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지역신문 찾아내기
“착한” 지역신문 찾아내기
  • 장 호 순 교수/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 승인 2013.01.21 11:15
  • 호수 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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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적으로 “착하다”라는 뜻은 “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바르며 상냥하다”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한 대형 마트가 고객유인 술책으로 “착한 가격”을 내세우면서, 사람의 심성을 표현하는 “착한”이라는 형용사가 원래 의미와 다르게 사용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착한 식당”을 소개하는 TV프로그램이 생기고, 각종 상표나 상호에 “착한”이라는 어휘가 자주 발견된다.


사람말고 ”착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신문일 것이다. 필자가 알고 있는 많은 지역신문들이 “곱고 바르고 상냥한” 신문이다. 필자는 <지역사회와 언론> 이라는 수업에서 학생들과 “착한” 지역신문을 찾아보기로 했다. “착한” 지역신문 찾기는 학생들에게 지역신문을 읽을 기회 주는 동시에, 좋은 지역신문과 나쁜 지역신문을 구별하는 안목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착한” 지역신문의 기준은 필자가 정하고, 수강학생들이 그 기준에 따라 신문을 읽고 점수를 매겼다. “착한” 지역신문의 조건을 충족하려면 신문의 본질적 기능인 비판과 감시, 소통과 여론형성 등을 게을리 하지 않는 ”바른” 신문이어야 한다. 또한 기사작성, 편집, 사진 등 신문으로서의 기술적 수준도 세련된 ”고운” 신문이어야 한다.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주민에게 봉사하고 소통하는 ”상냥한” 신문도 되어야 한다.
기왕에 “착한” 지역신문을 찾아낸다면, 가장 ”착한” 신문에게 상을 주자고 학생들에게 제안했다. 비록 미국의 퓰리처상만큼 권위있는 상은 아니겠지만, 지역신문으로서 언론의 본래기능 즉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고, 동시에 지역사회와 지역주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소통하는 신문을 찾아내 그 공로를 필자는 인정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학생들의 처음 반응은 시큰둥 했다. 상을 줄만한 지역신문이 과연 있을까 의심하는 분위기였다.


학생들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홈페이지에 등록된 지역주간신문들을 6개 권역으로 나누어 각 권역별로 3개, 총 18개 신문을 1차로 골라냈다. 신문 평가기간은 2012년 10월 한 달로 한정했다. 1차 평가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실린 기사를 근거로 했다. 1차 평가를 통과한 18개의 신문은 인쇄된 신문지면을 입수해 평가했다.


학생들은 필자가 제시한 기준을 적용않고도 대부분의 지역신문이 “착한 신문”임을 첫눈에 알 수 있었다. 일반 신문사 홈페이지를 도배하는 선정적, 사기성 인터넷 광고가 지역신문 홈페이지에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착한” 지역신문을 골라내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여러가지 놀라운 경험을 했다. 서너개의 유명 중앙일간지에만 익숙한 학생들은 전국 각지에서 수백개의 지역신문이 매주 발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우선 놀랐다.
대부분의 지역신문이 10명 내외의 직원으로 운영된다는 규모의 영세성에 또한 놀랐다. 서울, 인천, 대구, 부산 등 대도시에서 발행되는 지역주간신문 중 하나도 상위권에 들어갈만큼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도 학생들에겐 놀라운 점이었다. 최종점수를 집계한 결과 5개의 신문이 제1회 <순천향 지역신문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당진시대>, <남해신문> <해남신문>, <서귀포신문>, <옥천신문> 등 이미 지역신문업계에서 우수하다고 인정받아온 신문들이었다. 지역언론인들이 보는 눈이나 학생들이 보는 눈이나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본선에 올라온 지역신문사들의 점수차는 크지 않았다. 그래서 내년에는 전혀 다른 5개의 신문이 수상할 수도 있을것 같다. <뉴스서천>도 내년에는 가장 “착한” 지역신문의 명단에 오르면 좋겠다. 언론의 상업적 여건이 날로 열악해지면서 “착한” 신문은 점점 찾아보기 힘들고, “착한” 지역신문을 만들기도 쉽지는 않지만, “착한” 지역신문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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