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와 ‘공무원들의 소풍’
세월호 참사와 ‘공무원들의 소풍’
  • 편집국 기자
  • 승인 2014.04.21 14:23
  • 호수 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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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 고교생 325명을 포함한 승객 475명을 태운 세월호는 15일 밤 9시 인천항을 출발하면서부터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짙은 안개로 출항을 미루다 결국 2시간 30분 늦게 출항한 것이다. 이날 저녁 인천항에서 출항한 배는 세월호밖에 없었다 한다. 출항을 못하면 해운회사로서는 금전적으로 손해가 클 것이다.
세월호가 좌초된 지점은 전남 진도군 관매도 서남쪽 3km 해상이라 한다. 이 지점은 다도해 ‘섬들의 숲’ 안이다. 항로를 한참 비껴 가 있다. 연안 항로에 의지해 다도해 섬들 사이를 누비던 고대 무역선도 아닌 1만톤급의 세월호는 왜 항로를 무시하고 섬들 사이를 관통하려 했을까.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세월호가 항로를 크게 이탈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정규항로를 이탈한 것은 시간단축을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한 항로이탈이 확인되면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는 말도 있다.


이처럼 이번 세월호 참사의 근본 배경에는 ‘돈’과 관련된 물신주의가 깔려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한때 유행했던 ‘부자 되세요’라는 말이 알게 모르게 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하여 결국 이런 참사를 낳게 한 것이 아닐까.


어린 학생들 수백 명이 아직도 생사가 확인이 안되고 있다. 이에 온 국민이 가슴을 치며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하물며 그 부모의 속은 어떠할까. 까맣게 타들어가 숯이 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마음과 함께 하기 위해 전국 도처에서 계획했던 행사들을 미루거나 취소하고 부득이한 경우 약식으로 치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충남 도지사 후보로 나선 한 정치인도 “세월호 사고로 인해 290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운동을 계속할 수 없다”며 “당분간 일체의 선거운동을 중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서천에서는 몇몇 행사들이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치러져 많은 주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18일 금요일에는 평일임에도 공무원들이 대거 참여한 산벚꽃길 걷기 행사가 치러졌다.
이 행사는 예년에도 평일에 치러져 출향인이나 외지인들이 참여할 수 없어 지역주민들의 특산품 판매에도 도움이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공무원들이 근무시간에 행사에 대거 참여함으로써 ‘공무원들의 소풍가는 날’로 낙인이 찍힌 지 오래이다.


또한 지난 17일 봄의마을 광장에서 열린 장애인의 날 행사도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공연들이 있었다. 난타공연, 부채춤, 노래자랑 등의 공연이 있었다. 오랫동안 많은 비용을 들여 장애인들을 위해 준비해온 주최측의 고민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공연들은 빼고 간소하게 치렀더라면 장애인들도 맘이 편하고 주민들로부터 더 큰 칭찬을 받았을 것이다. 더더욱 혀를 찰 일은 이처럼 많은 유권자들이 모인 기회를 놓칠세라 얼굴알리기에 바쁜 지방선거 출마자가 있었다 한다.


현란하게 피었던 꽃들이 하나둘 지고 있다. 지는 꽃잎을 바라보며 우리 마음의 본 자리를 회복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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