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있는 삶
가치있는 삶
  • 최명규 / 서천우체국
  • 승인 2012.06.04 13:08
  • 호수 6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스갯소리가 있다. 거지 아버지가 아들을 데리고 길을 가다 다리 건너 어느 집이 불타고 있는데 집주인과 그 식솔들이 아우성이며 울부짖고 모습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한다,
“봐라, 아무리 좋은 집이 있어도 불나면 없느니만 못 한겨. 우리 집은 불날 일도 없고 불이 나도 탈것도 없으니 얼마나 다행이냐? 장마에 신발만 물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다리 밑에 잘 들여놓으면 걱정이 웁능겨. 너는 아버지 잘 둔겨, 알것냐?”


요즈음 아침 신문을 보면서 그 거지 아버지와 같은 마음으로 가지지 못한 자로서 자위를 해본다.
증시를 소개하면서 망연자실한 중년의 투자자가 머릴 감싸쥐고 고통스러워 하고 있는 사진이 보인다.
나 역시도 가난은 면하려고 노력하고 살았다. 하지만 재산을 늘릴 방법이 없었다.
가산을 탕진할 짓은 하지 않지만 노력하지 않은 죄는 명백하다. 나는 이 점에서 아내나 아들에게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시대에 뒤떨어지고 작금의 시대상에 좀 맞지 않는 이야기로 좀 빈곤하더라도 가치 있는 삶이 내겐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려 한다.


모두 돈을 보고 삶을 사는 것 같다. 돈이면 제일이요, 돈이라면 못할 일이 없다. 나라에 교육을 책임지고 자라나는 2세에 올바른 정신과 가치관을 심어줘야 하는 교장이란 분이 억대에 뇌물과 탐욕으로 가득한 생활을 하는가 하면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고 국민을 받들어야 하는 경찰의 간부들이 유흥업소와 구린 재산을 나누며 깡패거리들과 호형호제하며 골프와 해외여행 등 호화 생활을 하는가 하면 국민과 국가를 짊어지고 나라에 헌신하라고 뽑아준 국회의원들이 나랏돈 빼먹기에 급급하며 장관들까지도 검은 돈에 놀아나는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우리 같은 서민이 보기에는 지금 가진 것도 분에 넘쳐나는데 더 못 쌓아 안달이다. 더 맛있고 기름진 음식을 입에 넣으려 고민을 하고 아무리 먼 거리나 시간을 낭비하면서까지도 맛집을 찾아다닌다.
자기들만의 모임을 만들어 자기들이 특정한 신분인 양, 하느님이 특정한 인물을 만들어 준 것처럼 행세한다. 그래서 서민적인 운동을 끊고 비용이 많이 들고 서민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골프장에 다닌다.
오랜만에 한 번씩 오르는 동네 뒷산을 오르는 데도 유명 메이커의 등산복을 입고 우리 같은 하위직 공무원의 한 달 봉급에 해당하는 등산화를 신어야 한다.


옷 한 가지를 사 입어도 유명 메이커를 찾으며 신소재 기능의 아웃도어를 입어야 하고 그 부류에 있는 끼리끼리 울타리를 만들고 희희낙락이다.
돈을 모으는 과정에는 상관없이 누가 빨리, 더 많이 부를 축재해 편하고 안락하게 여생을 이어 가느냐에 경쟁을 하며 살아간다. 오직 나만 더 많이 가져야 한다.
오죽해야 외국인이 한국 사람들의 삶을 보고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고 일갈 했겠는가.
모두 썩어가고 있는 것은 가치관이 없는 결과이다.


바람직한 사회인이 되려면 우선 뚜렷한 가치관을 가지고 평생을 다 할 때까지 소신있게 그 길로 가야 한다. 쉽게 이루려고 편법을 써서는 안 된다. 사회가 비정상적으로 가고 있는 것은 목표를 쉽게 이루려는 소치에서 비롯된 것 아닐까?
진정한 행복은 과정의 몰입에서 온다.
과정이 길게 이어져 가면서 이루어지는 목표를 설정하고 노력해야 진정한 값을 지닌 가치관이라 할 것이다. 재계 최고 자리에 오른 기업의 총수나 인기 절정에 오른 연예인들의 죽음이 바로 이 가치관의 부재에서 오는 것이다.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어떤 수단을 사용하는가는 바로 가치관의 문제이다. 가치관 없이 어떠한 것을 추구한다면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 아닐까?.


정치의 실세에 기대거나 권력을 좀 쥐었다 하는 사람들, 성공과 부를 이룬 우리나라 아니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청문회나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재판을 받는 것은 그들의 삶이 가치혼재나 부재에서 오는 것이다. 역사에 삶의 특별한 흔적을 남기고 간 사람들을 보면 마냥 세파에 떠밀려 살아온 게 아니고 치열하게 주위 환경에 대항하며 싸워서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간 사람들이다.
자본주의 시대에 돈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나도 돈을 중요시하며 아낀다. 그리고 열심히 돈을 모은다.
하지만 경제적인 여유로움으로 가는 과정이 행복감으로 가득한 과정이여야 한다. 주변에 은퇴자나 퇴직자들에게 연금이나 월 수입이 얼마나 되냐고 묻지 말라.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당신은 은퇴 후 무슨 일을 할 것 인가를 물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