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모시에 들어있는 또 하나의 ‘인고의 세월
한산모시에 들어있는 또 하나의 ‘인고의 세월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8.10.19 17:35
  • 호수 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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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태모시’, 모시풀 재배 과정 담아
장항읍 주민이 만든 다큐멘터리에 ‘태모시’에 나오는 노부부. 다 자란 모시를 베어 겉껍질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장항읍 주민이 만든 다큐멘터리에 ‘태모시’에 나오는 노부부. 다 자란 모시를 베어 겉껍질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10일 서천군미디어문화센터 기벌포영화관 제2관에서는 장항읍 승격 8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지역내 주민들이 만든 ‘서천군미디어문화센터 다큐 상영회’가 열렸다.

이날 두 차례에 걸쳐 상영된 영화들은 △여름 하루(박혜진/청소년영상제작동아리 AVI. 8분51초) △연가(이우병, 강영석/서천경찰서 제작지원 영상물. 15분) △서천, 그리고 김밥 한줄(백철수/서천군미디어문화센터. 16분) △아빠 만나는 날(유강민/성인영상제작동아리 씨네군산. 3분7초) △뿌리(성인영상제작동아리 창1기. 14분48초) △태모시(노영미/성인영상제작동아리 창2기. 14분 39초) △은퇴후(박월용/성인영상제작동아리 창2기. 6분 37초) △붉은가족(정재훈/성인영상제작동아리 씨네군산. 5분8초) 등 8편이었다.
모두 짧은 영상 속에 주제를 극명하게 드러낸 우수한 작품들이었다. 특히 ‘연가’는 2016년 ‘제5회 경찰청 전국인권영화제’에서 특별상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이들 가운데 장항읍 주민 노영미씨가 제작한 15분짜리 다큐멘터리 ‘태모시’가 눈길을 끌었다. 이 영화에는 비인면 율리에서 모시풀을 재배해 태모시로 만들어 상품으로 팔기까지의 전 과정이 담겨있다.

모시풀은 아열대성 작물이다. 모시뿌리를 심었지만 겨울에 얼어죽었는지 어떤 곳은 줄기가 잘 돋아나고 어떤 곳은 잘 돋아나지 않은 곳이 있다. 이런 모시밭에서 잡초제거 작업을 하는 할머니와의 대화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카메라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노부부의 대화가 이웃집에 마실와서 들여다보는 듯 자연스럽다. 영화 상영이 끝난 후 간담회에서 노영미씨는 “휴대폰 카메라를 이용해 촬영해서 그런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연스러움을 이끌어내기 위해 제작자가 직접 이들 작업에 함께 참여하는 모습도 나왔다.
화면 구도까지 흠 잡을 데가 없는 듯했다. 제1회 금강역사영화제를 총감독한 장항읍 성주리의 김대현 감독이 조언을 해주었다고 한다.
비록 짧은 기록물이지만 영상에는 태모시가 탄생하기까지의 고된 노동이 집약돼 나타난다. 다 자란 모시풀을 베어 껍질을 벗겨내고 다시 날이 위로 나있는 모시칼을 이용해 겉껍질을 제거한 속껍질이 바로 태모시가 된다. 모시풀 수확은 초수, 2수, 3수까지 하며 1년에 세 차례 이같은 노동이 반복된다.
잘 자란 모시에서 나온 태모시는 높은 가격에 거래되며 전통 한산세모시의 원료가 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은 가루로 만들어 방적기를 통해 실을 추출해내는 현대모시의 원료가 된다.
해마다 열리는 한산모시문화제의 모시체험 행사에서는 태모시부터 시작해 ‘모시째기-모시삼기-모시날기-모시매기-모시짜기’의 과정을 보여준다. 그러나 태모시가 어떻게 태어나는지 모시풀의 재배과정은 숨어 있다. 다큐멘터리 ‘태모시’는 한산모시가 태어나기까지에 숨어있는 ‘인고의 세월’을 잘 보여주고 있다.

미디어문화센터 윤혜숙 팀장은 “다큐멘터리 태모시를 연장해 현지 주민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모시짜기 전 과정을 이같은 다규멘터리로 담는다면 매우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라며 “당장 내년부터 한산모시문화제에서 상영해도 될 작품”이라고 말했다.

태모시의 제작자 노영미씨는 2015년 미디어문화센터의 영상제작동아리 ‘창2기’ 생으로 영화 제작 과정을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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