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기고/기벌포문화제, 진혼제로 시작되어야
■ 독자기고/기벌포문화제, 진혼제로 시작되어야
  • 한경석
  • 승인 2015.10.19 15:46
  • 호수 78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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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석/사랑의열매 대표
국향의 계절 가을을 맞아 주변 여기 저기서 각종 문화 예술 행사가 다채롭게 열리고 있다. 우리들의 눈과 귀 그리고 입을 즐겁게 하고 있으니 바야흐로 결실의 계절이다.

올해로서 14회째를 맞은 기벌포문화제는 회를 거듭할수록 내용도 풍성하고 알차다는 평가를 내놓고 싶다. 한해 동안 문화원을 중심으로 문화예술 혹은 동호회 활동에 참여하여 갈고 닦은 실력이 들녘의 알곡식처럼 알알이 익었으니 한바탕 축제를 열고 다 함께 어우러지는 즐거움을 마다할 수 있겠는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자 하는 노력도 엿볼 수 있다. 생활의 여유가 생기면서 여가를 선용하게 되는데 그 중 악기에 심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색소폰, 오카리나, 기타, 농악 등등. 특히 올해는 불모지나 다름 없는 우리 지역에 아코디언 강습이 처음으로 열렸고 불과 몇 개월 되지 않은 동아리의 연주를 지켜보노라니 기쁨과 함께 문화원의 순기능이 가져온 결실이 아니겠는가 싶은 생각이 든다.

열돌을 훌쩍 넘긴 이쯤에서 기벌포문화제의 정체성에 대해 한번쯤 돌아보자. 굳이 ‘기벌포’라는 옛 지명을 빌어 문화제 타이틀로 한 것은 여러 함의가 있겠으나 그 중에서도 전통과 현대의 맥을 잇고 역사적 정체성을 잊지 않으려는 의도에서 출발한 것은 아닐까 싶다. 이 측면에서 조망할 때 현재의 문화제 프로그램은 ‘기벌포’가 함축하고 있는 역사성이나 상징성에서 한걸음 떨어져 있으며, 동아리 활동 발표회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즉 타이틀이 가지고 있는 역사성과 축제 프로그램간의 연계성이 매우 취약하여 타이틀을 적합한 이름으로 바꾸던가, 프로그램을 보완하던가 손을 봐야 하지 않을까.

‘기벌포’는 장항지역 일대의 백제시대 명칭으로 두 차례에 걸친 ‘기벌포해전’이라는 아픈 역사를 담고 있다. 663년 제왜연합군과 나당연합군이 싸운 백강전투와 676년 설인귀의 당나라 해군이 기벌포로 내려오자, 이에 맞선 신라군과의 전투이다. 2차 신라군은 당나라의 해군을 격파함으로써 당의 한반도 지배 야욕을 물리쳤다.

오늘도 기벌포는 백제 비운의 역사를 간직한 채 말없이 역사의 현장을 담고 있다. 지정학상 서천의 중심부이면서 해안에 근접 위치하고 있는 남산에 오르면 세계 최초 국제연합 해전이 벌어졌을 기벌포 앞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고, 당군에 붙잡힌 백제 유민들이 비통의 눈물을 흘리며 먼 이국으로 떠나갔을 뱃길 백강(금강)이 흐르고 있다. 남산 정상 부에 자리잡고 있는 흉물스런 TV중계시설을 철거 이동하고 팔방을 조망할 수 있는 누각을 세우자. 기벌포해전에서 숨져간 원혼을 달래고 이국만리 떠나가 평생 고국을 그리워하며 생을 마감했을 백제 유민의 넋을 위로하는 진혼제로부터 기벌포문화제가 시작되는 상상을 해본다. 뼈대를 세우고 살을 부처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을 완성한다면 이 또한 값진 광광자원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한경석/사랑의열매봉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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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화 2015-10-21 14:46:43
요지가 충분히 이해됩니다. 읽으면서 몰랐던 역사 공부도 하였습니다. 뜻이 이뤄지기를 바라구요. 다만 끝줄에서 오자 한 개 있어요. 관광자원이 광광자원으로... 죄송.
지금 한국사 바로세우기로 국정이냐 검인정이냐고 시끄러운 때 역사에 대한 바른 조명이 예나 지금이나 있어야겠다는 생각 간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