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탄생 600주년 사업에 부쳐
지명탄생 600주년 사업에 부쳐
  • 편집국 기자
  • 승인 2013.06.24 14:57
  • 호수 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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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서울시는 ‘정도 600년 기념사업’을 다양하게 펼친 바 있다. 각종 세미나를 열고 그 의미를 되새겼으며, 400년 후인 서울 정도 1000년에 후손에게 문화유산으로 전하고자  오늘날의 시민생활과 서울의 모습을 대표할 수 있는 문물 600점을 캡슐에 담아 매설하기도 했다. 한 도시가 600년 동안을 한 나라의 수도로 이어져 내려왔으니 그 오랜 전통을 기념할 만도 했다.


이의 영향을 받았음인지 올해 지명 탄생 600년을 맞는다는 도시들이 전국 곳곳에서 이를 기리는 기념 사업을 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와 고양시, 경남의 창원시 등에서도 600주년 기념사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서천군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서천지명탄생 6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어 기념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서천 지명 탄생은 지금부터 600년 전 태종 13년 1413년의 일이었다. 그 이전에 불렀던 이름은 서주(西州)였다. 이를 개칭하여 서천(舒川)으로 바꿔 부르게 한 것이다. 고을 ‘주(州)’에서 내 ‘천(川)’으로 바뀐 것이므로 오히려 격이 더 낮아졌다 할 것이다. 오늘날 주(州)가 들어가는 지명을 보면 수긍이 간다.


조선 초 태종은 개국 초기의 어지러운 나라 사정을 정비하고 왕권을 강화 시킨 임금이었다. 그는 전국의 행정구역을 개편했는데 이는 중앙집권 국가에서 가장 손쉽게 중앙 권력을 장악하는 수단이었다. 조선 태종 때 조선을 8도로 나누어 행정구역을 개편했다. 본디 사람은 물을 중심으로 모여 하나의 생활권을 이루고 살기 마련인데 이 때 단행한 행정구역 개편의 가장 큰 특징은 물을 경계로 행정구역을 나누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현재 서천이라는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지명 탄생 600년을 기념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며 오늘의 우리 모습을 돌아보고 미래를 설계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펼쳐지고 있는 기념사업은 주민들의 무관심 속에서 군 당국의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것도 미리 준비한 것이 아니라 지난 4월에야 부랴부랴 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결성하여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기념사업회가 꾸려진 이후 처음으로 지난 21일 서천군농업기술센터 대강당에서 학술심포지움이 열렸다. 여기에 참석한 사람들은 대부분 공무원이나 그 가족이었다. 이 자리에서 논의 됐던 내용도 과거 역사기록에 나타난 서천과 관련된 사항을 들춰내보거나 문화재를 더듬어 보는 것이 고작이었다. ‘지명탄생 600주년 기념사업’이라는 거창한 이름에 비하면 그 내용이 매우 초라하다.


이에 한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600년의 역사를 이어오는 동안 우리가 꼭 기억해두어야 할 역사를 다시 불러세우는 일이다, 과거의 역사를 알아야 오늘을 이해할 수 있고 오늘을 제대로 이해해야 미래를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칙을 세우고 각 분야별로 구체적인 주제를 설정하여 주민과 함께 내실있는 사업을 펼치기 바란다. 금강과 더불어 풍요로웠던 과거를 깊이 공부하고 왜 오늘날 이것이 무너져 후손들에게 부끄럽게 된 것인지 심도있게 탐구하여 주민들과 함께 미래의 대안을 찾아보는 것도 그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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