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붕어빵에 붕어 없고 생태원에 생태 없다.
■ 모시장터-붕어빵에 붕어 없고 생태원에 생태 없다.
  • 칼럼위원 최용혁
  • 승인 2019.05.29 11:26
  • 호수 9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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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팔년도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하늘엔 조각구름 떠 있고 강물엔 유람선이 떠 있어 누구나 누려야 할 행복이 언제나 자유로운대한민국, 서울에서는 덕선이와 정환이가 쌍문동 뒷골목에서 브라질 떡볶이 먹던, 그 때 서천 이야기다.

21세기도 한참이나 지나 온 지금이야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일들이지만, 그 즈음에는, 갯벌 정도는 막아야 ! 이 좁은 땅 덩어리에서 산업단지 정도는 조성이 되겠구나!’하는 생각이 일반적일 수도 있었겠다. 국가 또는 중앙이 개발 계획을 세우면 큰 선물을 하사받는 입장이 되는 지방 또는 변두리에 사는 서천 군민으로서는 그것이 곧 꿈과 희망이 되는 것은 지금도 그렇지만, 아주 일반적인 절차가 되겠다. 개발이냐, 환경 보존이냐 하는 논쟁은 개 짓는 소리에 가까웠다. 아니, 개 짓는 소리가 오히려 개발이냐 환경 보존이냐 하는 논쟁과 가까웠을 수도 있었겠다. 오직 계획이 빨리 실현되지 않는 것만이 문제였다. 사업 지연은 곧 우리 서천 군민들의 꿈과 희망(이것이 어떻게 하나로 묶일 수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이 지연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2006, 군수는 단식을 하고 모든 군민은 궐기하여 이 또한 놀랍게도 3000명의 상경집회를 이루어내게 된다. 인근의 멀쩡한 도시와 천년 고도 경주시가 서로 핵 폐기장을 유치하겠다고 아우성을 치다가 투표한 결과 찬성 89% 85%의 결과로 아깝게도 경주시에 빼앗기고 만 시절이었다.(누가 더 바보였을까?) 오해 마시길. 조롱하려는 것이 절대 아니다. 어쨌든 이러한 과정을 거쳐 국립 생태원은 서천에 자리잡게 된다.

인간과 지역사회의 공생관계를 전제로 하여 인간 집단과 그 환경과의 관계를 연구하는 사회학을 생태 사회학이라 한다. 공생적이고 사회적인 관계를 중심으로 인간과 지역 사회의 관계를 연구하는 사회학의 한 부문이다.’ 물론 국립 생태원이 생태 사회학을 연구하는 곳은 아니다. 국립 생태원에는 펭귄도 있고, 사막여우도 있고, 수달도 있고 열대관, 사막관, 극지관은 어떤 환경이며 이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귀한 물음을 주는 곳이다. 누구는 빤히 다 알고 또 누구는 전혀 관심 없는 지난 이야기를 길게 언급한 이유는 국립생태원이 인간에게 주는 고귀한 물음도 결국 서천 지역의 역사가 만들어 놓은 지역 생태위에 기반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기 위해서다. 큰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이야기도 있고, 어떠한 경우든 결과를 보고 나면 이러려고 이렇게까지 했나?’ 하는 생각이 드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닌지라 국립 생태원을 통해 노다지를 발견하려는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3000명이 상경집회를 했다고 해서 3000명의 연구원을 준비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다만, 지역 사회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서로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묻고 의지하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라는 생각이다.

세상은 흐르고 흘러 누구나 일할 수 있는 시절을 지나 일자리 문제가 가장 시급한 시대가 되었다. 국립생태원을 떠받들고 있는 많은 사람들 중 청소, 경비, 주변 관리 등 가장 필요하면서도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만이 그나마 서천 지역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이 부당한 임금 삭감을 이유로 파업을 한 지 한 달이 훌쩍 넘어가고 있다. 심지어 단식농성까지 하고 있다. 국립 생태원에게 지역 생태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묻기 전에 함께 살아 온 군민들이 지역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여 보자. 붕어빵에 붕어 없는 것이 당연하듯이 지역 사회 생태를 돌보지 않는 생태원이 되게 냅둬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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