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지형은 동쪽은 높고 서쪽은 낮은 특징을 지녔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큰 강은 서해로 흐른다.
서해안은 수심이 얕고 조차가 커 밀물 때 바닷물이 강으로 들어와 상류로 역류해 올라간다. 썰물 때에는 급한 조류가 퇴적물을 먼 바다로 끌고 내려간다. 이로 인해 서해로 흐르는 강 하구에는 삼각주가 발달하지 않고 대신에 드넓은 갯벌이 발달했다. 또한 강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구간이 길어 기수역이 발달했으며 이는 다양한 어족자원을 낳게 했다.
이같은 한반도 서해안의 특징은 자연의 큰 혜택이었다. 갯벌에서 밭 열 배의 소출이 난다는 옛말이 있듯이 갯벌의 높은 생산력은 많은 인구를 부양했으며, 예로부터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 되어왔다.
일제 강점기에 일제는 공유수면매립법을 만들어 한국 서해안에 간척사업을 벌이기 시작해 조간대 상부의 대부분을 매립했다. 1962년 공유수면 매립법이 부활되어 서해안에 간척사업 붐이 일었으며, 1980년대 이후에는 발달한 토목기술을 앞세워 강 하구를 막기 시작했다. 현재 서해안에는 하굿둑으로 막히지 않고 생태적인 기능을 제대로 하는 하천은 없다.
남한에서 세 번째로 긴 금강 하구를 점하고 있는 서천군은 예로부터 이의 혜택을 받아 풍요로운 고장이었다. 그러나 1991년 금강하굿둑이 완공되며 강의 생태적 기능을 상실했다. 기수역을 오가는 많은 어족자원이 고갈되며 수산업이 궤멸되다시피 했다. 뿐만 아니라 하구에 토사가 쌓여 충남 최초의 국제무역항인 장항항이 기능을 상실했다.
쌀이 귀했던 시절 우량 농지를 목표로 건설됐던 많은 방조제들이 이제 그 존재 가치를 상실한 곳이 많다. 오히려 재앙을 몰고 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충남도의회 ‘금강권역 친환경적 발전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20일 문예의전당에서 ‘활력 넘치는 금강하굿둑 조성’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낙동강과 영산강은 이미 시험개방을 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늦은 감이 있다.
이번 토론회에서 ‘해수유통 방법론보다는 해수유통 목적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있었다.
해수유통방법론은 이미 서천군 자체적으로 연구한 부분도 있고 해외 사례도 많다. 왜 해수유통을 해야 하는지, 어느 규모로 해야 하는지부터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은 매우 타당하다고 본다.
사람도 생태계의 일원이며 생태계가 가져다 주는 혜택을 입고 살아간다. 서천군 재앙의 근원을 깊이 파고들면 결국 하굿둑을 만나게 된다. 이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