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취재 / 삶의 터전 갯벌 ❽칠산어장의 변화 (3)고창갯벌
■ 기획취재 / 삶의 터전 갯벌 ❽칠산어장의 변화 (3)고창갯벌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8.09.12 19:23
  • 호수 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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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방조제 완공 이후 급격히 토사 퇴적

종패 생산하던 갯벌, 바지락 양식도 어렵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곰소만 주변의 무분별한 간척사업
▲곰소만 주변의 무분별한 간척사업

조기떼가 칠산바다를 뒤덮던 시절, 조기잡이는 칠산어장의 중심지인 위도 근해서만 이루진 것은 아니다. 칠산바다 한 자락이 변산과 선운산 사이를 뚫고 내륙으로 쑥 들어와 크게 만을 이룬 곰소만은 천혜의 입지 조건이 만든 어살목으로 조기잡이가 성행했었다. 부안군 보안면 바닷가 주민들은 조기울음 소리 때문에 밤에 잠을 못이룰 정도였다고 한다. 조기잡이가 사라지며 바지락 채취로 많은 소득을 올렸었다. 그러나 새만금방조제 완공 이후 갈수록 토사가 쌓이며 이마저 위기에 처해있다. 뉴스서천 취재팀이 지난 721, 22일 고창갯벌을 취재했다.

 

곰소만의 조기잡이

황해안에 면하야 잇는 부안지방은 각종 해산물이 풍부한 중 특히 굴비는 전 조선에 굴지(屈指)하는 특산품으로 황해도 연평산이 잇으나 질에 잇어서 비()가 못된다고 한다. 이에 數字的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부안굴비의 원산지는 칠산해로 줄포지방에서 제조한다는데 연산수량(年産數量)이 십삼만삼천백오십킬로구람이며 연산액(年産額) 이만사천삼십원() 집산액(集産額) 이십만원()이라는 다대한 숫자가 된다는데 이 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줄포의 삼십육호 팔백이십팔명 중 여자도 사십오명이나 된다하며 판매로(販賣路)는 전 조선의 방방곡곡 어느 지방이고 가지 않는 데가 없다고 한다. 이와 같이 부안산 굴비가 명성이 높은 것은 산액(産額)도 상당할 뿐 아니라 품질이 연평산에 비하야 살이 두터워서 맛이 잇고 거죽이 열버서 양이 만타고 한다.“

위는 부안굴비제하의 1936131일자 동아일보 기사이다. 줄포에 굴비 제조업체만 36업체에 종사자가 828명이었다고 전하고 있다.

곰소만을 중심으로 조기잡이와 굴비 가공업이 발달하게 된 이유는 천혜의 입지 조건을 갖추었기 때문이었다. 4월 중순에서 5월 상순까지 이곳의 수온은 11~14도로 조기 산란의 최적 온도여서 산란을 위해 3~4월에 흑산도를 거쳐 조기떼가 이곳으로 회유해 들어왔다. 줄포만의 넓은 갯벌은 이들에게 풍부한 먹이를 대어 주었다.

이들 밀려드는 조기떼를 대량으로 포획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했다. 우선 어살, 주목망 등 정치성 어구를 설치하는 데에 다량의 대나무가 필요했다. 변산 인근의 대나무와 싸리나무는 어살 등의 어구를 제작하는 데 충분한 원료를 대어주었다. 또한 옛날에는 냉동시설이 없었으므로 잡은 고기를 바로 절여야만 했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양의 소금이 필요하였으며 소금을 구우려면 소나무 장작이 필요하였다. 변산의 소나무는 이에 필요한 장작을 대어주었다.

해변에서 돌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에는 독살(石箭)’이 있었다. 이는 밀물이 들어왔다 썰물이 빠져나가는 곳에 돌을 두세 자 높이로 쌓아두고 고기를 잡는 가장 원시적인 고기잡이 방법이다. 주민들에 의하면 1950년대까지만 해도 독살에 조기떼가 가득 찬 적이 더러 있었다고 한다.

어족 자원이 차츰 줄어들면서 갯골 중앙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갯골 중앙에 정치망인 주목망을 설치하고 꽁댕이배라는 작은 무동력선을 이용하는 형태로 발전하다가 망 어업에 밀리기 시작했다.

​​​​​​​▲주진천. 고창군 대부분이 주진천 수역이며 선운산을 뚫고 북으로 흘러 곰소만으로 유입된다. 하굿둑으로 막히지 않아 실뱀장어가 많이 잡힌다. 바지락 양식은 주진천이 흐르는 갯골 주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풍천이라고도 불린다.
▲주진천. 고창군 대부분이 주진천 수역이며 선운산을 뚫고 북으로 흘러 곰소만으로 유입된다. 하굿둑으로 막히지 않아 실뱀장어가 많이 잡힌다. 바지락 양식은 주진천이 흐르는 갯골 주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풍천이라고도 불린다.


​​​​​​​곰소만을 메운 무분별한 간척사업

전성을 구가하던 줄포항은 토사가 밀려들며 선박의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게 되면서 차츰 그 위치를 곰소항으로 넘겨 주게 되었다. 위도로 가던 연락선도 곰소에서 출발하게 되고 1958년도에 어업조합과 부두노조가 곰소항으로 이전하면서 활기를 잃고 말았다. 1980년 이후로는 간간히 오가던 소형 선박마저 닿지 않는 완전한 폐항이 되고 말았다.

토사가 쌓인 원인은 무분별한 간척사업이었다. 간척사업은 일제 때부터 시작됐다. 쌀 수탈에 혈안이 됐던 일제는 해안선의 드나듦이 복잡한 곰소만의 조간대 상부 대부분을 매립해 논을 만들었으며 60년대 이후 70년대까지에도 이러한 간척사업은 계속돼왔다.

이로 인한 토사 퇴적은 곰소항마저 마비시켜 1980년대 들어 어업조합이나 위도를 오가던 연락선은 격포항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현재 줄포는 한 때 이름난 포구였다는 흔적이 거의 남아있지 않고 곰소항은 소형 어선들이 드나들며 젓갈 가공과 건어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2006년 새만금방조제의 완공으로 조수의 유속이 약해져 곰소만에도 토사가 쌓이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종패를 생산했던 갯벌이 바지락 양식도 어려운 형편이며, 곰소만 주변 부안군과 고창군 바닷가 주민들의 삶의 터전으로서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허정균 기자>


 

고창갯벌에서 만난 사람들

 

바지락·가무락 등 종패 뿌리지만

죽는 일 자주 발생하고 있다

 

▲심원면 두어리 어민 김종호씨
▲심원면 두어리 어민 김종호씨

곰소만은 행정구역상 고창갯벌과 부안 줄포만 갯벌을 함께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하나의 갯벌로서 거의 전체가 연안습지보호지역과 람사르습지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특히 곰소만에서 90%가 넘는 면적을 차지하는 고창갯벌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고, 다른 서남해안 갯벌 4개 지역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하기 위해 신청서를 작성 중에 있다.

고창갯벌은 바다와 접한 서쪽 지역이 모래가 많은 갯벌이고, 동쪽의 줄포 방향으로 갈수록 뻘이 많은 갯벌이 된다. 곰소만의 퇴적물과 유기물을 공급하는 중요한 하천이 바로 주진천이다. 서해안으로 흘러드는 강과 하천 중에서 한강을 제외하면 거의 유일하게 하굿둑이 없는 하천이다. 그래서 곰소만의 갯벌을 지속가능하게 유지하고 많은 생물들이 서식하게 하기 위해서는 자연스러운 주진천의 물 흐름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새만금 방조제가 막히면서 방조제 외측의 해류흐름이 약해지고 흐름의 방향이 바뀌면서 곰소만 갯벌의 퇴적상에 변화가 심해지고 있다. 일부 지역의 갯벌이 모래갯벌에서 뻘갯벌로 바뀌고, 또 뻘갯벌 지역이었던 곳이 모래갯벌로 바뀌었다. 그리고 어떤 곳에서는 침식이 이루어지고, 어떤 곳에서는 퇴적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면밀한 조사를 해서 주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고, 갯벌 및 바다생태계를 지속가능하게 유지하는 데 노력해야 하지만 관련 당국은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고창갯벌에서 조개를 잡거나 어업을 하는 세분의 어민을 만나 얘기를 들었다. 먼저 심원면 두어리의 어민 김종호씨는,

요즘 바다에 아무것도 없어요. 동죽도 없어요. 가무락 종패도 넣었는데 다 죽어서 없어요. 작년엔가 마을 주민 32명인가가 3천만원 넘게 돈을 모아서 두 번에 걸쳐 나누어 넣었는데 다 죽어 버렸어요. 종패가 중국산인가 그랬는데 다 까져 죽어 버렸어요. 바다가 많이 변동이 생겼어요. 모래가 많이 깔려 버리면서 가무락이 안돼요. 바다에 쌓인 모래톱이 이동하고 갯벌에 깔리면서 죽어 버렸어요. 가무락은 뻘이 좀 있는 데서 살지, 모래가 많아지면 살지 못해요. 다른 쪽은 무진장하게 뻘이 많이 쌓여서 발이 깊이 빠져 버려요. 민챙이가 많아진 곳에는 푹 빠져 버려요. 7월초인가 민챙이를 엄청나게 잡아서 팔았어요. 1킬로당 3천원인가 했어요. 나는 두 번인가 나갔는데 만돌리 마을 사람들은 계속 잡았더라고요. 한쪽에는 뻘이 쌓이고, 한쪽에는 모래가 쌓이고 변동이 심해요. 마을 아주머니들 세 분이 백합 잡으러 요 며칠간 갯벌에 나갔는데 거의 백합이 나오지 않아서 이제는 안나간다고 하데요. 예전 여름에 많이 잡던 고개미, 새우도 안나와요. 며칠 전 하전리 마을 사람들이 관리하는 바지락 양식장에서 바지락이 많이 까져서 죽어버렸다고 하데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죽기도 하는데 올해는 너무 심하네요

또한 하전리에서 만난 한 어민은,

바지락 양식을 하는데 아직까지는 작황이 괜찮아요. 이제 바지락 생산을 어제부터 시작했어요. 여름철에 많이 더웠지만 아직까지는 괜찮아요. 올해 200톤 넘게 종패를 사다가 뿌렸어요. 1킬로당 1500원 했으니까 억대가 넘었지요. 바지락 종패는 중국 수입산과 태안에서 사온 것을 절반씩 사다가 넣었어요. 뻘은 변화가 별로 없는데 여름철에 깎여 나간 것이 계절이 바뀌기 시작하니까 다시 들어오고 있어요. 여전히 종패는 자체 생산이 안돼요. 10년 전보다 종패 양식장이 바다쪽으로 더 나갔어요. 새만금 방조제를 막고 나서 조류변동은 약간 있으나 뻘이 차이(쌓이)거나 하지 않았다고 봐요. 크게 변화는 없다고 봐요. 만돌리 쪽은 파도가 쎄서 변화가 많을 텐데 하전리는 안쪽이여서 별로 변화가 없어요. 금년 여름에 날씨도 덮고 최근에 태풍이 가까이 오기도 했지만 피해는 없었어요

만돌리에서 만난 한 어민은 백합은 예전에 비해 잘 안잡혀요. 뻘이 바뀌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오늘 백합 잡는 분들이 22천원 밖에 안되어서 이제는 안나간다고 해요. 마을 공동구역이 있는 곳에서는 잡지 못하다 보니까 백합 잡을 자리도 좁고, 기존 지역에서도 잡히지도 않아요. 동죽은 굵은 것은 없고 종패는 많이 생겼어요. 동죽은 20킬로그램에 53천원까지 나가서 바지락 양식하는 분들보다 수입이 좋았어요. 갯벌 상태가 바뀐 것은 없지만 백합이 안나와요. 그런데 최근 바지락 종패가 많이 까지고 죽어 버렸어요. 우리 집도 종패를 150톤 넘게 사다가 넣었는데 비가 많이 오니까 많이 까지더라고요. 작은 죽도주변에 뿌린 것이 죽었어요. 죽도에 뿌린 것은 안까졌어요. 예전에도 그렇더라고요. 바닷물 수온이 원인인지, 종패 자체의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골프장에서 나오는 물이 그 섬쪽으로 빠지는데 골프장에 뿌리는 농약이 흘러 나와서 그런가 의심이 들어요. 하지만 우리 주민들이 업체를 대상으로 말하기 힘들어요. 비용이 2억원 넘게 들어서 종패를 뿌렸는데 다 손해를 봤어요. 그러다보니 별로 건강이 좋지 않던 우리 집 양반이 더 건강이 안좋아졌어요. 수협에서도 돈을 빌렸는데 손해 봤어요. 날 뜨거울 때는 안 죽었는데 오히려 요즘에 죽어버렸네요

이처럼 많은 어민들이 고창갯벌에 조개 양식을 위해 막대한 돈을 투자해 바지락과 가무락 등 조개의 종패를 구입해 뿌렸으나 많이 죽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다행히도 일부 주민들은 피해를 보지 않았으나, 주민들간에 소득격차가 심해지면서 마을공동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조개 양식장을 어디에다 둘 것이냐를 두고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고창골프장이 건설되어 운영하면서 골프장에서 뿌려지는 농약이 잘 정화되지 않고 배출되는지 주민들은 의심하고 있다.

하전리와 만돌리는 갯벌체험장을 운영하고 있다. 갯벌체험의 주 내용은 관광객들이 1인당 얼마씩 돈을 내고 갯벌에 들어가 바지락과 동죽을 잡아 나오는 방식이다. 조개만 잡는 방식으로 체험장을 운영할 것이 아니라 마을 주민이 생태문화해설사 교육을 받아 탐방객을 대상으로 하는 갯벌 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갯벌 관련 영상을 10분 정도 상영을 하고, 직접 갯벌에 들어가 설명을 해 준다면 갯벌에 들어가서 조개를 잡는 것으로만 끝나지 않고 갯벌의 소중함과 지역주민의 생계 터전이라는 것을 알고 갈 수 있도록 하면 더 좋을 것이다. 그리고 조개를 먹고 싶다면 주민들이 잡은 것을 구입하도록 하면 된다.

​​​​​​​만돌리에서 하천리까지 해안을 따라 돌아다니다 보면 해안가에 쓰레기가 널려 있고, 쓰레기 불법 소각도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자기 지역에 대해 애착심을 갖고 불법 소각행위를 하지 않도록 개도를 하는 것은 물론 쓰레기 분리수거함을 잘 설치해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잘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하겠다. 그리고 외부 사람들이 차량에 실고 와서 쓰레기를 몰래 버리는 행위도 단속해야 하겠다. 만돌리 서쪽지역에 위치한 바람공원이 설치되어 있는데 많은 방문객들이 찾는 곳이다. 그런데 해안가에 쓰레기가 잔뜩 쌓여 있는 것은 물론 갯벌에 마구잡이로 들어가 조개를 싹 잡아가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결국 갯벌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차라리 이곳에 생태해설사를 배치해서 방문객을 대상으로 갯벌교육을 한다면 갯벌을 보호하는데도 도움이 되고, 방문객들이 갯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증진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주용기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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