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의 여러 조직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인사(人事)에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지낸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라고 했다. 사람을 채용하는 것부터 퇴직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말하는 것이다. 인사는 사람을 뽑아서 배치하는 것이고, 만사는 그 조직의 모든 일을 의미한다. 즉 훌륭한 인재를 발탁해서 필요한 곳에서 열심히 일하도록 배치하는 것으로 조직의 명운이 좌우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서천군 공무원 조직에서 시설직, 사회복지직, 공업직, 농업직 등등 행정직 외의 직을 홀대하는 것은 주민생활을 소홀히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노박래 군수는 지난 달 하반기 직원인사 때 시설직 5급 2명의 공로연수 등의 원인으로 1명의 서기관(4급)과 4명의 사무관(5급) 등의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지난 달 말에 2명의 시설직 사무관이 공로연수에 들어가면서 사무관 4명 자리 중에 최소 1명은 발탁될 것이라는 상식적인 예견을 많은 사람들이 했지만 결과는 시설직 승진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모두 행정직으로 사무관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사회가 날로 분화되고 있는 시대에 주민들과 밀접하게 작용되는 현장행정을 실현하는 데는 시설직 등을 기용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으로 정부에서 기술직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그렇다고 행정직의 현장업무 처리능력을 얕잡아보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장 경험이 충분한 사람이 현장업무에 더 민첩할 수 있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인사권자가 어떤 인사를 하더라도 사람마다 희비가 엇갈리는 것은 분명하다. 각자의 바람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인사를 어떻게 하든 상관할 바가 아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주민과 조직원들의 다수가 이해할 수 있는 인사이었나”라는 질문에 주민과 조직원들 다수가 “그렇다”고 답한다면 그것은 잘 된 인사라고 말할 수 있을 게다. 반대로 말하자면 승진한 사람만 좋아하는 인사는 잘못된 인사임에 틀림없다.
대통령이 정부의 주요직에 임명하고자 추천된 사람을 인사청문회법에 의해 국회가 인사검증을 하는 이유도 그 직에 걸맞는 사람인지 국민과 함께 검증하고자 하는 이유도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권한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인사제도는 이런 검증제도가 없다. 서천군은 인사위원회와 근무성정평정위원회가 어쩌면 전부이다. 두 위원회의 구성은 대부분 군수의 권한으로 이루어진다. 문제는 각 위원회의 구성이 작금의 현실에 주민의 다양성을 충족할 수 있는 위원으로 구성되었다고 보기에는 좀 부족하다고 본다.
매번 발표하는 인사기준은 판에 박힌 내용으로 구체적 기준이 결여돼 있어 기준이라고 할 수 없다. 이 기준에 의하면 “업무추진능력, 연공서열 등을 감안하여 직렬간 형평을 이루고 군정성과 반영 및 다면평가 등을 참고하여 승진자를 결정한다”는 것이 요지이다. 이 기준대로라면 ‘인사권자의 입맛대로’라는 것과 무엇이 다르다는 것인가? 기준은 구체성이 있어야 한다. 그 기준에 부합되면서 주민의 삶을 제대로 살필 수 있으며 군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충분히 역할을 할 사람을 발탁해야 하는 것이 진정한 인사다.
공무원들이 주민과 지역을 위해 기량을 열심히 펼칠 수 있어야 주민이 행복해진다. 전문성 있고 투명하고 혁신적인 인사제도가 필요하다. 인사제도를 개혁해 체계화하지 않는다면 공무원들에게 일할 의욕을 불러일으킬 수 없다. 소수직렬이라 하더라도 승진기회의 불이익이 없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인사권은 군수의 절대적 고유권한이 아니고 주민과 소속 공무원으로부터 부여받은 위임권한이기 때문에 그 권한의 행사는 결국 주민과 소속 공무원을 위한 것이 돼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공무원들의 사기진작은 물론이고 조직 내의 갈등과 부조리도 해소될 수 있을 게다. 더욱이 이와 같이 혁신적인 인사시스템의 도입은 안정된 공직사회로 발전돼 주민의 삶을 질을 향상시키는데 온 힘을 기울이는 데 부족함이 없는 행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인사문제는 인사권자만의 몫은 아니다. 함께하는 공무원들 모두가 혁신적인 사고방식으로 ‘승진’에 몰입하는 근무가 아닌 주민을 맨 먼저 생각하는 업무에 임할 때 인사권자의 인사가 합리적 판단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