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도지정 무형문화재의 현재와 미래/(7)저산팔읍길쌈놀이
■ 기획/도지정 무형문화재의 현재와 미래/(7)저산팔읍길쌈놀이
  • 고종만 기자
  • 승인 2019.10.18 04:08
  • 호수 9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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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모시문화제 백미 저산팔읍 길쌈놀이

관광객 및 사진작가·동호회 출사 소재 각광

이 기사는 충남도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저산팔읍길쌈놀이 참여자들이 전수관 앞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저산팔읍길쌈놀이 참여자들이 전수관 앞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지난 6월 제30회 한산모시문화제가 열렸다. 한산모시문화제를 대표하는 행사는 단연 저산팔읍길쌈놀이이다. 저산팔읍에서 저산은 모시 저()자 뫼 산()로 모시풀이 자라는 산이란 뜻으로 모시풀이 자라는 8개 고을(한산, 서천, 비인, 보령, 남포, 홍산, 임천, 정산)을 뜻한다. 칠갑산을 둘러싼 금북정맥 안쪽의 남쪽지역 산에는 모시풀이 잘 자라 옛날부터 모시길쌈의 고장으로 불려졌다. 저산 아래 장터를 저산팔읍장이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현재까지 저산팔읍 길쌈놀이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목은 이색이 한산모시의 우아함을 예찬한 송청저(送靑苧)나 잠부사(蠶婦詞)와 임천 낙산루(樂山樓 )의 기문을 통해 저산지역에서 전해져온 토속 민속놀이였던 것으로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산팔읍 중 한산에서 저산팔읍길쌈놀이가 성행할 수 있었던 것은 집집마다 아낙네들이 모시길쌈을 해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저산팔읍 길쌈놀이는 한산면 일원에서 전해온 길쌈놀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올해로 30회를 맞이한 한산모시문화제에서 백미는 저산팔읍길쌈놀이였다. 모시풀을 베어내 태모시-삼기-꾸리감기-날기-매기-짜기까지 전 과정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춤과 노래로 구성돼,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가 하면 사진작가와 사진동호회 회원들에게는 작품사진의 단골 소재가 되고 있다.

 

저산팔읍길쌈놀이 시연과정

저산팔읍길쌈놀이는 1개읍별로 적게는 8명에서 많게는 11명씩 모두 80~90여명의 주민이 경연에 참여한다.

경연에 참가하는 8개 읍의 주민들은 저산팔읍길쌈놀이라는 펼침막과 대기를 앞세우고 농악, 8개 읍별로 기를 들고 입장한다. 입장할 때 그냥 입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방 특유의 춤을 추며 입장한다. 경연장에 모두 입장하고 나면 저산팔읍길쌈놀이 총 기획자인 충남도 무형문화재 제13호 모시감별 홍경자씨가 지금으로부터 모시의 고장 저산팔읍 길쌈놀이를 시작하겠습니다는 알림과 함께 각 팀별로 호출하면 경연위치로 자리한다.

 

모시풀 베끼기와 모시삼기

선소리에 맞춰 팀 전원이 후렴으로 에헤야 데야 에헤야, 에헤야 차차 에헤야를 외친다..

금강산 저고대야 옥단편 깃을 달아/두재고름 깊이 달아 맵씨 있게 잘파 입고/삼선버선 겹버선에 아기자기 모아신고/ 닥쳤구나 닥쳤구나 잔치날이 닥쳤구나/ /안오시네 안오시네 수자씨가 안오시네/ 강남땅의 강수자는 그이 좋아 소문 나고/한산땅의 이수자는 솜씨 좋아 이름 났네/

이렇게 노래가 끝나고 나면 농악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 생모시 다발을 묶어 치우고 모시카락을 털어 쩐지를 차려놓고 베틀에 앉는 등 다양한 동작이 농악과 춤으로 어우러진다.

▲저산팔읍길쌈놀이에서 모시감별 홍경자 무형문화재가 모시를 둘러보고 있다.
▲저산팔읍길쌈놀이에서 모시감별 홍경자 무형문화재가 모시를 둘러보고 있다.

꾸리감기

꾸리감기에서 선소리의 노랫말을 후렴으로 팀 전원이 따라한다

추야공산 긴긴밤을 쩐지바탕 마주보며/무릎비벼 삼은 모시 서울님을 줄 것인가/오동잎이 울어댈 때 감골낭군 줄것인가/ 편지왔네 편지왔네 강남낭군 편지왔네/한손으로 받아들고 두손으로 펼쳐보니/씨앗죽은 편지여라 올타 고년 잘죽었다/고기반찬 비리드니 소금반찬 고솝구나/꾸리꾸리 모시꾸리 박달나무 쇠망친가/오미상큼 감긴 꾸리 삼천리를 열 번 간다.

노래가 끝나면 농악이 중앙에 나오고 팀별로 작업하면서 팀 주위를 돌며 춤을 춘다.

 

모시날기와 모시매기

모시날기와 모시매기에서는 선소리가 끝나면 팀 전원이 후렴으로 강실책을 옆에 끼고를 외친다.

강실강실 강실도령/강실말을 올라타고/한모퉁이 돌아드니/김참봉네 새악시가/모시베를 짜드란다/그베 짜서 무할나낭/ 울어머니 생일날에/모시치마 하여가지/그 나머지 무할나낭/울아버지 환갑날에/모시도포 하여가지/ 그 나머지 무할나낭/우리동생 시집갈 때. 모시적삼 하여가지

이 과정에서도 경연자들은 농악에 맞춰 베틀, 맬틀, 날틀 주위를 빙빙 돌면서 춤을 춘다.

모시짜기는 경연에서 베틀에서 날실을 벌려 손으로 준비한 씨실 구리가 담긴 북을 좌우로 넣어 짜는 과정을 시연한다. 이 과정에서 부르는 노래는 선창의 노랫말이 끝날때마다 후렴으로 찔꿍찔꿀 바디집아 삐득빼득 쇠꼬리야를 외친다.

하늘에다 베틀놓고. 구름잡아 잉아걸고/참배나무 바디잡에 옥배나무 북에다가/뒷다리는 돋아놓고 앞다리는 낮춰놓고/올공졸공 짜노라니 조고마는 시누이가/올캐올캐 우리올캐 그베짜서 뭐할라나/서울가신 자네오빠 강남도포 해줄나네/진주댁에 두루마리 이술밭에 내널어서/은다리미 놋다리미 요모조모 싸다려서/대문밖에 썩나서서 괴송남게 걸어놓고/올라가는 시선비야 내려오는 시선비야/ 우리선비 아니오나 오기는 오네마는/중당집구 하살앓고 고돌목지 실려오네

 

오늘의 장원은 한산모시입니다경연결과 희비

노래가 끝나고 나면 좌상인 모시감별을 맡은 홍경자씨가 각 팀의 모시를 살펴보는 동안 농악과 춤을 추며 심사과정을 지켜본다. 잠깐 농악이 멈춘 뒤 홍경자씨가 심사결과를 발표한다.

이때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보령모시는 향이 나고/남포모시는 척이 짧고/ 비인모시는 대소가 많고/서천모시는 변이 나쁘고/홍산모시는 가리가 들고/정산모시는 굵고/임천모시는 변이 나쁘고/ 하면서 오늘의 장원은 보름새로 짠 한산모시가 되겠습니다라는 심사결과를 발표한다.

심사결과 장원을 차지한 한산팀은 깃발을 흔들고 환호하는 대신 나머지 7읍 주민들은 섭섭한 표정과 함께 짠 모시를 좌상에게 보여주며 아쉬워한다.

이때 좌상을 맡은 저산팔읍 길쌈놀이 기획은 장원한 한산팀을 위해 함께 놀아줄 것을 당부하면서 각 팀은 화합된 분위기로 한산팀을 중심으로 빙빙 돌면서 춤을 추며 모시예찬가를 불러 축하해준다.

이때 부르는 모시예찬가에서 선소리가 끝나면 후렴으로 참가자 전원이 에헤야 데야 에헤야 데야 에헤야 데야 에헤야 데야 에헤야 데야 에헤야 데야를 부른다.

어화성상이 희덕하사 천리동방 비인(庇仁)/춘일이 온양하여 화기를 자아내니 붉은 꽃은 적곡이요 푸른 잎은 청양(靑陽 )이라/화초 섞어 나린 물이 남포(藍浦)바다 되었는가 천수만파 나린물이 골마다 서천(舒川)하니/한산(韓山)땅 장량이는 대대로 이어지고/날아가는 비홍산(飛鴻山)아 어데뫼로 향하는고 풍광을 바라보니 임천(林川)내 여기로다 청풍명월 네 아니면 뉘로하여 만세보령(萬世保寧)

노래소리가 끝나면 환호성과 함께 농악에 맞춰 경연장을 빙빙 돌면서 퇴장하는 것으로 저산팔읍길쌈놀이가 마무리된다.

퇴장하면서 참가자 전원이 한산땅 장랑이는 대대로 이어지고를 부른다. 이어 선소리로 날아가는 비홍산이 풍광을 바라보니 임천내 여기로다 하면 전원이 선창을 따라부른다 청풍명월 내 아니면 뉘로 하면 만세보령하리요(전원이 선창을 따라 부른뒤) 후렴으로 에헤----헤이이헤이야를 부른다. 북의 탕 북소리와 함께 심사석을 향해 인사한 뒤 상쇠의 3째 가락에 맞춰 퇴장하는 것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이상이 한산모시문화제 때 시연되는 저산팔읍놀이의 노래가 농악에 맞춰 불려진다.

 

교육과 도구 보관 위해 전수관 리모델링 시급

▲교육공간으로 사용되어야 할 전수관 내부에 베틀 등 경연도구 등이 보관돼 있다.
▲교육공간으로 사용되어야 할 전수관 내부에 베틀 등 경연도구 등이 보관돼 있다.

지난 6월 한산모시관 일원에서 열린 제30회 한산모시문화제에서는 저산팔읍놀이가 매일 1회 시연됐으며, 주말인 토요일에는 오전 오후로 나눠 두 차례 진행됐다.

저산팔읍 길쌈놀이는 고 구자홍 이한수 이창규 선생 등 3명이 주축이 되어 1980년대 재현됐다. 1982년과 1986년 문화부장관상과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바 있는 저산팔읍길쌈놀이는 현재 장고 강선순, 소리 전금순, 상쇠 조순자, 기획(모시감별) 홍경자 등 4명의 도지정무형문화재에 의해 맥을 이어오고 있다. 차상헌·조성란(꽹과리), 서청·안창표(장구), 노영숙·최병숙(소리), 권정일(모시감별)씨 등 7명이 지난 20131124일자로 이수과정을 마쳤다.

4명의 무형문화재에 대해서는 매월 도 군비 포함 110만원씩 전승보유자 지원금을 받고 있고,경연 참여자에게는 과거에 비해 지원액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취재과정에서 저산팔읍길쌈놀이 전수관이 교육장으로 기능하기보다는 경연에 이용되는 베틀 등이 전수관 내에 보관돼 있음을 알게 됐다. 전수관이 교육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도구 등을 보관할 수 있는 별도의 창고와 함께 환복공간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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