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가꾸듯 아이들 심성도 가꿔요
꽃 가꾸듯 아이들 심성도 가꿔요
  • 최현옥
  • 승인 2003.10.03 00:00
  • 호수 1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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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스승이라는 한 교사 꽃을 가꾸며 배운 것을 아이들에게 전한다
정문 앞부터 반기는 화사한 꽃망울, 학교 상징 탑을 둘러쌓고 피어난 사루비아, 타이어를 화분 삼아 만든 화단, 교실 복도를 수놓은 국화 등 비남초등학교는 말 그대로 꽃 천지다. 전체 학생수가 45명으로 폐교위기에 직면했던 비남초는 불과 2년 전 만해도 환경미화에 무관심해 관상수로 가득했다. 그러나 한승석(53) 교사가 부임 후 학교는 변하기 시작했다. 교문에 첫 발을 딛는 순간부터 발랄, 풍성, 활기 그 자체이다.
“아침 7시 반부터 꽃 가꾸는 일을 시작해요. 그리고 수업이 모두 끝나고 아이들이 돌아간 후 2시간 정도 더 가꾸죠. 끝없이 애정을 쏟아야 하고 조금만 소홀하면 표가 나는 일이라 대단한 정성이 필요해요. 아이들이 꽃을 보고 좋아하는 모습에 힘든지 모르고 일합니다”
꽃을 보면 애착이 생겨 학교 전체의 꽃을 연중 관리해도 힘든지 모른다는 한 교사. 그는 교정 가득 피어난 국화가 대견하다는 듯 바라본다.
햇볕에 검게 그을린 얼굴과 거친 손은 교사라는 이미지보다 일명 ‘학교아저씨’ 같은 인상을 풍기지만 꽃 좋아하는 사람 치고 악한 사람 없다고 그를 바라보고 있으면 은은한 사람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하늘과 땅, 해와 달, 나비와 개구리, 꽃들과 나무, 거미와 지렁이… 이런 자연물들은 저의 스승이죠. 꽃을 가꾸며 자연에서 배운 것을 아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어 더욱 좋은 것 같아요”
2년 전 신임으로 서천에 전근 오면서 학교를 연중 꽃피는 곳으로 만들고 있는 한 교사는 꽃을 가꾸는 일은 단순한 일만은 아니라고 한다. 교육의 연장 그 자체라는 것.
“요즘 농촌 아이들은 도시아이들과 문화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는 한 교사는 교육의 효과는 시간이 지난 다음에 증명되지만 자신이 꽃을 가꾸는 모습이 아이들에게도 흥미를 유발시키는 것만은 분명하다.
또 수업시간을 비롯해 일상에서 자연에서 배운 것을 아이들에게 전할 수 있다는 것이 보람이다.
특히 인성교육에 있어서 꽃을 보며 자란 아이들에게는 분명 고운 심성을 심어준다는 신념은 그를 더욱 일에 매진하게 만든다.
2년이라는 시간동안 학교 사랑을 묵묵히 실천해온 한 교사. 그에게 학교소개를 부탁하자 국화를 키우다 장마에 쓸러나갔던 일, 방학기간에도 3일에 한번씩 출근했던 일 등 꽃과 동고동락했던 많은 이야기들이 올이 풀리듯 도르르 쏟아져 나온다.
최근에는 텃밭에 채소를 길러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하고 옥수수를 키워 아이들과 자연학습을 했다는 한 교사는 지난해 국화를 키워 지역 주민들과 함께 나누기도 했다.
교육은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연적으로 성장하고 바르게 크도록 인도하는 것이라는 신념으로 교직에 임하는 그에게 꽃을 키운다는 것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다.
“매일 리어카와 괭이, 삽을 들고 다니는 모습이 1·2 학년의 눈에는 학교아저씨로 비치나 보다”며 미소를 짓는 한 교사. 한때 국가대표 수영선수까지 배출하며 호랑이 교사로 통했지만 지금은 꽃을 가꾸며 사랑과 관심이 교육임을 느낀다.
겨울 채비에 더욱 바빠질 것 같다는 한 교사. 그는 꽃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아름다움을 연출하듯 아이들이 성장해 아름다운 삶을 열어줄 것을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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