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 편집국 기자
  • 승인 2012.10.22 11:08
  • 호수 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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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시대에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태산 곁을 지나는데 웬 부인 한사람이 무덤가에서 슬피 울고 있었다. 공자는 그 사연을 물어보았다. 그러자 부인은 기막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지난 달에 시아버지와 남편이 호랑이에 물려 죽었는데 이번에는 아들마저 호랑이 밥이 되엇다는 것이었다.

공자가 하도 어이가 없어 물었다. “왜 이런 위험한 곳을 떠나지 않고 있소?” 그 부인이 대답했다. “이곳에는 가혹한 정치가 없기 때문이오” <예기>에 나오는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고사다.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뜻이다.


지금 서천에서 이같은 상황이 비인면 남당리에서 벌어지고 있다. 남당리는 조선말 비인군 북면 지역으로 1914년 비인면과 함께 서천군으로 편입된 지역이다.

 마을 어르신들에 따르면 소가누운 형국의 와우형 명당터로 우령이라고도 불렸으며, 조선시대 신사임당, 허난설헌과 함께 3대 여류시인으로 평가받는 임벽당 김씨의 살면서 문학을 꽃피운 곳이다. 그의 생가지가 있고 수령 500년이 넘는 은행나무 옆에 시비가 있다.
72가호 남짓한 이 마을에 법 없이도 살만큼 선하디 선한 주민들이 서로 의지하여 농사를 지으며 오순도순 살고 있다.


이러한 마을에 21번 국도 확장공사가 벌어지면서 마을 입구를 가로막는 성토공사가 벌어진다는 소식에 주민들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예정대로 이 공사가 끝나면 남당리 마을은 길이 300여미터, 높이 9m가 넘는 ‘토성’이 마을 입구를 가로막게 된다. 이 도로의 높이는 마을 북쪽에 있는 신구저수지의 제방보다 높다. 안온한 골짜기 속에 자리잡고 있는 마을이 도로에 의해 갇히게 되는 것이다.


큰 홍수라도 날 경우 배수시설에 문제가 생기면 마을은 꼼짝없이 물에 잠기게 된다. 낮에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이 논밭을 훑고 지나가며 농작물을 키워왔는데 전봇대 높이보다 높은 ‘성벽’이 가로막게 되면 기류가 차단돼 농작물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더구나 확 트인 전망을 바라보며 살던 주민들은 얼마나 가슴 답답하겠는가.


이를 알게 된 주민들이 나섰다. 대부분 70 안팎의 어르신들이다. 이들이 발벗고 나서서 관계부처에 탄원서도 내보고 이 공사의 시행관청인 대전지방국토관리청장도 만났다. 성토작업 높이를 낮춰주든지 교각을 설치해달라고 요청했다. 시원한 답변을 들을 리 만무하다. 예산이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이처럼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망가뜨리며 진행되는 공사는 누구를 위해 하는 공사인가. 서천군에서도 이들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서천군에서는 중앙정부 핑계를 대며 주민들의 요구를 남의 일 대하듯 했다.  22조원을 건설업체에 ‘퍼주는’ 공사를 한 정부이다. 중앙정부를 압박해 지역 주민들이 자손대대로 맘 편하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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