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FTA·쌀시장 개방 이어 ‘식량주권’ 위기(크게)
한중FTA·쌀시장 개방 이어 ‘식량주권’ 위기(크게)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4.12.23 11:36
  • 호수 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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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자급률 22%, 한국은 GMO 진출 호시장

쌀 시장 완전 개방 선언 이후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 등으로 우리 농업이 큰 위협을 받고 있는 가운데 다국적종자회사들의 유전자조작 농산물이 공세를 강화하며 한국시장을 노리고 있다. 유전자조작 농산물로 인해 위기에 처한 식량문제를 알아본다.<편집자>

▲ 지난 5월 25일 ‘몬산토 반대의 날’을 맞아 생명운동연대 회원들이 “식량주권 빼앗는 몬산토”를 규탄하고 있다.

불임 부르는 GMO농산물

2년 전 파리대학의 셀라리니 교수는 유전자 조작(GMO) 옥수수와 GMO콩을 쥐에게 먹인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실험용 쥐 200마리에게 2년 동안 계속 먹였는데 사람으로 치면 10년 동안 계속 먹은 것과 맞먹는다.
실험 결과 각종 종양이 생기고, 장과 위장이 비틀어지고, 유방암이 생겼다. 피해는 암컷과 수컷이 7 대 3 비율로 나타났다. 동물실험 결과로 볼 때 여성이 훨씬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2세로 가면 자폐증과 불임증이 나타났다.
유럽과 중국, 러시아에서도 동물실험을 한 여러 자료가 있지만, 셀라리니 교수의 실험은 가장 완벽에 가까운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 실험은 GMO 종자 생산 회사인 몬산토 스스로가 GMO의 효과가 좋다고 설명하기 위해서 썼던 수법을 그대로 썼기 때문이다.

죽음의 기업 몬산토

몬산토, 듀퐁, 신젠타, 다우, 비앤에프 등 소위 다국적 농약·화학회사들이 제초제·농약을 겸사겸사 팔아먹기 위해 유전자조작 종자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런데 종자 만들어낼 때 제초제에 강한 것, 병해충에 강한 것, 내한성을 가진 것들을 만들어내지만, 공통적인 것은 종자가 불임이 되도록 처리하여 자가채종해 다시 종자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야 계속 GMO 씨앗을 팔아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터미네이터 기술’이라 한다.
유전자 조작 종자의 90% 이상이 미국 회사 몬산토의 것이다. 거대 기업 하나가 전 세계 식량을 독점하고 있는 것이다. 몬산토의 배경에는 권력자 록펠러 재벌이 군림하고 있으며, 몬산토는 회전문 인사를 통해 미국 정부의 든든한 지지를 등에 업고 있다. 세계 전체 농산물 중 유전자 조작 농산물의 점유율은 콩 77%, 옥수수 26%이며, 미국의 경우 콩 93%, 옥수수 86%에 달한다. 이대로 간다면 지구상의 농경지는 유전자 조작 농작물이 석권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부부는 몬산토 주식 20%를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아프리카를 돕겠다며 GMO 곡식을 무상원조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짐바브웨는 이를 거부했고 ‘인도주의적 자선’을 표방했던 빌 게이츠는 세계적 웃음거리가 되었다.
몬산토의 1년 매출은 대한민국 연간 예산를 뛰어 넘는다. 어지간한 전쟁도 독자적으로 수행 가능하다.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은 최근 <녹색평론>을 통해 우크라이나 내전 사태가 GMO 농산물과 관련이 있다는 설을 소개했다.
몬산토 계열에 ‘블랙워터’는 회사가 있다. 정규군 수준의 병력과 무기를 보유한 세계 최대 민간 용병회사인데 전직 CIA 출신, 전직 공수부대 출신들로 구성돼 있다. 이를 2년 전에 몬산토가 인수, 합병한 것이다. 그 블랙워터 용병들이 우크라이나에 들어가서 시위를 선동해 대통령을 몰아내고 친미 인사가 새로 대통령이 되었는데, 그 사람은 GMO를 찬성한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곡창이다. 서유럽 모든 나라들이 GMO 농산물을 거부하자 몬산토는 우크라이나를 교두보로 삼아 유럽 시장을 뚫으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GMO에 대해서 러시아의 푸틴은 철저히 반대하는 입장이다.  EU는 물론 헝가리나 폴란드 등 동구권 나라들도 마찬가지이다. 푸틴은 의회 결의를 거쳐 GMO 식품은 판매도, 생산도, 가공도, 거래도 못하게 했다. 푸틴이 지금 러시아계 동포들을 보호한다는 정치적인 명분을 걸고 우크라이나 반군을 지원하고 있지만 근본 배경에는 이처럼 GMO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몬산토는 광화문에 한국 사무소가 있다.

유명무실한 ‘GMO 표시제’

2008년 5만톤의 GMO 옥수수를 처음 수입한 이래  한국은 매년 794만 톤씩 GMO 콩과 옥수수와 카놀라를 수입하고 있다. 그중에 식용은 약 190만 톤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 GMO 농산물 수입국이다. 1위인 일본은 대부분 사료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참치 통조림을 열면 깡통 열면 카놀라(유채) 기름이 윗 부분을 덮고 있다. 이 카놀라 기름 거의 100%가 GMO 카놀라 기름이다. 하와이에 카우아이라는 섬에서 생산되는 파파야도 GMO이다. 미국의 양식 연어를 한국의 젊은이들이 많이 사 먹고 있다. 이 양식 연어가 GMO일지 모른다. GMO 식품은 ‘GMO 표시제’를 통해 소비자들이 알고 선택할수록 해야 하지만 한국의 GMO표시제는 유명무실하다.
국내 법률에 따르면 △유전자변형 성분이 검출되지 않거나 △재배나 유통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게 섞이는 비의도적 혼입물이 3% 이내로 검출된 제품에는 지엠오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터키는 지엠오 성분이 검출됐다는 이유로 2012년 삼양이 제조한 라면 13톤의 통관을 거부하고 전량 폐기시킨 바 있다. 유럽연합(EU)과 중국은 지엠오 원료를 사용하면 성분 검출 여부와 관계없이 무조건 표기하도록 한다. 또한 농산물과 가공식품 및 건강기능식품에서 기본적으로 GMO는 모두 표시하게 되어있지만 가공식품에서 유전자 변형 DNA 또는 외래단백질이 그 식품 원료 함량 5순위 밖으로 남아 있는 경우, 즉 직접적으로 GMO가 남아있지 않는 경우에는 GMO를 표시하지 않아도 되도록 규제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식용유는 GMO 콩을 원료로 사용하지만 그 DNA나 외래단백질이 최종제품에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쌀 시장 완전 개방, 그 이후는?

무역 자유화와 GMO 재배의 증가로 몬산토, 듀폰, 신젠타 등 다국적 종자ㆍ농약회사와 카길 등 곡물회사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전 세계 GMO 경작지는 1996년 170만㏊에서 지난해 1억7030만㏊로 16년 만에 100배가 늘었다.
이들 다국적 종자회사들은 오래 전부터 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을 주목하고 시장 점유를 위해 작업을 벌여왔다. 국내 종자 시장은 이미 절반 이상이 외국계 회사에 넘어갔고, 종자 로열티로만 172억 원을 지불했다. 곡물 자급률은 22.6%로 사료용을 빼고도 44.5%에 그쳤고, 쌀을 제외한 3대 곡물(소맥, 대두, 옥수수)의 4대 메이저 곡물회사 의존도는 56.9%에 달했다(2011년 기준).
더구나 농촌의 노령 인구는 갈수록 비중이 높아지고 있고 농민의 수는 줄고 있다. 여기에 쌀시장이 완전 개방된 상황에서 유전자조작 농산물이 우리 밥상을 점령할 위험이 점점 커지고 있다.
<허정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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