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요? 일상의 작은 실천이죠”
“환경운동요? 일상의 작은 실천이죠”
  • 최현옥
  • 승인 2002.03.21 00:00
  • 호수 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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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환경 지킴이 최명선 주부
“엄마, 샴푸 쓰면 물 오염돼서 물고기가 싫어하지∼”
“그럼, 물고기가 싫어하지. 그리고 나중에 현호가 먹을 물도 부족하게 될지도 몰라”
7살 먹은 현호(중앙초병설유치원)는 욕실에서 엄마 최명선(37·장항읍 신창리)씨와 머리를 감으며 물오염 이야기를 자주 한다.
최씨는 오래 전부터 환경을 위해 샴푸 대신 비누를 쓰고 마지막으로 머리를 헹굴 때 식초로 마무리를 한다. 어려서부터 해온 일이라 샴푸나 린스를 쓰는 일이 오히려 어색하다는 아이들. 헌 달력으로 책을 씌우고, 몽당연필을 볼펜깍지에 끼워 쓰며, 옷가지나 신발 같은 경우 대를 물려 입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둘째 태연(10·중앙초)이는 불만이 많은 모양이다. 언니 옷을 물려받거나 새로 구입할 때도 남동생을 물려주기 위해 자신의 취향은 배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 첫째 기량(12·중앙초)이는 엄마를 본받아 학교에서 재활용품으로 작품 만들기를 해서 몇 차례 수상한 경력도 있다.
그녀의 아이들이 이럴 수 있는 것은 평상시 환경보호에 대한 설명을 아이들에게 해주면서 일상에서 실천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최씨는 환경운동 하면 거창한 것이 아닌 일상의 작은 실천, 또한 주부들의 세심한 실천 하나가 바로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일이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 특히 수질오염의 60%를 차지하는 가정폐수는 주부들의 작은 노력으로도 충분히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신문폐지나 쓰레기를 분리수거해서 버리는 것은 기본이고, 설거지 할 때 기름기가 많은 그릇은 밀가루로 닦으며, 빨래 할 때도 되도록 가루비누 사용을 줄이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또한, 음식쓰레기는 모았다가 연립주택 공동 텃밭의 채소의 거름으로 쓴다.
그녀의 집안은 손수 만든 재활 가구들로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가득하다. 싱크대를 개조한 책장, 예쁘게 단장한 식탁, 텔레비전과 비디오의 받침대 등 삶의 기지가 가득한 그녀의 손길에서 화목한 가정의 냄새가 물씬 풍겨난다.
14년된 결혼횟수를 말해주는 가전제품을 고수하는 것은 단지 경제적인 이유만은 아니다. 근래 소비풍토가 제품의 고장으로 인한 것이 아닌 유행의 변화에 따라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며 결국 그만큼의 자연이 훼손되는 게 안타까워서이다.
최씨는 올 겨울 또 다른 시도를 했다. 석유 한 방울 안나오는 나라에서 에너지 소비가 심한 것 같아 난방을 전기로 많이 사용한 것.
“처음에는 불편한 점도 많았지만 겨울을 지내고 나니 뿌듯한 마음도 생기고 연료사용 감소로 인해 환경오염이 조금이나마 감소된 듯한 느낌마저 든다”고 한다.
습관처럼 행하는 이러한 일들이 당연하다는 그녀의 모습에서 알면서 실천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볼 수 있었다.
그녀가 이런 인식을 많이 갖게 된 것은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절약정신에 자신의 환경보호에 대한 소신이 합해진 것. 그녀의 어머니가 그녀에게 주었던 것처럼, 이제 자녀에게 행해지는 일상의 교육들은 그 후손 대대로 이어가며 빛을 발할 것이다.
“일상의 작은 실천이 좀 더 쾌적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든다”는 최씨야말로 이 시대에 없어서는 안될 환경 파수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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