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 도시재생과 미디어문화센터
장항 도시재생과 미디어문화센터
  • 편집국 기자
  • 승인 2015.08.31 10:15
  • 호수 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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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에 무역선이 오가던 서남해의 섬들은 지금과는 달리 문화적으로 가장 앞선 곳이었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흑산도는 국제도시나 마찬가지인 선진지였다. 지금에 비하자면 국제 공항이 있는 주변 지역과 비슷했다.

서해를 지중해 삼아 방대한 해양제국을 건설한 백제는 이러한 곳에 많은 유적을 남기고 있다. 백제인들은 중국 절강성 주산군도와 한반도 및 규슈를 연결하는 동아시아 해역을 무대로 하는 고대교역권을 형성했다는데 이 일대에서 신나라(AD8~23) 때 주조되었던 왕망전이 출토되고 있음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금강 하구에 자리한 서천은 백제 수도의 관문이니 장항 앞 바다를 통해 수많은 국제 무역선이 지나다녔을 것이다. 따라서 고대에 장항을 비롯해 서천 지역의 사람들은 이러한 환경의 영향으로 매우 진취적이고 개방적인 기상을 지녔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 들어와 유교적 신분 질서로 인해 이러한 기상은 많이 위축되었을 것이다. 바다를 경시하고 농업 위주의 사회로 개편되었다. 이에 따라 보수적인 곳으로 변했다. 현대에 들어와서는 산업화에 늦어 매우 낙후된 곳으로 되었고 아직도 전근대적인 농촌 공동체의 전통이 곳곳에 온존해 있다.

이러한 가운데 장항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미디어문화센터가 공공시설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 있는 시설들은 정보화사회에서 적용되는 매체들로 기능하는 최첨단 장치들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주민들은 이해가 어렵고 특히 노령층에서는 ‘헛돈’을 쓰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만도 하다.
그러나 미래를 생각한다면, 미래의 주인인 청소년들을 생각한다면 생각을 달리해야 할 것이다. 이들 청소년 층에서는 기성세대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 것이다. 기성세대에게는 ‘책’이라는 미디어, 즉 활자매체가 아직도 유효하지만 이들 청소년 세대에게 책은 이미 낡은 구시대의 매체들이다.

새로운 매체를 이용해 학습을 하고 정보를 생산하며 서로가 소통하고 때로는 예술의 영역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는 시설을 고루 갖춘 곳이 장항에 있는 서천군미미어문화센터이다. 이들 젊은 층에게 이곳은 자랑스러운 시설이 될 수 있다.

현재 장항 도시재생사업을 위해 군에서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미디어문화센터도 이러한 사업 가운데 하나이다. 기성세대의 시각으로만 바라볼 게 아니다. 새로운 세대의 시각, 미래 지향적인 시각으로 미디어센터를 바라보고 이를 활용할 수 있을 때 장항은 옛날 진취적이었던 기벌포의 기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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