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한 세트 값과 바꾼 내 양심”
“햄버거 한 세트 값과 바꾼 내 양심”
  • 뉴스서천
  • 승인 2003.04.11 00:00
  • 호수 1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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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토요일 오후 딸아이와 몇 주전부터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외출을 했다.
안경다리가 부러진 지 몇 주가 되었는데도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어 왔었다. 안과를 다녀온 지도 일년이 넘어 병원 진료시간에 맞추기 위해 부랴부랴 군산으로 왔는데도 병원은 문을 닫은 상태였다.
딸아이의 사기도 충전시킬 겸, 세상 구경도 할 겸 시내구경을 하려고 주차할 곳을 찾으니 15M 전방에 유료주차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코앞에 우리 차가 주차할만한 아주 좋은 공간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바로 주차비를 계산해 보니 딸아이의 햄버거세트 값이 계산되는 것이었다. 신이 나서 딸아이와 시내구경 하고, 햄버거세트도 사고 차를 주차한 곳으로 와보니 이게 어찌된 일인가?
우리 차는 안보이고, 다른 차가 주차해 있는 것이었다. 눈을 의심하며 다른 곳을 열심히 두리번거리는데 눈에 들어오는 딱지 한 장. 그곳이 바로 내 마음의 사각지대 견인주차 구역이었던 것이다.
승용차 견인료 이만원과 택시비 이천원은 어디로 빠져버렸는지 주머니에 남은 이만원 마저도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아마 택시 비를 내면서 흘린 모양이었다. 그것까진 괜찮았는데 군산시에서 발급해오는 주·정차 위반 벌금은 얼마일지 생각만 해도 속이 말이 아니었다.
너무 큰 실수를 딸아이 앞에서 소위 선하게 산다고 자부하는 내 양심 앞에서 여지없이 무너져버린, 햄버거 한 세트 값에 무참히 넘어 가버린 알량한 나의 양심불량. 내가 살고 있고, 내 아이가 자라나는 서천을 아껴야 된다고 말하면서 교통법규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한 내 양심이 몸둘 바를 모르게 했다.
딸아이도 심기 불편한 내 마음을 읽었는지 햄버거를 집에 오는 내내 먹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주차장을 이용하리라고 다짐하며 따뜻해져 오는 봄 내음과 함께 반성의 기회를 가져본다.
양금봉 / 서천읍 사곡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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