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탄생 600주년 사업은 한바탕 축제인가
지명탄생 600주년 사업은 한바탕 축제인가
  • 편집국 기자
  • 승인 2013.09.28 14:38
  • 호수 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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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들어 서천 지명탄생 600주년 기념 행사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10월 1일 장항 미곡 창고에서 ‘600주년 기념 지역작가 전시전’을 필두로 오는 15일까지 매일 행사 일정이 잡혀 있다. 10월 15일 600주년 기념 거리 축하 퍼레이드와 함께 600주년 기념식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행사 내용을 들여다 보면 총 25건의 행사 중 무슨 콘서트나 국악경연대회 등 음악과 관련한 공연이 11건으로 주류를 차지하고 있고 여기에 기념 세미나나 전시회 등이 양념 격으로 끼어들어가 있다.
어쨌든 현재 서천이라는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지명 탄생 600년을 기념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며 오늘의 우리 모습을 돌아보고 미래를 설계하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계획대로라면 기념사업은 1회성 공연으로 끝나고 만다. 더구나 주민들의 무관심 속에서 군 당국의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것도 미리 준비한 것이 아니라 지난 4월에야 부랴부랴 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결성하여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1994년 서울시는 ‘정도 600년 기념사업’을 다양하게 펼친 바 있다. 각종 세미나를 열고 그 의미를 되새겼으며, 400년 후인 서울 정도 1000년에 후손에게 문화유산으로 전하고자  오늘날의 시민생활과 서울의 모습을 대표할 수 있는 문물 600점을 캡슐에 담아 매설하기도 했다.


600주년 기념 사업은 이처럼 미래를 향한 역사적인 인식에 주안점을 두고 서천의 과거와 오늘을 되짚어보는 시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행사가 한바탕의 잔치로 구성돼 있다.
<뉴스서천>은 행사 기획 단계에서 “금강과 더불어 풍요로웠던 과거를 깊이 공부하고 왜 오늘날 이것이 무너져 후손들에게 부끄럽게 된 것인지 심도있게 탐구하여 주민들과 함께 미래의 대안을 찾아보자”는 제안을 한 바 있다.


서천 인구의 30% 가량이 65세 이상의 고령층이다. 마서면 어느 바닷가 마을은 주민들 대다수가 70, 80대 연령이다. 이 마을 이장은 앞으로 10년 후를 걱정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이 마을에 사람 구경하기 힘들게 생겼다며 위기감을 토로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600주년 기념 정열의 플라멩고 공연’에 어깨춤을 출 것인가. ‘국악경연대회’인들 신바람이 나겠는가. ‘교향악단의 공연’이 대다수 서천 사람들에게 얼마나 감동을 불러일으킬 것인가. 지난 600년을 돌아보고 앞날을 설계할 수 있는 진지한 프로그램은 찾아볼 수가 없다.
서천의 가장 큰 정체성은 금강하구가 빚어내는 문화에 있다 할 것이다. 강 하구에 처음 정착한 인류는 강 하구에서 문명을 쌓아올려 내륙을 향하여 진출했다. 서천의 역사도 금강하구갯벌이 가져다 준 자연 혜택과 함께 한 역사였다.


그러나 현재 서천의 강하구와 연안 갯벌에는 죽뻘이 쌓여 점점 주민들의 목을 조이고 있다. 이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이 600주년을 맞았다며 한바탕 축제를 벌이고 끝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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