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부모님 모시는 건 당연한 일”
“자식이 부모님 모시는 건 당연한 일”
  • 김장환 기자
  • 승인 2014.11.24 16:42
  • 호수 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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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아버지 돌보는 효녀 조계춘씨

▲ 청소년 문화센터에서 탁구를 지도하고 있는 조계춘씨
장애인, 부모님 모두 뇌졸중 환자, 혼자되신 아버지 반신불수, 혼자서는 거동조차 못하는 치매 걸린 아버지, 본인은 유방암 수술. 이 중의 하나만 겪어도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줄줄이 겪고 있는 사람이 바로 1남4녀의 장녀이며 66세 미혼 여성 조계춘씨이다. 계춘씨 앞에 감히 인생 고달프다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의 아버지는 서천군수 차량 기사였는데 한창 새마을 운동이 진행되던 시절이라 새벽이든 한 밤이든 부르면 나가야 했다. 그러다 54세 되던 어느 날 새벽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한 그녀는 이후 근처에서 피아노학원을 하면서 아버지를 보살펴 왔다. 이런 그에게 10년 전쯤 위기가 찾아왔다. 식욕도 잃고 삶의 의지마저 잃어 몸무게가 40kg 겨우 넘었다 한다. 운동이 필요하다는 처방을 받아 취미로 탁구를 시작한 것이 유일하게 자신을 위해 하는 일이었다.

아버지께서 8년 전부터는 아예 거동을 못하시고 치매까지 겹쳤다. 와중에 어머니마저 뇌졸중으로 쓰러지셨다. 자신의 삶을 완전히 포기하고 양친 부모 간병인으로 살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2012년 계춘씨는 유방암 판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 때도 “내가 암에 걸린 게 문제가 아니라 부모님을 어떻게 해야 할 지 걱정”었다고 말한다. 말수가 없으셨던 아버지께서 치매증세가 나타난 이후 난폭해지셨기 때문입니다.
계춘씨가 수술하는 동안 할 수 없이 요양병원에 모셨지만 적응을 못하시고 더욱 난폭해지셔서 다시 집에 모셨다. 그런데 2013년에 어머니께서 돌아가셨고 자신도 환자인 처지에 아버지를 돌보고 있다.

“암에 걸려 병원에 갔을 때 스트레스 받은 일 있냐고 묻기에 그런 거 없다고 말해 놓고 생각하니 스스로 돌아보지 못했을 뿐 모든 게 스트레스였다는 걸 알았습니다”라고 말한다.
부모님을 모시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는 계춘씨, 그러나 왜소하고 다리도 불편한 그에게 결코 쉬운 일 아니었을 터이다.

때문에 한 때 인생에 대한 허무감으로 머릿속이 백지가 된 것 같았다는 계춘씨를 붙잡아 준 것은 운동과 보건소 치매예방 프로그램이었다.
취미로 시작했던 탁구, 우연히 동호인 모임에 가입하게 되고 서천군지체장애인협회에서 장애인도민체전에 출전해 보라는 권유까지 받게 되었다.

“가당치도 않다고 사양했지만 용기를 출전했는데 우승을 했습니다” 밝게 웃으며 말한다.
도민체전에서 우승해서 충남도 대표가 되어 전국체전에 나갔는데 전국체전에서도 우승해서 국가대표가 되었습니다. 50세가 넘어 시작해서 국가대표까지 되었으니 ‘탁구의 신’이 따로 없다.
“동생들이 착해서 자주 찾아와주고 필요하다면 달려와 준 덕”이라며 동생들 칭찬을 한다.

자신의 건강과 아버지 병수발로 전처럼 적극적으로 선수생활을 할 수 없지만 장애인복지관, 청소년문화센터에서 탁구강사로 재능기부를 하고 매월 한 차례씩 장애아동들도 가르친다.
탁구가 삶의 활력을 주었다면 보건소 치매예방프로그램은 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많은 정보 얻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가 시간이 안 되면 동생들이라도 꼭 참여시키고 있습니다.
효녀이며 국가대표 탁구선수, 의지의 한국인 조계춘씨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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