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정당화 할 시간에 해결책 고민했으면…
실수 정당화 할 시간에 해결책 고민했으면…
  • 최정임 기자
  • 승인 2012.04.16 13:49
  • 호수 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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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자 뉴스서천에 서천사랑장학회의 장학생 선발기준이 불명확해 투명성까지 의심받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보도된 후 장학회 측과 군관계자의 항의가 있었다.
상위권 그룹(장학생 선발 배점기준) 대학의 학생이 더 낮은 그룹의 학생에 밀린 경우는 없다며 투명성을 거론하는 것은 명예훼손이고 기사 때문에 장학생으로 선발된 아이들이 상처를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심지어 군관계자는 “자신에게 무슨 억하심정으로 기사를 자꾸 쓰냐”며 “학부모가 힘을 가진 사람이라 기사를 쓴 거 아니냐”는 억지까지 썼다.
그래서 장학회와 군의 미흡한 운영을 증명하기 위해 이번엔 수능 1.2등급컷의 대학에 진학하고도 장학생으로 선발되지 못한 학생을 찾아 취재했다.


이에 대한 군관계자의 반응은 더욱 가관이었다. 기자와의 통화에선 “학부모를 부추겨 군에 항의하게 만든다”며 학부모의 분노에 대한 책임을 언론에 떠넘겼다.
그리고 학부모에게는 기자에게 잘 얘기해 기사가 안 나가도록 해달라고 하다가 여의치 않자 관련된 아이들의 대학을 정확히 명시하라고 기자에게 요구했다며 아이가 진학한 대학이름이 나가는 것을 감수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학부모는 이러한 군공무원의 태도에 더욱 분개해 군공무원의 태도를 개선할 수 있다면 아이의 실명까지 거론돼도 좋다며 이 사실을 기자에게 알려왔다.
물론 문제가 불거진 학생들이 진학한 대학을 밝히면 그 아이들이 누구인지 특정될 수 있어 기사에 밝히지 않았다.


자신이 요구했다고 그대로 쓸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물론이고 민원인에게 기사를 막아달라며 주민의 눈과 귀를 막으려는 공무원의 태도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단지 문제점으로 지적된 현상에 대한 개선을 위해 기사를 쓰지만 이쯤 되면 ‘단지 시스템상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에게도 문제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주민들이 상처받고 분노하는 것은 기사 때문이 아니라 그 문제를 야기한 자신들이란 걸 깨닫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 책임을 떠넘기는 공무원의 태도를 바라보는 시선이 고울 리 없다.
문제 고발성 기사의 경우 아무리 사실이라 해도 관련자들에게는 유쾌하지 않은 일이란 걸 이해하지만 자신들의 실수를 정당화하기 위해 ‘허비’하는 그 시간과 열정을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데 투자하는 것이 언론에 고발되는 일을 줄이는 지름길이란 걸 왜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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