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취재 / 삶의 터전 갯벌 ❶ 그 많던 조개들은 어디로 갔나(1)
■ 기획취재 / 삶의 터전 갯벌 ❶ 그 많던 조개들은 어디로 갔나(1)
  • 뉴스서천
  • 승인 2018.07.04 17:17
  • 호수 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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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은 종패 생산지였다…바지락 등 어패류 득실”

최근 5년 종패 살포량 총 300여톤…16억여원 투입

연재를 시작하며

갯벌은 사전적 뜻은 조수가 드나드는 바닷가나 강가의 넓고 평평하게 생긴 땅이다. 조류로 운반되는 모래나 점토의 미세입자가 파도가 잔잔한 해역에 오랫동안 쌓여 생기는 평탄한 지형인 갯벌은 만조 때에는 물에 잠기지만 간조 때에는 공기 중에 노출되는 특징이 있다. 이같은 특징으로 인해 습지의 한 형태로 분류된다.

육상생태계와 해양생태계가 만나는 갯벌은 다양한 해양생물의 서식처이다. 주기적으로 바닷물에 잠기는 갯벌은 장소에 따라 바닷물이 잠기는 시간이 달라지므로 갯벌에 정착해 사는 수생생물들은 장소에 따라 근본적인 환경의 차이를 겪는다. 이에 따라 다양한 저서무척추생물이 살아가고 있다.

육지에서 떠내려온 부니질이 쌓이는 갯벌은 먹을 것이 풍부하고 어린 개체들이 성장하기에 적당한 환경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연안에 사는 어종들뿐만 아니라 깊은 바다 밑에 사는 어류들도 산란기에는 갯벌을 찾는다. 따라서 드넓은 갯벌이 있는 배후에는 풍요로운 어장이 형성되기 마련이다.

금강 하류와 서해 연안 갯벌을 끼고 있는 서천군은 이같은 갯벌에 둘러싸여 있어 예로부터 생산력이 매우 높은 지역이었으며 많은 인구를 부양할 수 있었다. 호미 한 자루만 있으면 조개를 채취해 삶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갯벌의 환경이 달라진 현재 서천군 연안에서 이같은 모습은 볼 수 없다.

뉴스서천은 이같은 갯벌 환경 변화의 원인을 밝히고 예전과 같은 갯벌 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해 어떤 일들이 필요한지 알아보기 위해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이번 기획취재를 마련했다. 앞으로 12회의 연재를 통해 서천갯벌에 대한 보고서를 독자들에게 제출하고자 한다.

 

바지락·가무락조개·동죽·맛살 등 지천

▲갯벌에서 조개를 채취해오는 어민들. 2007년 장암리
▲갯벌에서 조개를 채취해오는 어민들. 2007년 장암리

마서면 송석리의 갈목이나 눈돌마을은 갯벌에 의지해 살던 반농반어의 어촌이었다. 2005년도까지만 해도 경운기가 열을 지어 주민들을 싣고 아목섬으로 조개 채취를 하기 위해 드나들었다. 바닷가 공터에 위판장이 섰다. 트럭들이 들어와 바지락을 실어내갔다. 갈꾸리 하나 가지고 갯벌에 나가 한 물때 5시간만 일하면 10만원씩은 벌었다.

송석리는 2001년 해양수산부로부터 서천에서 가장 먼저 어촌체험마을로 선정됐다. 특히 갈목백사장은 모래찜질과 각종 조개 채취로 소문이 났다.

▲바지락, 굴이 득실대던 마서면 송석리 앞 아목섬. 지금은 뻘이 들어차 들어갈 수 없다.
▲바지락, 굴이 득실대던 마서면 송석리 앞 아목섬. 지금은 뻘이 들어차 들어갈 수 없다.

아목섬은 썰물 때면 걸어들어갈 수 있어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갯벌체험마을로 소문이 나면서 어패류 채취 관광객이 하루 1000, 주말 휴일에는 30004000명 정도 몰렸다 한다.

갈목과 아항도를 중심으로 한 암반조간대와 모래펄갯벌에서 나는 온갖 어패류로 풍요로웠던 갯벌이 죽어가며 대부분 맨손어업이었던 마을 주민들의 소득원이 사라지자 사람들은 마을을 떠났다. 지금은 김양식에 종사하는 몇몇 세대 외에는 더 이상 바다는 이들의 삶의 터전이 아니다.

장구만에 맛살이 지천이었다. 맛살 뿐만이 아니다. 백합, 바지락, 동죽, 꼬막이 버글버글했다. 가산여라고 갈목 앞에 여가 있는데 경운기 타고 거기까지 가서 바우지(민꽃게), , 꼬막 등을 잡아왔다.

장구리에 딸 둘이 있는 집이 있었는데 부지런히 갯것 해서 친정에 논 30마지기 사주고 시집갔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맨손어업으로 농사보다 높은 소득

▲서면 도둔리 독살 흔적. 뻘이 들어차 있다.
▲서면 도둔리 독살 흔적. 뻘이 들어차 있다.

서면 마량리에서 만난 주민은 옛날에는 바로 앞바다에서 고기를 잡았다“1톤도 채 안되는 작은 배로 주꾸미, 대하, 꽃게를 건져올렸다고 말했다.

바지락도 엄청 잡혔어. 종패로 잡아 팔기도 했어. 전북 고창 사람들이 와서 여기 와서 종패를 사갔어

마서면 남전리 백사마을 주민들은 예로부터 바다에 나가 조개를 줍고 어살을 매어 고기를 잡아 생활했다. 논이 없는 마을이어서 주민들은 바다에 의지했으며 배가 20여척 닿는 제법 큰 포구였다. 꽃게와 대하를 많이 잡았고 배타고 나가면 농어, 도미, 민어, 장대 등을 잡았다. 갯벌에서는 바지락, 가무락조개, 동죽, 맛살, 고막 등을 채취했다.

▲조개 채취를 위해 갯벌로 나가는 주민들. 2006년 송석리
▲조개 채취를 위해 갯벌로 나가는 주민들. 2006년 송석리

비인면 장포리에서 할미섬 어살을 관리하던 전상복씨,

내가 여기에서만 죽 살아왔는데 옛날에는 고기들이 정말 많았다. 장포리는 지선(바다와 접한 해안선)이 길다. 독살 외에도 그 지선따라 어살이 매어져 있었는데 갈치, 부세, 병어, 중하, 전어 등이 어살에 쌓였었다. 할미섬 근처 바위에 굴들도 많았다. 굴은 따서 까야 하고 하기 때문에 노동력이 많이 든다. 그래도 수입이 괜찮았다. 어업을 주로 하는 사람들이 한 30여명 됐다. 뻘에 나가면 동죽도 많았다.”

이처럼 서천군 연안 어느 마을에 가도 조개는 지천이었다. 배 한 척 부리지 않아도 맨손만으로 바지락을 잡고 굴을 따서 농사짓는 것보다 훨씬 높은 소득을 올렸다.

농사만 지어서는 얘들 대학까지 못 갈쳐서천군 반농반어의 어촌에서 통용되는 말이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 종패 살포

15년 전만 해도 갯벌은 싱싱하게 살아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갯벌 환경이 달라지며 종패를 생산하던 곳에 오히려 종패를 사다 넣고 있다.

서천군은 지난 2014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패류어장자원조성사업으로 관내 8개의 어촌계에서 바지락 총 208, 가무락조개 총 99, 백합 총 2.5톤의 종패를 사다 뿌리는 데 지원했다. 총 비용 162567만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갯벌 환경이 달라져 살포한 종패는 제대로 성장을 하지 못해 어민들의 실질 소득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바지락이나 백합 등 백합과의 조개는 펄과 모래가 섞인 모래펄갯벌에서 잘 서식한다. 그러나 서천군 연안 전역에 진펄이 쌓이며 이들의 서식환경이 달라져 조개 양식은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군의 종패 살포 지원사업은 계속되고 있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이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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