨진다. 마트 앞에서 하차하여 그 날의 메뉴에 따른 식재료를 구입한다. 파 1단, 양파 1망 등 미리 개개인한테 주어진 메모를 보고 미션을 수행한다. 우리 아이들은 즐비하게 늘어 선 물건을 보고 신나서 펄쩍펄쩍 뛰어다니지만 사야하는 것은 식재료뿐이라는 것을 훈련을 통해 터득한다. 자원봉사자들은 직접 사 주는 것이 아니라 식재료를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지켜보고, 힘들어하면 안내할 수 있도록 미리 사전교육을 받는다.
  식재료를 사면 조리학원에 가서 요리하는 순서를 교육받고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실습을 한다. 음식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반복을 통해 익힐 것이다. 실제로 처음에 식재료를 칼로 써는 것을 두려워하던 아이들이 지금은 제법 잘 해내는 아이들도 생겼다.
  이 모든 활동은 장애인부모회에서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3년 동안 해온 일상생활훈련이다. 일 년에 한 번씩 참여할 장애아동을 모집하여 대중교통 이용하기 - 마트에서 물건사기 - 요리하기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일련의 과정을 자원봉사자와 부모들의 도움을 받아 한 달에 한 번 시행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할 예정이다. 참여하는 아이들이나 봉사자들, 마트에서 계산을 하는 분들과 조리를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 그리고 부모들은 아이들의 부자연스러운 행동이 이제는 꽤나 익숙해졌다. 하지만 가끔 그 광경을 목격하는 비장애인들은 사뭇 낯설어 한다. 하지만 이런 활동을 지속하다보면 아이들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활동이 자연스러워 질 테고 지역사회 일원에게도 우리 아이들이 차츰 익숙해 질 터이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수행해 내는 비장애 아이들과 달리 천천히 느리게 익히는 발달장애 아이들을 위하여 학교에서는 학교대로, 지역사회에서는 사회교육으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해야 한다. 그것은 격리되고 소외되는 단절된 삶을 살게 하는 것이 아니고,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부대끼고 이해받으면서 지역사회를 체험하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장애를 가지고도 성인이 되어 지역사회에 당당하게 뿌리내려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 날까지 우리 아이들의 ‘홀로서기’는 다양한 형태로 주-욱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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