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군 모든 도로 내 손 안에 있소이다”
“서천군 모든 도로 내 손 안에 있소이다”
  • 최현옥
  • 승인 2002.01.17 00:00
  • 호수 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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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운전자 안전을 위해 밤잠 설치는 나유복씨
눈이 하얗게 쌓인 새벽 3시 사람들이 단잠을 이룰 시각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해 밤잠을 설쳐가며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군청 건설도시과 도로계에 근무하는 나유복(52·서천읍 군사리·사진)씨가 그 중 한사람.
겨울이 되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살아간다는 나씨에게 일기예보 체크는 필수. 만약 눈이 온다면 평상시 직원들과 한잔하던 술도 참고 약속도 취소한다.
벌써 29년째 이 일만을 해오고 있다는 나씨는 5년후면 정년퇴임을 바라보고 있다. 군입대후 운전 수송학교에서 3년간 운전한 나씨는 제대 후 군청의 운전수 모집공고를 보고 입사했다. 그 당시만 해도 비포장 도로에 차도 귀했고 운전수라는 직업은 귀한 직업이라 별무리 없이 시작했다.
겨울이 되기전 10월부터 월동작업은 시작되는데 적재함에 모래를 채우고 포대에 모래를 담아 도로 곳곳에 쌓아두며 장비 등을 점검한다. 그리고 3월이 되면 다시 모래를 회수해서 한곳에 모아 두었다가 다음해에 쓴다. 그 외에 봄에는 도로 파손된 곳을 아스콘으로 보수작업을 하고 여름에는 수해시 소파보수작업을 한다. 사실 나씨는 운전담당이기에 물건을 운반하거나 제설작업시 운전만 하면 된다. 그러나 직접 모든 작업을 지휘·솔선수범 한다.
눈이 쌓인 두께만 봐도 염화칼슘과 모래의 배합량을 안다는 나씨는 새벽 3시부터 모래상차를하고 5시정도에 제설 작업을 시작, 10시정도에 작업을 끝낸다. 작업이 끝나고 늦은 아침을 먹으러 들어오는 길에 만나는 눈 녹은 도로는 보람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또한 도로 보수후 동네 이장들이 고맙다며 인사할 때 더 큰 보람을 느낀다.
일요일도 없는 나씨는 아이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게 항상 마음에 걸리는데 밝고 건강하게 자라준 아이들에게 감사하다. 나씨는 “평소 눈을 좋아하던 아이들이 철들면서 아버지가 위험한 작업을 하는걸 보고 눈 오는걸 싫어하게 됐다”며 은근히 자식 자랑도 한다.
“아무도 가지 않은 눈쌓인 길을 가다보니 위험한 일도 많은데 한번은 마서 계동고개에서 작업을 하다가 앞에 있던 추레라차가 달려와 큰 사고를 당할뻔 했다”며 그때만 생각하면 정신이 아찔해 졸음운전은 상상도 못한다고 한다. 그리고 아무리 제설작업을 잘한다고 해도 다 믿을수 없기에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운전자들이 먼저 월동장비를 해주길 당부한다.
나씨는 제설작업이 군내에서만 이루어져서 아쉽다며 인력과 장비가 더 보충되길 바랬다. 또한 좁은 골목길 보수시 차가 커서 손수레로 작업을 하다보니 힘이 많이 들어 소형차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천의 모든 도로를 누비는 나씨는 “어디를 가도 현장조사를 위해 도로에 항상 신경을 쓴다”며 직업의식을 가지고 일을 손에서 놓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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