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교육은 여반장(如反掌)!
학교 교육은 여반장(如反掌)!
  • 권기복 칼럼위원
  • 승인 2012.04.16 13:46
  • 호수 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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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초부터 ‘학교 폭력 문제’가 일간신문과 방송 등 매스컴의 최고 이슈가 되었다. 그 정도만 하여도 보고, 듣고, 읽기가 끔찍한 예가 많았다. 필자도 교단에 30년째 머물면서, ‘정말, 저 정도인가!’ 놀랍기만 하였다. “저런 상황을 방치하고 교사는 뭐하는가?” 모든 것이 나의 죄만 같아서 사람들을 피해 숨고만 싶었다. 급기야, 대통령께서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하겠다”라고 선언하였다. 이에 따라 전국의 초·중등학교는 ‘학교 폭력과의 전쟁’이 벌어졌다.


3월은 모든 학교의 학생과 교사들이 정신없는 달이다. 새 학년 새 학기 준비와 적응을 위해 분주한 나날을 보내다보면, ‘잃어버린 3월’이 되고 만다. 게다가 올해에는 ‘학교 폭력과의 전쟁’을 추가해야 하니, 제 정신 갖고 있는 교사가 비정상으로 불릴 일이다. 특히, 올해에는 학년 초에 갑자기 체육활동 과정을 추가하고, 동아리 활동을 강화하라면서 독촉이 빗발치고 있다. 학교들은 저마다 장고의 시간을 거쳐 새 학년 교육과정을 계획하고, 편제해온 것이다. 그것을 하루아침에 바꾸라니!
언제부턴가 수없이 들어온 말이 ‘학교재량, 학교장 재량’이다. 그러나 그 말이 강조될수록 학교 현장에서 느끼는 재량권은 없다. 학교장의 운영 재량권, 교사의 수업권과 학생 평가권은 철저히 조종되고 있다. 근래에 이르러 교사들은 ‘해!’, ‘하면 안 돼!’ 라는 굴레에 철저히 씌워져 묵묵히 끌려가고 있다. 게다가 ‘교원평가’ 라는 멍에까지 덧씌워져 보고도 보지 말고, 듣고도 듣지 말고, 말하지 말라던 조선의 여성처럼 혹독한 시집살이 중이다.


서양의 교사는 가정교사로 연유되는 피지배층이었지만, 동양의 교사는 사대부로 연유되는 지배층이었다. 그래서 교사는 현실적인 권력이나 급여 등으로부터 탈피하고, 인재를 양성하여 국가의 동량을 길러내는 것을 ‘소임’으로 여겼다. 그러다보니 교사는 ‘사명감’이나 ‘소명의식’을 가진, 사회의 통념상 권위적인 존재감이라도 갖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근래에는 한 마디로 ‘아니올시다!’ 이다. 몇 푼 급여를 받기위한 서양의 전근대 시절 가정교사 꼴이 되었다.


교사는 판사나 검사가 쥐고 있는 법적 권력이 전혀 없다. 급여도 의사는 차치하고, 어디에 내놓을만한 사정이 못된다. 교사 대부분은 나이 50을 넘겨도 하루 종일 교단에 서서 고단한 수업을 해야 한다. 학생이나 학부모, 지역사회나 정부가 휘두르는 주먹을 고스란히 얻어맞는 동네북이다. 오늘날의 교단에 선 교사에게는 학생 선도권도, 수업권도, 학생 평가권도 없다. 조석개변의 정책에 휘둘리는 꼭두각시 원숭이일 뿐이다.
‘교과집중이수제’, ‘나이스전산망’, ‘학교폭력근절대책’ 등등. 손바닥을 뒤집었다가 엎는 일을 너무나 쉽게 하는 교육 당국에게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 라는 말이 먹히기나 할까? 학교는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운영되는 가운데 신뢰감을 형성할 수 있는 기관이 아닌가? 아무튼 하소연이라도 해보고 싶다. 조선왕조에서 한글(훈민정음)을 창제하고 반포하거나, 경국대전을 편찬하고 시행하는데 3년이라는 터울을 둔 걸 상기해보자.


학교가 학교폭력을 근절시키도록 노력하고, 기초학력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어느 날 갑자기 들썩거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저 ‘내가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갖기보다는 수많은 관련 지식인이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부터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에게 ‘지금 네가 착하게 생활하고, 공부를 열심히 하여야 이 세상을 네 손아귀에 쥘 수 있단다.’ 는 말이 통용되지 않는 우리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재삼 학교 교육이 여반장(如反掌)이 되어 원숭이 떼 날뛰는 곳이 아닌, 그 학교의 전통과 학교장의 교육 철학이 구현되는 장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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