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취재 / 삶의 터전 갯벌 ❷ 그 많던 조개들은 어디로 갔나(2)
■ 기획취재 / 삶의 터전 갯벌 ❷ 그 많던 조개들은 어디로 갔나(2)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8.07.11 16:38
  • 호수 9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만금방조제 막히면서 펄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조류 유속 느려져 서천 연안에도 죽뻘 쌓여

영양염류 공급받지 못해 ‘바다의 사막화’ 진행
▲간조 때 서천 연안 조류 흐름(자료/국립해양조사원)
▲간조 때 서천 연안 조류 흐름(자료/국립해양조사원)

뻘이 쌓이며 조개 안잡힌다

서천 연안 곳곳에서 토사 퇴적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모래 함유량이 70% 정도인 모래펄갯벌이 진펄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금강하굿둑 바깥쪽 바다 뿐만 아니라 유부도나 장항읍 송림리와 마서면 남전리 갯벌에서부터 서면 도둔리 갯벌에 이르기까지 서천 전체 연안에서 일어나고 있다.

모래찜으로 유명한 장암리와 송림리 해안에서는 해안침식과 함께 모래사장의 면적이 점점 축소되고 있고 간조 때에 경운기와 함께 아목섬에 들어가 조개 채취를 하던 송석리 마을 주민들은 더 이상 아목섬에 들어가 조개 채취를 하지 못하고 있다. 뻘이 허리께까지 쌓여 있다고 주민들은 말하고 있다. 장포리 할미섬 뒤 암반조간대에도 뻘이 덮여있다.

조개는 모래 함유량이 70% 정도인 모래펄갯벌에서 주로 서식한다. 그러나 조개류가 서식할 수 없는 진펄로 바뀌어가고 있다. 이를 죽은 뻘이라 하여 죽뻘이라고도 부른다. 이러한 뻘에는 산소 공급이 안돼 저서생물이 살 수 없다.

어민들은 한결같이 새만금방조제 막히면서부터 뻘이 급격히 차오르기 시작했다고 말하고 있다. 서천군 연안에서 조개가 잡히지 않는 가장 큰 이유이다.

▲비인면 장포리 할미섬 뒤 암반조간대에 쌓인 진펄
▲비인면 장포리 할미섬 뒤 암반조간대에 쌓인 진펄
▲솔리천 하구의 토사퇴적
▲솔리천 하구의 토사퇴적

토사퇴적 불러오는 인공구조물

이같은 토사 퇴적은 금강하굿둑을 비롯해 군산매립지, 북측도류제, 새만금간척사업 등으로 금강하구를 무분별하게 개발해온 탓이다. 수산전문가들은 서천 연안에 자리 잡은 인공구조물의 영향으로 조류흐름 감속에 따른 토사퇴적과 함께 김을 비롯해 각종 수산생물 생장에 도움을 주는 영양염류 유입이 급격히 감소해 원인 규명이 힘든 여러 병해와 부작용이 야기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오식도와 비응도 등을 육지로 만들면서 진행된 군산매립지는 바다로 7km 이상 돌출해있어 서천 앞바다의 연안류의 흐름을 교란시키는 주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조류의 흐름을 방해하는 이같은 구조물이 서천 연안에 고스란히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실제 국립해양조사원에 따르면 하굿둑과 인접한 군산 내항과 장항항의 평균 유속은 수문 작동직전 각각 초당 148105에서 80~9141~66로 느려졌으며 연간 퇴적량이 400여만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북측도류제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장항 앞바다는 최근 2년 간 519가 매몰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군산시 비응도동에 현대조선소가 들어서면서 축조한 850m 길이의 남방파제가 유속을 떨어뜨려 토사퇴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바다 물길을 터야

금강하구 인공구조물
금강하구 인공구조물

서천군수협과 장항 어민들은 금강하굿둑, 북측도류제, 북방파제, 남방파제 등의 인공구조물로 만신창이가 된 금강하구에서 금강하굿둑 해수유통과 함께 서천군 연안의 민물 유통을 방해하는 북측도류제의 철거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금강하굿둑과 함께 북측도류제, 북방파제 등의 인공 구조물들이 금강하구와 서천군 연안의 민물 유통을 방해하고 있다북측도류제는 대단위 갯벌매립을 통한 장항산단 조성을 전제하고 있었으므로 장항산단 계획이 철회된 이상 마땅히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군산외항의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는 북측도류제의 전면 철거가 어렵다면 부분적인 철거를 통해 조류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특히 유부도 앞 680m까지는 서천군 소속이므로 이곳만이라도 개방해 법을 어기며 도계를 넘어 8km를 우회해 어장에 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만금간척사업으로 인한 생태계의 변화는 일본 규슈의 이사하야 간척사업으로 인한 아리아케해의 변화를 거의 그대로 닮아가고 있다. 1998년 이사하야 간척사업의 방조제 완공으로 유속이 느려져 일본 최대의 김 생산지이던 아리아케해의 수산업이 궤멸된 바 있다.

금강하굿둑과 새만금방조제는 강이 바다로 흐르는 것을 차단해 방조제 안쪽은 육지에서 흘러온 영양염류를 바다로 배출하지 못해 부영양화가 진행되고, 방조제 밖은 어패류의 먹이가 되는 영양염류를 강으로부터 공급받지 못해 바다의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서천군 연안 마을의 맨손어업을 통한 소득원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허정균 기자>

지난 달 30일 뉴스서천 취재팀은 전북 부안군 변산면 방조제 밖의 어촌을 방문해 방조제 밖의 어업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새만금방조제 밖에서도 뻘 퇴적어장 황폐화

수심 낮아지며 해양환경 악화어업 소득 급감

▲방조제 밖에서도 고기가 잡히지 않고 있다고 말하는 박진순씨
▲방조제 밖에서도 고기가 잡히지 않고 있다고 말하는 박진순씨

2006년 새만금 방조제 물막이 공사가 완료(총 길이 33km)된 후 현재 방조제 내측의 바닷물 수위를 1.5m 보다 높지 않게 관리를 하고 비정기적이고 불규칙한 양의 바닷물이 배수갑문(총 길이 540m)을 통해 해수유통이 이루어지면서 내측의 갯벌은 대략 90퍼센트 감소했다. 아주 적은 면적의 갯벌만 남아서 저서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방조제 외측 해역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외측의 해류 흐름이 바뀌고 해수의 유속이 전체적으로 감소하면서 퇴적물과 유기물이 멀리 퍼져 나가지 않아 외측의 생물서식 환경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즉 외측의 바닷속 바닥이 죽뻘로 변한 면적이 증가해 해양생물이 급격히 감소하고, 어민들의 어업소득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변산 송포항에서 만난 박진순(1951년생) 주민은,

방조제를 쌓고 나서 하섬, 누에섬(독섬), 소당섬까지 ()뻘이 쌓였어. 수심이 깊었을 때 물고기가 많이 잡혔어. 그런데 지금이 ()뻘이 쌓여서 잡을 게 없어. 그 전에는 수심이 40m가 넘었는데 지금은 30m밖에 않되. 지금도 소라를 잡기 위해 채반을 두 틀만 넣어도 ()뻘로 덮혀 버려서 그 때마다 꺼내서 바닷물로 씻어내야 해. 방조제 안쪽에서 바다로 나왔다가 물살에 조금씩 밀려와 덮어버리고 있어. 새만금 신항을 만드는 곳도 퇴적이 심해서 얕어. 큰 배가 들어오려면 계속 준설을 해야 해. 가력도 밑에는 큰 배가 지나다녔는데 지금은 수심이 낮아져서 다니지도 못해. 예전에 많이 잡히던 바위가 있는 곳에도 고기가 없어. 우럭을 몇십마리씩 잡았는데 지금은 없어. 바위가 모두 뻘로 덮혀서 없어. 지금은 실지렁이 같은 알집이 그물에 걸려서 나와. 방파제 가까울수록 많아. 조수가(물살이) 없는 데가 더 길어

라고 말했다.

▲방조제 영향으로 변산해수욕장에서 깎여나간 모래가 송포항에 쌓여 있다.
▲방조제 영향으로 변산해수욕장에서 깎여나간 모래가 송포항에 쌓여 있다.

변산해수욕장, 고사포해수욕장의 모래도 깎여 나가고 지역에 따라 경사도가 급해졌다. 또한 모래사장의 경사도가 완만하지 않고 요철이 심한 상태로 변하고 있다. 해수욕을 할 때 수심이 곳에 따라 깊어져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송포항에서 만난 김세영(1950년생) 주민은

예전에는 변산해수욕장은 수심이 완만해서 가족단위로 와서 안전하게 물놀이 하기 좋은 곳이었어. 새만금 방조제를 막으면서 바닷물의 흐름 방향이 바뀌는 바람에 변산해수욕장의 모래가 깎여 나갔어. 그래서 변산 주민들이 한국농어촌공사 김제지사에 몰려가 항의를 했고, 한국농어촌공사가 (군산대 최진용 교수에게 맡겨) 연구용역을 해서 인위적으로 1년에 한번씩 양빈을 해. 모래를 다른 곳에서 가져와서 퍼 붓고 있어. 모래를 양빈한 지가 한 5년 되었어. 그런데 양빈효과가 없어져 버려. 다시 모래사장의 깎여 나간 모래가 바다 쪽으로 들어가 쌓이고 송포항으로 밀려 들어와. 모래가 쌓여 만조가 돼도 배를 댈 수가 없어

이처럼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고창갯벌과 부안 줄포만갯벌, 서천갯벌과 그 주변 해역 뿐만이 아니라, 부안군의 위도, 격포 등의 해역과 영광지역의 해역까지 악영향을 주고 있다. 이는 사업초기 당시 시행한 환경영향평가 조사범위를 훨씬 넘어서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이 앞으로 계속 발생할 것이므로 외측의 해양환경의 악화가 광범위하고 심각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방조제 내외측의 수질개선과 해양환경을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해수유통을 확대해야 한다.

<주용기 시민기자/전북대학교 전임연구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