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백령도 생태관광지로 거듭나나
■ 특집 / 백령도 생태관광지로 거듭나나
  • 주용기 시민기자
  • 승인 2019.11.13 22:21
  • 호수 9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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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동반도와 가장 가까운 섬…새들의 이동 통로

생태관광지 검토…철새 도래지 서천군, 배울 점 많아
▲검은머리촉새_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급, IUCN 지정 CR(심각한 멸종위기종)
▲검은머리촉새_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급, IUCN 지정 CR(심각한 멸종위기종)

수년 동안 백령도라는 섬 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조류와 서식지 상황을 조사해 온 영국인 습지생태운동가인 나일 무어스 박사는 이 지역의 생태 보전과 적절한 관리 방안, 생태관광을 통한 현명한 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했으며 인천시는 이를 검토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의 철새 도래지인 서천군에서 이를 참고로 실행에 옮길 내용이 많을 것으로 판단된다. 니어스 박사의 안내를 받아 뉴스서천 취재팀이 백령도를 방문해 현지를 살펴보았다.<편집자>

북한과 접경지역, 백령도로 생태관광을

지난 1031일에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를 찾았다. 백령도는 인천을 출발한 여객선이 소청도, 대청도를 거쳐 다섯 시간이 걸려야 도착하는 섬이다. 백령도는 북한의 옹진군과 불과 12킬로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국토방위용 군사시설이 곳곳에 들어서 있다.

▲저어새_천연기념물,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1급, IUCN 지정 EN(멸종위기종)
▲저어새_천연기념물,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1급, IUCN 지정 EN(멸종위기종)

백령도는 많은 새들에게도 아주 중요한 서식지임이 확인되고 있다. 백령도는 바닷가를 따라 갯벌과 염습지, 모래사장, 바위와 절벽 해안, 내륙에는 둠벙과 자연습지, 인공습지인 저수지와 수로, 논습지 등 다양한 형태의 서식지가 자리하고 있어서 다양한 물새들이 서식하기 좋다. 또한 군사시설이 들어서지 않은 산림과 덤불 지역은 잘 보전되어 있고, 일반인들이 잘 접근하지 않아서 산새들도 많이 서식한다. 더욱이 백령도는 중국의 산둥반도와 한국 사이를 잇는 가장 짧은 거리에 위치하기 때문에 매년 봄과 가을에 이곳을 지나는 수십만 개체의 새들을 관찰할 수 있는 장소이다. 이에 따라 인천시에서는 시기별로 서식지를 돌아보면서 이곳에 찾아오는 새들을 관찰하는 생태관광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을 알린 나일 무어스 박사는 20133월부터 20195월말까지 176일 동안 백령도에서 월동조류 및 번식조류를 조사했는데 344종을 관찰했다. 8월에 한스자이델재단 한국사무소의 추가 지원을 받아 백령도로 떠나는 생태여행관련 제안서를 발행하기도 했다.(www.birdskorea.or.kr에서 확인 가능)

이 제안서는 백령도에서 조류조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2013년 이후에도 많은 습지가 파괴되면서 산새들은 여전히 많은 수가 남아 있지만 황새와 같이 월동하는 종과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 들었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최우선 16개 보호구역을 선정(아래 <그림>)해 이 지역의 특징과 관찰이 가능한 멸종위기종 및 보호종, 그리고 더 좋은 조류 서식지 및 생태관광지로 만들기 위한 대상지역별 복원 방식과 관리방안을 제시했다. 제안서의 내용대로 16개 구역을 나일 무어스 박사의 안내를 받아 이틀간 돌아다니면서 관찰한 조류와 서식지 상황, 개선방안을 아래와 같이 언급하고자 한다.

북한에서 바다 건너온 새들

일출 시간에 맞추어 오전 7시에 도착한 진촌리 동쪽 임야(13)와 습지에서는 황조롱이와 북한 쪽에서 바다를 방금 건너 온 댕기물떼새와 양진이, 솔잣새, 수백 마리의 되새, 제비, 귀제비 등 산새를 관찰할 수 있었다.

▲흰이마기러기_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급
▲흰이마기러기_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급

그런데 몇 년 사이에 주택들이 새롭게 들어서고 콘크리트 배수로가 늘어나고 있으며, 생물다양성이 높은 경작지가 버려지고 있다. 바로 옆 진촌리 동쪽 해안(16)에서는 점박이물범 50여 마리가 물고기를 잡아먹거나 수면 위로 드러난 평평한 바위에 올라가 드러누운 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끝섬전망대에 오르니 백령도 전체와 인접한 북한 땅을 한 눈에 볼 수 있었고, 하늘을 나는 말똥가리와 솔개를 볼 수 있었다.

다음날 같은 시간인 오전 7시에 찾아간 두무진 바위해안(1)에서는 유리딱새, 박새 등 많은 산새들이 하늘로 날아올라서 중국 남동부로 이동하는 모습을 직접 관찰할 수 있었고, 이들을 잡아먹기 위해 모여든 매, 새매, 말똥가리 등 맹금류, 그리고 바위에 앉아 있는 쇠가마우지, 괭이갈매기, 오리류 등 물새를 확인할 수 있었다. 북쪽을 관찰하던 도중 황해남도 옹진군에서 내려오는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등 오리류 무리를 관찰하기도 했고, 동쪽 방향으로 날아가는 큰고니 10마리도 보였다. 이 큰고니들은 백령도로 들어오지 않고 동쪽 방향의 황해남도 옹진군쪽으로 계속 날아갔다. 아마도 번식지역인 몽골에서 출발해 내려오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중국 남동부로 이동하기 위해 온 새들

첫째 날 오전과 둘째 날 오후에 찾은 중화동댐(4)과 숲 지역에서도 중국 남동부로 이동하기 위해 모여든 다양한 산새들과 맹금류, 그리고 물새를 관찰했다.

진촌리 남동쪽 갯벌지역(15)은 갯벌과 해안사구가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었는데 수십 마리의 달랑게와 엽낭게가 서식하고 여러 가지 염생식물과 사구식물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런데 대나무를 엮어 만든 모래포집기는 역할을 하지 못한 상태로 방치되어 있고, 20175월에 갯벌의 3분의 1가량을 나누는 제방을 쌓아 버렸다. 아직도 제방이 견고하지 않아 만조가 되면 해수가 내부로 유입되고 있다. 따라서 매립 계획을 취소하고 해수유통을 확대해 갯벌기능이 유지된다면 다양한 생태관광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곳이다.

사곶해안(9)과 바다 지역으로 가 보니 매 한 마리가 바닷가에 세워진 전봇대 꼭대기에 앉아 있었고, 넓은 염습지와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었다. 관창 해안(11)으로 가보니 갈매기들과 되새 무리가 보였는데 해안가 높은 바위에서 2018년 여름철에 45쌍의 저어새와 5쌍의 노랑부리백로, 그리고 5000쌍 이상의 괭이갈매기가 집단 번식을 했단다. 이들 중에 저어새와 노랑부리백로가 바로 옆에 위치한 논과 주변 습지(12)에 들어와 먹이를 먹거나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연화리의 논습지(3)는 여름철에 번식중인 뜸부기가 관찰되었는데 자연적인 배수로가 잘 유지되고 있어서 물고기와 양서류들이 서식하기에 좋고 주변 농경지로 이동할 수 있도록 논과 직접 연결되어 있었다.

남하하는 겨울 철새들 들르는 곳

과거에 갯벌이었던 곳을 1990년대 초 간척해 만든 8번의 백령호와 폐염전(6) 및 화동습지를 찾았다. 백령호(8)에서는 큰고니 한 마리와 큰기러기 800마리, 수십마리의 쇠기러기, 그리고 흰죽지,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를 관찰할 수 있었다. 이중 기러기류들은 주변 논습지에 날아 들어가 낙곡을 주워 먹고 저수지로 이동해 휴식을 취했다. 폐염전(6)과 화동습지(갈대군락과 낮게 물이 남아있는 곳)에서는 붉은왜가리와 백로류, 오리류 등 물새가 관찰되었다. 2016년 이전만 해도 백령호와 화동습지 사이에 2차선 포장도로가 나기 전에 화동습지에서 황새 17마리, 큰고니, 혹고니, 수천 마리의 기러기 등 많은 물새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고 한다. 도로와 폐염전내 습지 사이의 인도 변에 밀폐형 탐조대와 갈대로 만든 가림막을 설치하고 가급적이면 도로 통행을 차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화동습지내로 물이 원활히 공급되도록 해 주고, 갈대군락 사이로는 산책로와 탐조대를 설치하는 것도 필요하다.

▲황새_천연기념물, IUCN 지정 EN(멸종위기종)
▲황새_천연기념물, IUCN 지정 EN(멸종위기종)

백령호의 물은 수질이 오염되어서 농업용수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제방의 수문을 개방하고 물 수위를 적절히 낮추어 가장자리를 넓히고 구역별로 민물습지, 갯벌지역으로 나누어 복원을 하면 수질도 개선이 되고 더 많은 물새들이 서식할 것이다.

백령호 주변에는 북포리 남쪽의 논습지(5)와 사곶마을 북서쪽의 논습지(7)으로 가 보니, 트랙터로 분주히 벼 탈곡을 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농업용수는 논 습지 사이에 있는 폭이 넓은 수로의 물을 이용하고 있다. 이곳에서 쥐를 잡아 먹던 검은어깨매와 비둘기조롱이, 솔개, 왕새매 등 맹금류를 관찰했다.

진촌리 동남쪽의 논습지(14)와 맨 아래쪽에는 어류와 수십 마리의 맹꽁이가 서식한다는 둠벙이 있었는데, 주변 숲에 많은 산새들이 먹이를 먹고 둠벙에 들어와 물을 먹기도 한단다. 그동안 자연습지가 매립되고, 논습지 사이에 폭이 좁은 농수로가 콘크리트로 점차 바뀌고 있다고 한다. 가능하면 물고기와 양서류가 살 수 있도록 자연수로로 남겨두기를 바라고, 이미 콘크리트로 만들어 버린 수로는 양서류와 물고기가 농수로와 농경지를 오고 갈 수 있도록 경사가 완만한 개구리 사다리와 흙으로 된 낮은 각도의 배수로, 즉 생태통로를 설치해 주기를 바란다. 만약 배수로의 식생을 제거해야 한다면 배수로 양쪽면의 식생 전체를 제거하는 방식이 아니라 수년에 한 번씩 배수로의 한쪽 면에서만 시행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배수로에 서식하는 생물들의 급격한 감소를 줄일 수 있다.

사곶리 지역(10)에서는 새매 한 마리를 관찰했다. 특히 이곳에 위치한 논습지와 연못에는 멸종위기종인 금개구리가 서식하는데 둠벙이 상당히 오염되어 있단다. 여전히 백령도에서 국내 멸종위기종인 2종의 양서류(금개구리, 맹꽁이)가 관찰되고 있어서 이들 종에 대한 보전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틀 동안 82종 관찰

단지 이틀간에 걸쳐 백령도를 돌아본 결과, 조류 82종에 수많은 개체를 관찰할 수 있었다. 제안서에서 제시한 내용대로 백령도에 아직 남아 있는 습지를 잘 관리하고, 겨울철 논습지에 물이 고이도록 무논 조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화동저수지와 폐염전, 갯벌매립 지역을 생태적인 고려를 통해 잘 복원하고 생태탐방로를 설치한다면 아름다운 경관을 체험하고 조류 등 많은 생물들을 관찰하기 위해 찾아오는 생태관광객이 늘어나 농가민박과 농촌체험을 통해 주민들의 소득향상도 가능할 것이다.

또한 논습지와 주변 농경지에서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업을 실시한다면 친환경 백령도 쌀과 각종 농산물을 고품질로 생산이 되고, 해산물, 소금과 함께 판매가를 높여 주민들의 소득을 높일 수 있다.

그리고 생태해설사 및 생태교육자를 양성해 관광객들을 안내해 주어 만족도를 높이고 다양한 환경교육에 종사하는 일자리도 많이 늘어 날 것이다. 더욱이 진촌리에 폐업한 병원건물을 재활용하거나 백령호 옆 운동장 주변에 백령도습지체험센터를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학습과 체험을 제공해 주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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