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취재 / 삶의 터전 갯벌 (13)화성방조제
■ 기획취재 / 삶의 터전 갯벌 (13)화성방조제
  • 허정균 기자 주용기 시민기자
  • 승인 2018.10.25 13:36
  • 호수 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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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조제로 사라진 국내 최대 가리맛조개 생산지 남양만 갯벌

우량농지 조성이 목표…간척지 호수 담수화 목표 달성 불가능
▲화성시 우정면 석천항. 출어를 포기한 빈 배들만 묶여있다.
▲화성시 우정면 석천항. 출어를 포기한 빈 배들만 묶여있다.
▲화성시 우정면 고온항에 있는 수산물 도매상가. 방치된 채 녹이 슬어가고 있다
▲화성시 우정면 고온항에 있는 수산물 도매상가. 방치된 채 녹이 슬어가고 있다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 그리고 안성천, 삽교천 등 큰 강과 작은 하천들이 유입되는 경기만은 서해갯벌 가운데 가장 생산력이 높은 곳이었다. 그러나 강 하구가 한강을 제외하고는 모두 방조제로 막혀있으며 자연해안선을 찾아보기 어려운 콘크리트 해안으로 변했다. 뉴스서천 취재팀이 경기만에 있는 화성방조제화 시화방조제, 인천 송도 매립지 등지를 둘러보고 95일부터 3일 동안 화성시에서 열린 도요새의 위대한 비행 그리고 화성갯벌’(화성환경운동연합 주관)이라는 국제심포지움에도 참여했다.<편집자>
 

화성시 발안면에서 시작해 평택시 포승읍과 화성시 우정읍 사이에서 서해로 흘러가는 하천이 발안천이다. 이 하천 하구를 틀어막은 하굿둑이 남양방조제이다. 1971년에 착공하여 1973년에 완공된 2060m의 남양방조제는 2285ha의 갯벌을 논으로 바꾸어놓았다. 하굿둑으로 막히기 이전 발안천 하구에서는 가무락조개가 지천이었다.
시화호나 화성호는 바닷물이 드나들기 때문에 내륙 호수가 아니어서 환경부의 수질 측정 통계가 나와있지 않다. 그러나 남양호는 담수호이기 때문에 정기적인 수질 측정자료를 환경부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남양호는 농업용수로 가능한 4급수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화성방조제 바깥쪽 갯벌. 아직도 많은 도요과 새들이 찾고 있다.
▲화성방조제 바깥쪽 갯벌. 아직도 많은 도요과 새들이 찾고 있다.
▲화성방조제 안쪽 갯벌. 바닷물이 배수갑문을 통해 드나들며 일부 갯벌이 살아있다.
▲화성방조제 안쪽 갯벌. 바닷물이 배수갑문을 통해 드나들며 일부 갯벌이 살아있다.

배수갑문 통해 바닷물 드나드는 호수

2002322일 화옹방조제 끝물막이 공사가 완공되며 지도가 바뀌었고 국내 최대의 가리맛조개 생산지였던 여의도 면적의 21배에 해당하는 갯벌이 사라져갔다. 언제부터인지 화옹방조제에서 화성방조제로 이름이 바뀌었다. 화성시의 개발 추진세력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화성방조제는 3469억원을 들여 화성시 서신면 궁평리에서 우정면 매향리를 연결한 9.8km의 방조제이다.

4482의 농지와 1730의 농업용수용 담수호를 만드는 화옹지구 간척사업10년 넘게 공사를 해오는 동안 사업비는 7600억원이 투입되었다. 담수호는 평균 5400t의 물을 가두어 간척사업으로 생기는 인근 농경지에 물을 공급할 계획이었다. 남양천, 자안천, 어은천 등의 하천이 이 호수로 유입되는데 유입하천의 수질을 맑게 하는 데 얼마의 돈이 더 들어갈 지 알 수 없다. 현재 배수갑문을 통해 바닷물이 들락거린다.

방조제로 물길이 막히자 염생식물인 칠면초 군락이 장관을 이루었었는데 이들은 다 사라지고 육상식물들이 드넓은 갯벌을 차지하고 있다. 간척지의 대부분은 이처럼 방치되어 있다. 이곳 역시 일부 생태공원으로, 일부는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며 개발광풍이 일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담수호로 만들어 농경지로 사용하겠다고 시행사측은 말하고 있고 이에 대한 논란은 그치지 않고 있다. 일부 간척지는 대규모 시설하우스 농업이 이루어지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해수유통을 하고 있기 때문에 방조제 내측의 동쪽 지역에 4,500ha가 갯벌로 유지되고 있다. 화성호 방조제 외측에 아직 남아있는 1500ha의 화성갯벌은 바지락과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이어가는 어민들에게 중요한 삶의 터전이며, 7만 마리가 넘는 도요물떼새와 조류들에게 먹이터이자 휴식터가 되고 있다.

▲농사도 짓지 못하고 방치된 간척지 땅
▲농사도 짓지 못하고 방치된 간척지 땅

어민들 생존권 말살하며 추진돼온 간척사업

1980년대에 화성갯벌이 도요물떼새들에게 국제적으로 중요한 지역으로 인식되어 왔다. 특히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인 붉은어깨도요가 매년 35000마리 정도가 관찰되고 있다. 이는 호주 외 지역에서 가장 많이 관찰된 숫자다. 또 다른 멸종위기종인 저어새, 노랑부리백로, 황새 등도 서식하는 장소이다.

이렇게 화성갯벌이 이미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의 연구자들의 조사에서도 그 중요성이 확인되었다. 이같이 화성갯벌이 국제적으로 아주 중요한 갯벌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와 화성시는 적극적인 보호와 생태관광 등 현명한 이용을 하지 않고 있다. 해양보호지역 지정과 람사르 습지 지정, EAAFP(동아시아-대양주 물새이동경로) 사이트에도 등록돼 있지 않다. 화성 방조제의 수문을 통한 해수유통을 더욱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염태영 수원시장이 수원공군비행장을 화성호 간척지로 옮겨 달라고 국방부에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우전면 석천리에 위치한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은 남양만의 일부인 석천리갯벌 700ha를 간척과 매립공사를 통해 공장부지를 확장하겠다고 하고 있다.

지금까지 경기만의 제일 아래 쪽에 위치한 아산만과 남양만은 농지조성과 공단조성을 하겠다면서 엄청난 면적의 갯벌과 바다가 간척되어 왔다. 그 결과 어민들의 생존권에 엄청난 피해를 주어 왔고, 이곳을 찾아 생존을 이어가는 수많은 새들에게 악영향을 끼쳐 왔다. 지금이라도 남양만 전체의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 각종 개발행위를 중단하고 만들어진 방조제의 일부라도 다시 터서 해수유통 확대화 복원사업을 전개해 갯벌과 바다를 보존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허정균·주용기 시민기자>

 

화성갯벌 지원주 어촌계장으로부터 듣는다

환경운동가들을 싫어했지만

이제 갯벌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지난 96. 화성환경운동연합이 주관한 도요새의 위대한 비행 그리고 화성갯벌이라는 국제 심포지움에서 화성시 우정면 석천리 지원주 어촌계장이 참석해 다음과 같이 발언을 했습니다.

▲지원주 어촌계장
▲지원주 어촌계장

석촌리 어촌계장인데요. 과거에 풍요로었던 어촌, 공사나 간척공사로 인해 환경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갯벌의 중요성에 대해서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과거에 어렸을 때는 바다가 장난감처럼 놀이터 였고 거기가 게도 잡아 먹고 조개도 잡아 먹으면서 지냈고, 청년시절에는 물고기를 잡아서 생업을 하는 그런 시절을 보냈고, 30, 40대에 가면서 환경이 파괴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많은 자연이 파괴가 되고, 수산자원이 고갈돼 가고, 철새들이 찾아오지 않고, 이런 현상들이 일어났습니다. 어민들의 생활도 궁핍해졌고.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제 과거에 개발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을 목적으로 했지만 지금은 갯벌의 중요성을 알게 됐습니다. 과거에는 환경운동가들을 싫어했습니다. 개발하게 못하게 해가지고. 지금은 같이 가야 된다는 것을 많이 깨닫고 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벌어졌던 모든 일들이 바보짓이었구나 하는 그런 생각들을 많이 갖게 되었고 환경이 많이 중요하고 환경운동을 하는 여러분들과 같이 가야 한다고 하는 그런 의식을 많이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우리 어민들에게 몰랐던 것을 많이 가르쳐 주시고, 우리 어민들이 여러분들과 같이 갈 수 있는 그런 상황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간척사업으로 남양호가 건설되고 화옹호가 건설되면서 갯벌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그 많던 물고기들, 패류들 그런 것들이 없어져서 어떻게든지 다시 살려보겠다고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 저희 화성갯벌에서 나는 패류가 연간 한 5000톤 됩니다. 여러분들은 많은 환경활동을 했기 때문에 화성에 갯벌이 있다는 것을 알겠지만 일반 화성시민은 화성에 바다가 있다는 것을 잘 모릅니다. 갯벌이 있다는 것을 잘 모릅니다.

이런 기회를 통해서 화성에 갯벌이 있고 바다가 있고, 갯벌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면 좋겠고요. 앞으로도 제가 원하는 것은 이런 훌륭한 갯벌을 가지고 있는 철새들이 찾아오고 있는 이런 장소에 다시는 미공군 사격장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또 비행장이 건설되지 못하도록 여러분들의 힘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그런 것들을 위해서 우리 어민들도 같이 합심을 해서 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우리 갑작스럽게 나와서 이런 얘기를 하다 보니까 두서없이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가 희망하는 것은 여러분과 우리 어민과 같이 갈 수 있는 일이라면 끝까지 저는 같이 가도록 하겠습니다. 여기 이 자리에 서게 돼서 반갑고요. 자주 뵙도록 하겠습니다.
<
정리/주용기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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