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으면 추억 속에서 산다고 한다. 나도 그 짝이 되어가고 있는가. 창을 열고 먼 하늘을 처다보면 가난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그래도 그 때가 행복했었는데, 그 때가 행복했었는데 하면서 되뇌이는 때가 많다. 산천은 그대로인데, 사람들은 가고 없는데, 참으로 산천은 적막한데 무엇이 나를 그 곳으로 데려가고 있는 것인가.
아침
그 하늘이
얼마나
촉촉했었는지
저녁
그 하늘은
또 얼마나
그윽했었고
찔레꽃
필 때쯤이었나
뻐꾸기
울 때쯤이었나
-신웅순의「어머니」 11
왜 찔레꽃이 그립고 뻐꾸기 소리가 그리운지. 배고플 때 찔레순을 따먹고, 심심할 때 뻐꾸기 소리를 들어서, 그래서 그런 것인가. 봄비가 내리는 아침은 참으로 촉촉했고 저녁 하늘은 얼마나 그윽했었는가. 그 하늘은, 물들면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어린 내 가슴에 향기와 울음을 죄 엎질러 놓았다. 그 하늘 때문에 지금도 찔레꽃이 피고, 그 하늘 때문에 지금도 뻐꾸기가 운다.
돌아갈 수도 없고 만날 수도 없는 그리움. 단 한 번 떠나고 단 한 번 보낸 그리움. 그리움은 바람 없이도 떠나고 구름 없이도 떠나는 것이다. 바람 없이도 보내고 구름 없이도 보내는 것이다.
어머니는 그리움이었다. 내 얇은 가슴을 단 한 번 스치고 떠난 찔레꽃 향기였고 뻐꾸기 울음이었다. 봄이 온다고 말하기 싫어서 “진달래가 피었구나”, “찔레꽃이 피었구나” 말씀 하셨다. 봄이 간다고 말하기 싫어서 “뻐꾸기가 우는구나”,“ 소쩍새가 우는구나” 그렇게 말씀하셨다.
사랑의 첫발자국을 남겨놓고 가신 내 어머니. 거기에 무슨 시를 두고 떠났을까. 강물도 찾아내야하고 산도 찾아내야하고, 바람도 구름도 찾아내야한다.
그리운 어머니를 찾아내야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어머니를 찾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