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수필- 장항에서 살고 싶다
독자수필- 장항에서 살고 싶다
  • 뉴스서천
  • 승인 2003.03.13 00:00
  • 호수 1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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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걱정이다.
지금 이 시간 해가 내리고 한시간여 남짓! 몇몇 아이들이 학원 가방을 메고 자전거 바퀴를 뒤로 돌렸다, 앞으로 당겼다 하면서 학원으로 가는 모습.
자동차 몇 대는 휑하니 눈을 치켜 뜨고 지나갈 뿐 거리엔 인적이 드물다.
한낮 오일장이라고 나가보지만 썰렁하기는 이 시간과 매 한가지!
아! 어쩌면 좋아?
내가 태어나서 자라 결혼해 아이를 낳고 일하다 실패해도 그래도 떠나기 정말 싫어서 아직도 여기에 남아있는데….
아! 정말 큰일났다. 나처럼 생각하고 말하는 이는 많다. 그러나 어디에서 누군가 해결해줄 실마리를 찾는 이는 있는지 모르겠다.
어딘가에서 조용히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이가 있으면 정말 좋겠다.
유행가 가사처럼 ‘구름도 울고 넘는 저산 아래 그 옛날 내가 살던 고향 있었 것만 지금은 어느 누가 살고 있는지 산골짝에는 물이 마르고 기름진 문전옥답 잡초에 묻혀있네’모두 떠나면 누가 지키기나 할까?
기관들은 인구감소로 타지로 이관되고 학교가 문을 닫으니 아이들은 대처로 발걸음을 옮기고 옮긴 자녀부모는 아이들 뒷바라지 위해 떠나가고, 이래서는, 이래서는 안 되는데 장항이 소리 없이 죽어가고 있다. 신음하고 있다.
그 옛날 장항선이란 이름으로 초등학교 교과서에 장항제련소라고 적혀있던 이곳은 몇년이면 호남선과 이어져 사라질 것이고 장항제련소 또한 다른 이름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거북바위산과 장항백사장! 음력 4월20일 모랫날에는 정기적인 시간을 무시하고 연락두절 행인을 나르던 나룻배와 도선장!
고깃배의 통통거림이 윤선의 뱃고동 소리가 여명을 밀어내던 이곳! 도선을 이용해 기차를 타고 상경하던 사람들이 하구언으로 인해 도선장이 기능을 잃어가고 우린 토사로 인한 물길동맥경화로 물빛을 잃었을 때부터 장항은 신음하기 시작했으니 벌써 그 때가 언제였던가!
누군가 장항 살릴 방법 없나요? 살리고 있다고 말해주세요. 장항에서 살고 싶습니다.
<장항읍 원수리 홍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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