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 최고 대식가는 누구?
서천 최고 대식가는 누구?
  • 최현옥
  • 승인 2002.03.21 00:00
  • 호수 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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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꾼 큰사발’ 주인공 정성환씨
불고기 12인분, 밥 20인분, 자장면16그릇…
이는 한때 서천에서 먹는 것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대식가 정성환씨(56·장항 신창리)가 기록을 세웠던 수치들이다.
주위사람들에게 ‘큰 일꾼 큰 사발’ 이라는 모 광고의 카피처럼 열심히 일한 만큼 열심히 먹었던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다.
“아직도 많이 드세요?”
기자의 짓궂은 질문에 장씨는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아휴∼ 다 옛날 이야기죠”한다.
정씨는 왕성한 식욕으로 체중이 100㎏ 이상 나가자 건강상의 문제로 지금은 한끼에 한 공기 이상의 밥을 먹지 않는다. 그러나 1990년 까지만 해도 예비군 소대장으로 훈련받으러 갈 때 20인분의 밥을 싸 가지고 갈 정도였다.
젊었을 때는 58㎏밖에 나가지 않을 정도로 말랐던 그가 많이 먹게 된 계기는 30대에 운수업과 쌀장사를 겸하고 부터였다.
혼자서 80kg 쌀 가마니를 차에 싣고 내리는 고된 작업이 계속되었지만, 여섯이나 되는 자식과 처를 위해서 일하다보니 세상의 아버지가 그러하듯 어려운 줄 몰랐다. 3시간의 수면과 장거리 운행, 육체적으로 힘이 들수록 그의 식욕은 점점 좋아졌다.
한 번은 울산에 차를 사러 갔다가 고기집에 들러 불고기 4인분을 시켰다. 주인은 그가 먹는 모습에 놀라 시험삼아 8인분을 더 주었다. 거뜬히 12인분의 고기를 먹어버린 그는 식당 방명록에 ‘대식가’라는 싸인을 남겼다. 또한 ‘MBC방송국 묘기대행진’에 참가, 자장면 16그릇을 뚝딱 해치우기도 했다.
그의 행적은 이것에 그치지 않아 전국 어디를 가나 아주머니들은 알아서 밥그릇을 따로 마련하면서 식사 준비를 해주는가 하면, 어떤 식당 주인은 그의 식성을 견디지 못해 오지 말라며 면박을 주기도 했다.
마침내 99년 서천지역의 특이한 장기나 자랑을 소유한 자들의 밀레니엄캡슐을 묻을 때, 서천 최고의 대식가(大食家)로 정씨의 이름이 올라 공식인정을 받기에 이르렀다.
정씨가 주로 즐기는 음식은 밥, 된장찌개, 김치 등의 토속 음식으로, 지금까지 탈 한번 없이 건강한걸 보면 자신도 대견스럽단다.
“요즘 아이들이 음식투정을 하고 인스턴트를 선호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며 자라는 아이들에게 과거 어른들은 먹을 것이 없어 많은 어려움을 겪었음을 예로 들며 음식의 소중함을 종종 말한다.
열심히 일하고 그 대가로 먹었던 음식들이었기에 주위의 시선이 의식되지 않았다는 정씨. 육체노동을 기피하는 병약한 현대의 젊은이들에게 노동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싶은 것이 그의 바램이다.
운수업 30년 외길 인생! 3시 40분, 닭의 목청도 트이지 않을 시각, 그는 오늘도 어둠을 몰아내고 새벽을 깨우며 젊은이 못지 않은 패기와 부지런함으로 하루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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