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각시
우렁각시
  • 장인식 칼럼위원
  • 승인 2012.03.13 14:28
  • 호수 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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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우연히 ‘우렁각시’이야기를 들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 가운데 한번쯤은 모두 들어봄직한 이야기다. 내용인즉, 옛날에 어머니와 아들이 살고 있었는데 집안이 몹시 가난하였다.
그런데 어느 때부턴가 아들이 들에 가서 일을 하고 돌아오면 누군가 밥을 해놓고는 하였다. 밥을 먹은 총각이 일을 마치고 와서, “이 농사 지어서 누구랑 먹고 살거나?” 하면 어디선가 “나랑 먹고 살지!” 하는 소리가 들렸다.


총각이 이상하여 둘러보니 얼마 전에 잡아다 솥에 넣어 둔 우렁이 하는 말이었다. 총각은 숨어서 지켜보다가 우렁에서 처녀가 나와 밥상을 차리는 것을 발견하고 덥석 붙잡아 행복하게 살았다는 내용이다.
이와 유사한 내용으로는 ‘선녀와 나뭇꾼’, ‘온달과 평강공주’ 등등 수호천사와 같은 비밀친구가 있어 곁에서 나를 행복하게 해 준다는 일종의 ‘마니또(manito)’같은 존재 표현이 많다.


갑자기 이 같은 내용을 언급함에 있어서는 4월 총선(제19대 국회의원선거)에 즈음하여 다들 자기 자신이 적임자라 외치고 있는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개혁’이라는 공천과정이 다소 씁쓸하기에도 그러하다.
그런데 여기에서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찾아낼 수 있다. 우리가 다 알고 있다는 우렁각시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꿰고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선거철 광경과도 유사해 보인다. 그저 눈에 보이는 노총각의 입장에서 환상에 가까운 쪽으로만 이끌어가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꾸 자기가 뽑아놓고 조금만 어긋나도 손가락질 하는 형국이다.
게다가 출마자는 대부분 사행호시(蛇行虎視)의 변화를 보인다. 권세를 얻으려 할 때에는 뱀처럼 땅바닥을 설설 기며 온갖 비굴한 자태를 짓다가(蛇行), 권력을 쥐게 되면 범 같은 기세로 으쓱대고 거들먹거린다(虎視).


그래서 우렁각시의 뒷부분을 끝까지 추적해 보았다. 정말 여러 가지로 전개되어 간다. 가장 권위 있는 내용으로는 바로 누에탄생의 배경설화이자 전북 남원지역의 전설이었다. 총각 어머니가 모르고 우렁을 없애 버렸고 이에 떼쓰는 아들을 두엄자리로 밀쳐내었다.
어머니는 아들이 두엄 속으로 들어간 줄도 모르고 불을 놓았는데 그 속에서 불에 탄 새 한 마리가 발견된다. 어머니는 그 새를 땅에 묻었고 시간이 지나 어느 동네 사람이 가보니까 처음 보는 벌레가 그 자리에서 꾸물꾸물 거리고 있었는데 바로 누에였다는 것이다.


다른 이야기는 우렁각시는 함께 살자는 총각에게 아직 때가 아니니 기다려 달라고 한다. 하지만 총각은 껍질을 없애버리고 우렁각시를 아내로 맞이한다. 그리고 아내를 집에 머물러 밖에 나오지 못하도록 한다. 그러자 일터에 밥을 나르는 것은 어머니의 몫이 되어버린다.
어느 날 어머니는 핑계를 대며 며느리한테 밥을 이고서 일터로 나가게 한다. 각시가 일터로 나가는데 마침 원님의 행차가 지나간다. 각시가 풀숲에 숨었지만 몸에서 빛이 나는 터라 끝내 원님 눈에 띄고 만다. 원님은 그 자리에서 각시를 데리고 간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사내는 어머니를 원망하며 울다 죽어서 새가 된다. 새는 관아로 들어가 원님 수발을 들고 있는 각시한테로 다가간다. 각시가 남편의 원혼을 알아보고 "네 탓도 내 탓도 아닌 어머니 탓"이라 하자 원님은 그 새를 때려서 죽인다. 그러자 그 아내도 죽어서 참빗이 되었다는 내용이다.
물론 몇 개가 더 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이야기의 끝은 구체적이며 세세하게 전개된다. 민담(民譚)이 지니고 있는 낙관적인 속성이 현실과 결합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어찌 보면 '상상이 현실을 공격하는 이야기'도 될 수 있겠다.


특히 선거철만 되면 주위의 여기저기가 부산해진다. 아니면 그 반대로 아예 관심조차도 없다. 아무나 선출되든 나하곤 관계없다는 생각에서 당장 눈에 보이는 것에만 혹하든지 신성한 주권을 쉽게 내 팽개치며 무책임하게 임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조용히 돌이켜본다. 선거 결과도 결과지만 내 인생이야기 줄거리도 말이다. 너무 낙관적이거나 너무 비관적으로만 이끌어가려 하지는 않는지?  아니면 아무런 주체성 없이 그저 휘둘려가고만 있는 것은 아닌지? 이젠 책임질 나이가 되었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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